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를「황제」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제국」으로 만든 요인은 무엇일까.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도스나 윈도 등의 운영체제』라는 정답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또 하나의 결정적 이유는 바로 Copyright, 즉 저작권이다. 한 번 생각해보라.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빌 게이츠가 돈방석위에 올라 앉았을 것이며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어떻게 지금처럼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인가. 얼마전 용산의 일부 컴퓨터 조립업체들이 윈도95를 불법복제해오다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함정 단속에 걸려 곤욕을 치른 사건은 빌 게이츠의 오늘을 있게 만든 극히 작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저작권은 창의적 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금전적 소득도 보장해주는 사회적 장치다. 존치해야 마땅한 제도라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한 거대기업이 거칠 것 없이 독주하는데 따른 우려가 점점 증대해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Copyright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로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저작권반대 움직임」, 이름하여「Copyleft」라는 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Copyleft가Copyright에서 「권리」라는 의미로 사용된 right를 「오른쪽」으로 보고 그 반대인 left를 붙임으로써 Copyright를 희화화하고자하는 의도임은 쉬 짐작할 수 있다.Copyleft는 사실 최근에 일어나기 시작한 운동은 아니다. 지난83년 미 MIT대 인공지능 연구소의 리처드 스톨맨이라는 연구원이유닉스(버클리대와 AT&T사가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의 한 종류로서그 이후 다양한 변종이 나왔다)에 기반한 무료 운영체제를 만들 생각으로 「GNU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Copyleft의 기원이다. 스톨맨은 GNU 일반공개 라이선스(GNU General Public License :GPL)라는 원칙을 세워 어느 누구든지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조건은단 하나, 소스코드를 수정했거나 소스코드를 이용해 새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면 반드시 일반에 재공개(원시코드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스톨맨이 이러한 아이디어를 내게된 계기는 소프트웨어의 상업화때문이었다. 컴퓨터를 다루는 학교나 연구소 등에서는 그 전만해도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경향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소프트웨어를 상품화하는 회사가 늘어나자 종전의 「아름다운 분위기」는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톨맨은 이러한 기류에 저항해 「무료소프트웨어재단(FSF : Free Software Foundation)」이라는 조직을결성, 소프트웨어의 공유라는 정신을 이어나가고자 한것이다.GNU 프로젝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실로 벅찬 호응을 받았다. 숱하게많은 소프트웨어들이 공개되었으며 이들은 전세계에 산재한 뜻있는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갈고 다듬어졌다. 운영체제인「리눅스(Linux)」를 비롯해 웹서버「아파치(Apache)」, 프로그래밍 언어「펄(Perl : Practical Extraction and Report Language)」등이 GNU에 힘입어 성장한 대표적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리눅스 운영체제, 윈도NT위협우선 리눅스의 경우를 보자. 리눅스는 핀란드 헬싱키 대학생이었던리누스 토발즈가 89년에 개발한 「미닉스(Minix)」를 전신으로 한다. 미닉스는 유닉스의 변형으로서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는데 사용되었으며 토발즈는 이 버전이 개인용 컴퓨터에서 실행되기를 희망했다. 그 이후 전세계의 프로그래머들이 달려들어 이 소프트웨어를발전시킨다. 개발자인 리누스와 유닉스에서 이름을 따온 리눅스는 현재 6백만으로 추산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도스와 윈도, NT에 이은제2의 운영체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연 1백%를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1천만 돌파가 확실시 된다.최근 유닉스에 이어 윈도95 및 NT4.0용 베타판이 출시됨에 따라 보급 추세는 보다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약 5만의 사용자가 있으며 리눅스코리아(www.linuxkorea.co.kr.) 등의 기업이 기술지원을 하고 있다.리눅스가 겨냥하고 있는 일차 경쟁대상은 윈도 NT다. 웹은 물론이고 전자우편, 방화벽, 파일공유 서비스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데다 윈도NT에 비해 워낙 가격이 「저렴」(초기 설치라든가 매뉴얼,A/S 등 비용이 아주 안드는 것은 아니다)하기 때문에 리눅스 진영은 장래를 낙관하고 있다. 이미 애플, DEC, HP등 굴지의 회사들이리눅스를 이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는영화 타이타닉의 화면처리를 담당한 프로그램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일부 언론에서는 『제작비 문제로 침몰할지도 모르는 타이타닉호를 리눅스가 구했다』고 평가할 정도다. 리눅스의 탁월한 기능과저렴한 비용을 웅변해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권력나오는 정보」 … 물줄기 바꾸기아파치 웹서버(하드웨어로서의 서버가 아니라 서버를 구동시키는소프트웨어 : HTML 문서를 인터넷상에서 볼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의 발전 과정 역시 리눅스와 동일하다. 아파치는 95년 1월 공개된 미 국립 슈퍼컴퓨팅응용프로그램센터(NCSA)의 웹서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일단의 프로그래머들에 의해 소스코드가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1년쯤 지났을 무렵에는 원래의 소스코드는 완전히 바뀌게 되고 급기야는 원전이었던 NCSA의 시장점유율을 앞지르기에 이른다. 오늘날 아파치는 시장점유율 50%를 넘나드는 최고의 웹서버로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고 윈도 NT의인터넷정보서버(IIS)가 20% 정도의 점유율로 그 뒤를 쫓고 있다.펄 언어는 래리 월이라는 프로그래머가 87년 GPL 아래에서 공개한소프트웨어다. 역시 초기에는 유닉스를 기반으로 했으나 지금에 와서는 윈도 등 거의 모든 운영체제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배우기 쉽고 문서 처리능력이 뛰어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GNU 프로젝트는 최근까지도 가장 반(反) GNU 격이었다고 할 수 있는 넷스케이프사가 브라우저 소스 공개를 결정함으로써 그 절정에달한 느낌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세에 견디다 못한 넷스케이프측이 리눅스 등의 발전 모델에 착안,전세계의 두뇌들로부터 힘을 빌리고자 구원을 요청한 것이 바로 이번 결정의 배경이기 때문이다.리처드 스톨먼은 지난 90년 카피레프트 운동으로 맥아더 재단에서주는 「천재적인 작업에 주는 연구기금」을 수상한 바 있다.「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평까지 듣는데서도 알수 있듯 카피레프트 운동의 요체는 결국 정보를 공유하자는 정신이다. 과거에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앞으로 권력은 정보에서 나온다고 한다. 비단 미래학자들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자가 조직을 장악하고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미뤄알 수 있는 일이다. 카피레프트는 이러한 점에서「예정된 길로 나아가고 있는 세계질서」에 대한 일종의 「물줄기 바꾸기」 노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