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나라(안녕)! 일본경제」. 세계최대 무역흑자국, 세계최대 외환보유국, 제조업 초강국이란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 하고 일본경제가 망가지고 있다. 산업부문중 유별나게 취약한 「금융」이 걸림돌이 돼 전체 일본경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구언론들의보도속에는 「한강의 기적이여! 안녕」에 이어 「사요나라, 일본경제」란 비아냥이 배어있다. 또 제조업에 강한 아시아가 강한 금융기법을 기반으로 한 서구와의 한판싸움에서 처절한 패배를 맛보고있다는 분석도 있다.지난달 25일. 사흘동안의 황금연휴를 마치고 정상적인 금융시장이열리기 무섭게 야마이치증권의 도산이란 충격적인 뉴스가 일본금융가를 강타했다. 산요증권(11월 3일) 홋카이도타쿠쇼쿠은행(17일)이무너질 때와는 또 다른 충격. 그것은 야마이치가 4대증권사중 하나라는 점과 이 회사의 도산이 사상 처음 상장증권사의 도산이라는점 때문이었다. 다음날에는 유력지방은행의 하나인 토쿠요시티은행(26일)마저 허무하게 무너져 한달동안에만도 4개의 금융기관들이쓰러졌다.문제는 「금융위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데 있다. 일본금융위기의 주된 원인인 부실채권의 누적과 증시침체가 언제쯤 해소될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본금융기관들이다액의 부실채권을 갖게 된 연유는 80년대후반 거품경기 때로 얘기가 거슬러올라간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엄청난 대출이 이뤄졌으나거품이 걷히고 경제침체가 심해지면서 금융기관들은 대출원금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현재 부실채권의 규모는 수십조엔이 될것으로 추정할뿐 정확한 액수도 드러나지 않았다. 각 금융기관들이극도로 발표를 꺼리기 때문이다. 도산한 야마이치증권의 경우 부채규모는 3조엔이었다고 회사는 밝힌 바 있다.◆ 고꾸라진 주식시장 ‘엎친데 덮친격’여기에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증권사들의 총액꾼사건이나 은행들의 투명하지 못한 금융거래는 동남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연장선상에서 외국인투자자들로 하여금 일본시장을 떠나도록 만들었다. 이미 침체장속에 있었던 일본주식시장은 끝간데 없이 밀려버렸다. 올들어서만도 20%이상 고꾸라진 주식시장은 금융기관들에겐「엎친데 덮친격」이었다. 주가가 폭락, 금융기관들의 평가손실(보유주식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손실)이 커졌다. 경기가 좋다면 기다려보겠지만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난을덜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주식을 내다팔아야만 했다.일본금융기관의 부실은 단순히 일본내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이들은 미국정부 채권(국채)의 최대고객이다. 약3백52조원어치의채권을 가지고 있다. 이를 매각하려들 때는 말 그대로 세계경제가고금리로 치닫는 등 재앙이 올수 있다.나아가 일본금융의 불안은 한국경제에도 발등의 불이다. 자신들의금융시스템에 극도의 불안을 느낀 일본 금융기관들은 극도로 보수적인 자금운용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단기금리의 상승은 이같은 상황을 뒷받침한다. 지난달말 현재 은행간 콜금리(하루짜리 무담보물의 가중평균금리기준)는 0.64%대를 달리고 있다. 11월초만해도 0.4%대였다. 거의 두배정도로 올라간 것이다. 단순히 시장수요에 의한금리상승이라면 자금수요가 있고 경기가 살아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그게 아니다. 일본은행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1조1천억엔의 특융(특별융자)을 방출한 지난달 27일에도 콜금리는 오름세를 보이는 특이함을 보였다. 한마디로 일본금융기관들은 『장사하기 싫으니 대출해준 돈은 일단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즉 『대출자금의 긴급회수, 추가대출의 최대억제』라는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들로부터 많은 자금을 대출받아 사용해온 한국금융기관들은 가뜩이나 국내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더 큰 자금난이란 악순환으로 내달을 수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