개발도상 국가들, 그 중에서도 신흥 경제권 나라들의 통화관리에비상이 걸렸다. 지난 5월 외환 투기꾼들의 공세에서 겨우 벗어나한숨을 돌린 태국의 바트화(貨)는 6월 중순 태국 재무장관 암누아이 비라반이 물러나고 나서 크게 흔들렸다. 그 전날에는 이스라엘재무장관 단 메리도르가 급속히 치솟는 자국의 세켈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놓고 통화관계자들과 대판 의견충돌을 벌인 뒤 사임했다. 또 몇주 전에는 체코에서도 코루나화가 오르기 시작했고 역시 이 나라의 재무장관이 여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체코와 연방을 이루었었던 인접국 슬로바키아에서도 이런 현상이 곧 벌어지리라는 예상이다.이런 얘기들은 이제는 세계화된 자본시장의 성격상 일국의 거시경제학적인 실수는 반드시 호된 대가를 수반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있는 사례다. 태국은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8%였다. 또 같은 기간 체코는 8.6%였고 슬로바키아는 10.1%를 기록했다. 그러나이런 것보다 더한 문제로 그들이 제기하는 의문점이 있다. 신흥 경제권 국가들이 자국의 환율을 완전히 고정시켜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이다.환율을 고정시키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통화를 플로트, 즉 변동제로 하는 것이 나을지에 대한 논쟁은 경제학 분야에서 계속돼 온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두 주장에는 모두 타당성이 있다. 변동환율은 수출가격이 갑자기 하락하거나 외국자본 가격이 앙등하는경우에 해당 국가가 이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점이 있다. 이는 이런 충격에 특별히 취약한 신흥 경제국들에는 아주 매력적인일이다.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의 환율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고정시켜 놓고 있다. 그 한 이유는 고정환율이 통화팽창 가능성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또 거시경제정책을 신중히 추진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고정환율제 아래서는 방만한 정책을 채택하면 곧바로 외환보유고의 감소로 이어진다.결과적으로 정책이 꼼꼼해져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환율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고정환율은 투자자나 거래자들에게 안정적 경제환경을 제공해줘 성장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고정환율 자체도 나라별로 서로 다르게 시행된다. 돈의 가치를 통화위원회의 판단에 완전히 맡겨버리는 아르헨티나와 같이 극단적인나라에서는 페소화가 경화(硬貨) 그 자체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이보다는 덜 극단적이다. 태국 바트화의가치는 US달러로 대표되는 외국통화들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한다.슬로바키아의 크라운화는 달러화의 변동을 40%, 도이치마르크화의변동을 60% 적용시켜 결정된 일정 기준치 아래위로 7%의 환율변동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기준통화의 변동에 따라 기준치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환율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이스라엘의세켈화도 이처럼 「조금씩 변화하는 대역(帶域)」안에서 거래된다.유연한 환율정책, 경제 불안정해소에 도움고정환율은 통제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데는 아주 가치있는 방법으로 판명됐다. 몇년전 중남미와 동유럽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금년 인플레율은 1%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91년 초반 인플레율이 한달에 27%까지 이르렀던 것과 비교해보면 아주 대조적이다.그러나 환율에 대한 인위적인 통제 때문에 상황이 아주 악화되는경우도 있다. 몇몇 나라들은 고정된 환율이 아닌 실질적 환율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급격히 오르는 과정을 겪었다.체코에서는 93년 1월부터 97년 2월 사이에 실질 환율이 42%로 인상됐고 브라질에서는 94년 6월 이후 26%가 올랐다.(도표참조)어느 한도내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환율제도를 잘못 설정한데 기인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 있다. 환율을 작은 범위에서 변동시키는 것은 실질 환율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태국은 바트화와긴밀히 연관돼 있는 달러화가 올랐기 때문에 크게 고생을 한 면도있다. 바트화가 태국 무역패턴을 좀 더 잘 반영하는 통화들과 연계돼 있었다면 그 재난은 더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환율문제 때문에 발생되는 몇몇 어려움은 환율계획을 새로 세우는 것으로 고쳐질 수 있다. 6월 이후 이스라엘이 자국 세켈화가 다른 통화와 거래될 수 있는 대역의 범위를 두배로 늘린 것도 이런 움직임의 하나다.이보다 더 큰 걱정은 외국자본의 대거 유입이다. 