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배기' 팔고 제2도약 노린다대상그룹의 라이신사업이 지난주 6억달러에 독일 바스프사에 팔렸다. 이름조차 생소한 라이신사업이 1조원 가까운 거액에 매각됐다는 사실을 의아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성장촉진제로 사용되는 이 제품의 수익률과 장래성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액수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대상그룹의 주력 계열사인대상(주)가 지난해 이 제품을 2천1백억원 어치 팔아 7백억~8백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이 이를 말해준다는 얘기다. 사실 매출액대비 5%의 이익을 남기기도 어려운 지금 30% 이상의 순이익을 보장해줬으니 라이신사업은 대상의 「알짜배기」임에 틀림없다.게다가 대상은 전세계 라이신시장에서 점유율이 20%를 넘고 있다.일본 아지노모도 미국 ADM과 함께 세계 3대 메이저중 하나이다.국가차원에서도 육성해야 하는 품목인 것이다. 대상의 라이신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바스프사는 물론 미국 카길 ADM 등이 치열한물밑 경쟁을 벌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그렇다면 대상은 왜 이런 알짜배기 사업체를 외국기업에 넘긴 것일까. 이는 대상그룹의 재무구조를 들여다 보면 상당부분 납득이 간다. 대상그룹이 안고 있는 부채규모는 1조8천억원. 부채비율이 3백70%에 이른다. IMF한파로 사채금리가 30%를 웃도는 현실에서 그많은 부채를 안고 그룹을 끌어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상그룹도 이런 현실을 인식, 지난해 11월 그룹 명칭을 「미원」에서 「대상」으로 바꿨다. 조미료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표명이었다. 이어 계열사 정리와 함께 삼풍백화점 부지등 보유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IMF 파장으로 매각은 여의치 않았다.금리는 계속 치솟았고 차입경영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자금난은 더욱 심해졌다.결국 대상그룹은 대상(주) 등 핵심 몇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처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사업성 없는 분야를 누가 사겠느냐』는 고두모 대상(주) 회장의 지적처럼 라이신사업외에는 매수문의조차 없었다. 대상은 속은 쓰리지만 라이신사업을 팔아 위기를벗어나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매각협상 결과가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아쉬움도 안고 있다. 당초 대상측은 라이신 매각으로최대 8억달러(1조2천억원) 정도를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목표달성을 위해 협상을 마냥 끌수는 없는 처지였다. 대상이 독일 바스프사를 택한 것도 자금흐름이 좋아 빠른 시일내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바스프사는 조만간 1억2천만달러를 계약금조로 지급하고 5월중순 이내 나머지 대금을 완납하겠다고 약속했다.◆ 30대 그룹 포장성 자만심 벗어어쨌든 대상그룹은 이제 금융부담을 줄이고 사업 구조조정에 본격나설 수 있는 여력을 마련했다. 대상그룹측이 지난 3월18일 라이신매각사실을 공식 발표하면서 동시에 건설 마니커 음료 등 3개 계열사를 대상(주)에 합병시킨다고 밝힌 것도 이를 말해준다. 대상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보유 부동산 등을 처분해 5천억원을더 마련할 계획이다. 고회장은 라이신매각 결정후 기자와 만나『라이신 매각대금을 포함해 앞으로 1조5천억원을 마련, 1조원은부채를 갚는데 사용하고 5천억원은 주력사업을 강화하는데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되면 부채비율을 현행 3백70%에서 세계 우량기업 수준인 1백50% 선으로 떨어트릴 수 있을것이라고 고회장은 내다봤다. 99년에는 계열사간 지급보증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발효조미료 아스파탐 글루타민 등 고부가 발효사업 및 발효의약품을 차세대 수입원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당찬 야심도 갖고 있다.대상그룹은 이제 30대 그룹이란 포장성 자만심을 벗어 던졌다. 라이신 매각자금을 종자돈으로 식품 전분당 발효사업 등 3개분야를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식품 및 식품요소사업에 전념하는 전문기업으로 나아가는 작업에 시동을 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