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은 아담 이래로 가장 오래된 의류 소재이다. 질긴데다 특유의아름다움 때문에 지금까지 의류 뿐 아니라 핸드백 신발등 각 분야에서 멋을 내는 최고급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하지만 단점도 있다. 세탁이 불편하고 무거우며 가공도 쉽지 않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피혁이 등장,천연가죽을 대체하고 있다.인공피혁은 다양한 색상을 낼수 있고 부드러운데다 세탁이 쉽다.게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반인들로서는 도저히 천연가죽과 구분할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물성을 지닌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극세사기술을 이용한 일부 인공피혁제품은 천연가죽보다 비싼 값에팔리고 있을 정도이다.용도도 스포츠화등 신발에서 핸드백 의류 가구에 이르기까지 매우다양해지고 있다.경기도 시화공단의 백산화성은 인공피혁 분야의 한우물을 파 급성장하고 있는 업체이다.세계적인 스포츠화업체인 아디다스나 나이키 리복이 이 회사의 인공피혁을 구매,신발을 만들고 있다. 특히 아디다스는 인공피혁을소재로한 스포츠화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물량을 이 회사 원단으로 제조하고 있다. 아디다스 운동화를 신고 있는 사람중 상당수가백산화성의 제품을 신고 있는 셈이다.생산제품의 80%이상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지의 신발업체로 수출한다. 여기서 유명브랜드가 부착된 신발로 만들어져 전세계로 공급된다.인공피혁 수요가 늘면서 이 회사의 매출도 급증, 90년 1백10억원에서 지난해엔 4백54억원으로 늘었고 올핸 5백8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내년엔 7백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마다 자본금보다 더 많은 순익을 올릴 정도로 알차게 성장하고 있다.작년말 벤처캐피털인 한국기술금융은 이 회사에 자본참여를 결정하면서 액면가 5천원짜리 주식을 주당 3만5천원에 매입했다. 그만큼성장성과 수익성을 높게 평가한 셈이다.일반인들은 「벤처기업=정보통신기업」으로 인식할 정도로 정보통신만을 성장산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이 회사는 인공피혁과 같은 독특한 분야도 얼마든지 벤처기업으로 성장할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생산품 80% 동남아 수출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상화사장은 군출신이면서 사업가로 성공한한 예이다.월남전 참전등을 거쳐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그는 군수분야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섬유관련 기술을 살려 84년 경기도 고양군에서 20명의 직원으로 백산화성 간판을 내걸었다. 창업자금은 월남전에 참전해 목숨을 걸고 번돈 50만원이 시드머니 역할을 했다. 이 자금으로산 집이 값이 올랐고 이를 팔아 창업자금으로 충당했다.초기엔 남들처럼 대중제품인 건식 인공피혁을 만들어 팔았다. 하지만 이 제품은 부가가치가 낮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1년여동안 연구 끝에 습식 인공피혁인 스웨이드 개발에 성공했다.스웨이드는 천연가죽의 세무와 비슷한 물성을 가진 인공피혁으로보드라운게 특징. 부산지역 신발업체들은 러닝화 겉에 덧대는 천으로 이를 사용했다. 패션과 갑피보호기능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국내업체는 천연가죽인 세무를 쓰거나 스웨이드를 수입, 사용했는데 이중 세무는 값이 비싸 원가상승요인이 됐고 스웨이드 역시 국산이 개발되지 않아 전량 일본에서 비싼 값에 수입해 쓰고 있었다.스웨이드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제품. 그럼에도 연륜이 짧은 백산화성이 첫 개발에 성공한 것은 김사장의 집념 때문이었다. 처음엔 기술자들에게 개발토록 지시했다. 하지만 서너달이 지나도록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자신이 직접 개발에 나섰다. 그는 이 제품이 얼마나 유망한지 직감을 통해 알고 있었다. 따라서 회사의 사활을 걸고 개발해야 한다는 일념에서 공장에서 먹고 자며 몇달을 지냈다.신발업체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하청업체 기술진의 자문을 얻는등 백방으로 기술을 습득했다.폴리에틸렌 원단을 습식 우레탄방식으로 가공, 땀구멍과 숨구멍이있는 살아 숨쉬는 스웨이드원단으로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를 아름다운 색상으로 염색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촌스런 색깔이 나오면 폐기처분하길 수십차례 반복했다. 김사장은화공약품 냄새가 코를 찌르는 조색공정에서 자신이 직접 안료를 섞어 색깔을 만드는등 노력끝에 85년부터 제품을 생산할수 있었다.이 제품은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갔다. 일본산에 버금가는 품질수준에 가격은 30%가 쌌다. 나이키를 제조하던 화승은 몇달동안 까다로운 테스트끝에 채택키로 결정,주문을 시작했고 여타업체들도 줄지어 오더를 냈다. 스웨이드는 해마다 두배로 매출이 늘어 지금까지도 효자상품구실을 하고 있다. 현재 이 제품의 매출은 연간 1백억원에 이른다. 동시에 일본산을 완전히 몰아내는 등 수입대체의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다음으로 개발한 것은 누박제품(브랜드는 노바스킨). 스웨이드가세무느낌이라면 누박은 천연가죽인 그레인의 느낌이 나는 것으로운동화 갑피용으로 쓰인다. 스웨이드보다 훨씬 수요가 많은 품목으로 백산화성 총 매출의 약 70%를 차지한다.누박은 앞으로 의류 시트커버용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되는등 용도가 무궁무진하게 개발되고 있다. 이들 용도에 알맞게 각종무늬와색깔 물성을 개발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백산화성은 이를 위해 총직원의 6%에 이르는 15명의 인원으로 개발팀을 구성, 해마다 수십종의 샘플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은 섬유와 화학을 전공한 대졸자에서 고분자화학을 전공한 박사에 이르기까지 고급인력으로 구성돼 있다.이 회사가 현재 생산하는 인공피혁은 50종에 이르며 이를 패턴과컬러별로 나눌 경우 1천여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다. 특히 자체개발능력이 뛰어나다보니 바이어가 주는 패턴과 색상의 제품을 수동적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스스로 개발한 제품을 바이어에게 제시해 수요를 창출한다.◆ 자체 개발품 바이어에 제시 ‘수요 창출’최근엔 1백억원을 투입해 스펀레이스 가공공장을 완공해 제2의 도약에 나서고 있다. 워터제트 방식으로 제조되는 스펀레이스는 인공피혁의 품질향상은 물론 그동안 수입에 많이 의존하던 고급 일회용제품(물수건 와이퍼 의료용가운등)의 수입대체에 나서게 된다.김사장의 꿈은 인공피혁 한 품목으로 승부를 걸어 오는 2005년까지세계 톱으로 도약하는 것. 다만 이 품목의 용도를 스포츠화 중심에서 핸드백 의류 소파용 등으로 다양화하고 판매시장도 다변화할 생각이다. 현재 품질수준은 세계 최고라는 일본과 이탈리아의 90%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를 수년내 추월한다는 구상이다.그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인간존중이라는 경영철학을 철저히 지켜왔다. 종업원을 존중해 믿고 맡긴다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부가 없고어느 부서 근무자에게도 신원보증이나 재정보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금담당자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감시 감독도 못하게한다.그럼에도 출근율은 어느 회사보다 높고 사고율은 낮다. 알아서 하는게 몸에 배어 있기 때문. 노조도 없고 노사분규도 한번도 없었다.「큰 기업보다는 좋은 기업을 만든다」는 그의 꿈은 점차 현실로이뤄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