외국 자본의 유입은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 자본이 갑자기 빠지면 경제 사정이 점차 안정돼 가고 있는 나라들이라도 임금과 가격을 하향조정해야 하는 고통스런 국면에 맞닥뜨린다.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을 다뤄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결방법의 하나로 외국인의 주식거래에 세금을 물리는 방법을 도입해자본유입에 대한 통제를 해보자는 연구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세계은행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90년대에 많은 외국자본을 끌어들인 대부분의 신흥 시장들이 이런 통제방법을 써서 단기적인 효과를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는 세계자본시장에서 좀 더 통합된 형태로 나아가려는 선진 경제권으로 올라서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한다.최근 태국이 시행하고 있는 더욱 극단적인 통제는 더 이상의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의 은행들은 투기꾼으로 의심받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바트화를 팔지 못하도록 통제받고 있다.또 외국 투자자들은 태국 주식을 팔아서 바트화를 더 이상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통제는 앞으로의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고국내 금융시장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치러야하는 대가는 일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조그마한 이익을 훨씬 상회한다. 어떤 경우에든 바트화는 이후에도 또다시 공격을 받게 돼 있다.통화정책에도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다. 신흥 경제권 국가들이 팽창된 통화를 흡수하려고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매각, 자본유입에 따르는 인플레이션 효과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이 될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높은 이자율은 자본의 유출을 멈추게 할수 있다. 그러나지독하게 높은 이자율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그 기간이 길어지면 나라의 은행 시스템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있다. 평가절하 압력을 받으면서도 많은 나라들이 과대평가된 환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그 나라들이 국내 금융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환율, 통제 어려운 인플레이션 억제고정환율을 채택하게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는 임금과 가격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재정정책으로 이런 요구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고정환율 아래에서 정부들은 자금이 유입되면 총수요를 누그러뜨리기위해 재정정책을 엄격하게 실시해야 한다.그러나 엄격한 환율정책을 쓴다고 해서 항상 신중한 재정정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브라질은 통화제도 때문에 재정정책의조정이 어렵게 된 경우다.그러나 고정환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변동환율보다 덜 불안정하다는 것이 한가지 확실한 이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환율시장의 안정성 여부는 특히 신흥 경제권의 취약한 통화시장에서는 문제가 될수 있다.그러나 이 리스크가 없애지 못할 만한 것은 아니다. 선진국들에서는 변동환율의 불안정성이 무역이나 투자에 손해가 된다는 가정이별로 통하지 않는다. 선진국들에서는 무역업자와 투자자들이 연계해 환율변동으로부터 입을 손해를 막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환율이 계속적으로 불안정하게 변동하는 것보다 더 투자자들의 신뢰에손상을 입히는 것은 오히려 강제적인 평가절하다.하지만 선진 각국의 실제 환율상황에서도 환율을 완전히 방임하는「순수 플로팅」은 드물다. 환율운용의 유연함을 허용하면서도 중앙은행이 어느 정도 개입해 환율의 불안정성을 제한하고 있다.고정이든 연동이든 이 모두가 거시경제적 정책을 위한 대안은 아니다. 어느 것이든 국가가 충분한 실행의지를 보여줄 때 잘 운용될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큰 고생을 했던 나라들은 통화위원회의엄격함이 가장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그러나 이런 상처가 덜한 나라들에서는 보다 유연한 환율정책이 더타당성을 가질 것이다. 유연한 환율을 채택한다고 해서 신흥 경제권 국가들이 봉착해 있는 경제적 불안정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방법이 불안정성을 이전보다 더욱 다루기 쉬운 상황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Fix or float, sink or swim?」 Jun. 21, 1997The Economist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