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든 기업이든 좋은 이름과 상호가 평생을 좌우한다고 믿는 것은 국내외가 다 비슷하다. 좋은 이름을 얻고자하는 사람들 때문에작명소도 전문 브랜드네이밍 업체도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일게다.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인터넷상에서의 도메인 이름 짓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급적 많은 사용자들이 접속하기를 바라는기업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길고 복잡하지 않으며 따로 외지않아도 쉽게 찾아 올수 있게끔 해주는 게 도메인 이름 짓기의 원칙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기 상호에 기업체를 나타내는 구분명인 .com을 붙여 주소를 정하고 있다. 예컨대 Intel, IBM, Microsoft, Motorola, SONY 등은 회사 이름뒤에 바로 .com을 붙이면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로 들어갈 수 있다.문제는 자기 기업의 이름을 누군가가 선점하고 있다면 해법이 별로없다는 사실이다. 가령 「Mcdonald.com」을 누군가가 먼저 사용하고 있다면 제 아무리 네온사인이 꺼지지 않는 세계적 햄버거 제국이라 하더라도 부득불 다른 이름으로 피해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주체와의 협상, 또는 법정 투쟁을 통해 잃어버린 이름을 되찾아오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실제 이런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기업은 꽤 있다.◆ 도메인 사재기 보편화된 인터넷이런 사례는 국내에서도 다수 발견된다. 해당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밝히기는 힘들지만, 모 대기업이 뒤늦게도메인을 신청했다가 선점당한 사실을 알고는 나중에 「거래」를통해 이름을 얻었다는 뒷얘기도 나돌고 있다. 미국 같은 경우 선점된 이름의 거래 가격은 최하 수천 달러에서 심할 경우 수백만달러단위까지 치솟기도 한다. 좋은 기업의 이름을 선점해 .com으로 등록해놓고 해당 대기업에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머리 좋고 순발력 있는」 업자, 즉 「도메인 사재기 브로커」는 인터넷에서도 성업중인 것이다.물론 최상위 도메인 이름을 붙일 때 미국 외의 기관이 붙이는 방식을 취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즉 「….co.kr」(한국) 또는 「…co.jp」(일본)하는 식이다. 하지만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는 대기업이라면 대부분은 .com을 선호하기 마련이다(둘다 사용하는 사례도많다).그러나 .com을 사용하는데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또 .com 명을 관장하는 권한은 미국에 있다. 현재는 네트워크 솔루션사(NSI)가 미 국립과학재단의 위임을 받아 이름을 내주고 있는만큼 완전 독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할수 있다.미국의 도메인 이름 발급 방식은 「선점자 우선」이다. 누구든 먼저 신청을 하면 별다른 조건이 없이 발급되도록 되어 있다.그래서 유교문화권에서라면 상상하기 힘든 사태들도 벌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whitehouse.gov는 잘 알려진 미 백악관 홈페이지지만 whitehouse.com은 성인용 사이트다. 또 nasa.gov는 미항공우주국이지만 nasa.com은 역시 성인 사이트다. NASA측은 이러한 사태를 막기위해 지난해 여름 도메인 관장 기관에 호소를 해 nasa.com을 사용치 못하도록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백악관은whitehouse.com측과 접촉을 시도했다가 『도메인 관장기관에서 정식으로 발급받은 이름』이라는 반박만 들었을 뿐이다.어쨌든 바로 이러한 이유들로 해서 도메인 브로커들이 발호할 수있는 마당이 열리는 것이다. 비상업기관에 붙는 .org나 정부기관을나타내는 .gov, 교육기관인 .edu등은 수요가 빤하지만 .com이나.net는 이름을 선점하는 그 자체가 때로는 엄청난 상업성을 지닐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인터넷이 미국에서 발원했다고하더라도 도메인 명명권한까지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를 국제 기구에서 관장할 것을 주창하고 있다.◆ 유럽 ‘미국은 국제협력 의사 없다’반면 미국은 이러한 EU측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 1월새로운 도메인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린 페이퍼」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계획에 따르면 미정부는 지금까지 반관영형태로 운영해오던 도메인 사업을 오는 2000년 10월부터 민간에 본격이양한다는 것이다. 이 안은 또 현재 사용중인 .com, .org 등의 도메인외에 다섯 개의 도메인을 새로 만들것이라고 밝히고 있다.하지만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 즉 새로운 도메인 관장기구가상업성을 띌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미 정부는 구체적인 언급은 회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는 도메인을 부여받으면 초기 2년간2백50달러를 내고 그 뒤에는 매 1년마다 1백달러씩을 내도록 되어있다. NSI측은 이 비용이 도메인 데이터베이스 관리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앞으로 도메인 발급 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경우 전체 규모를 따져보면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EU측이 미국의 또 다른 독점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은당연하다. EU측은 미국의 안이 제네바에 본부를 둔 등록위원회(CORE·Council of Registrars)의 안과 배치된다면서 『미국은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상 EU측이 지난해 연말 발표한 방안은 새 도메인 기구를 유엔 산하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아래 두면서 shop(상품판매·쇼핑몰),firm(사업, 회사), web(웹관련기관), arts(문화·예술), rec(오락·예술), info(정보서비스), nom(개인, 학명) 등 7개 최상위 도메인을 추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CORE 집행위원회의 지그프리드 라겐바흐 독일측 대표는 『이미도메인을 관장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다 준비된 상태』라며『지금까지 모두 23개국에서 수천개의 도메인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한국전산원이 이들 도메인에 대해 선착순 신청을 받은 바 있다.그러나 미국 또한 이러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순순히 남에게 넘길리 만무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클린턴 행정부는유럽의 제안에 대해 늘 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의 속마음은 국제기구에 덜 의존하는 시스템이기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인터넷 헤게모니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다.미국은 그러면서도 워낙 EU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3월초『그린페이퍼는 단순히 안(案)에 불과할 따름』이라며 『관련 기관으로부터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한걸음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인터넷 주도권을 둘러 싼 미·유럽간의 힘겨루기 결말은 어떻게 날것인가. 전문가들은 어차피 양자간의 입장차이가 첨예한 만큼 양측안이 공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세계 권투 기구가 WBA, WBC,IBF 등으로 나눠져 있는 것처럼 인터넷 도메인도 결국은 미국과유럽방안의 2원화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른 기술적 문제점은 전혀 없다는 것도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하는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