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몇주일간 한국 은행들이 직면하고있는 도전적인 과제들에 대해 지적해왔다. BCG는 첫번째 주제로 금융 부문의 약점이 전반적인 경제 위기의 핵심이라는 것과 금융 산업에서의 위기 해결이 전체 위기 극복을 위한 선결 과제라는 점을지적했다. BCG는 이 첫번째 논의 이후에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한핵심 요소에 다음의 세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왔다.◆ 부실채권과 자산 디플레이션 관리위기는 근원적으로 부실채권과 자산 디플레이션를 통해 금융기관의존재를 위협하며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부담을 가하고 대규모의 부채 상각을 강요한다. 은행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굿뱅크를 배드뱅크(은행의 부실채권을 떠안아 해결하는 조직. 130호 40∼42p참조)로부터 조직적으로 분리하고 부실채권 규모를 빠른 시일안에정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이런 방향으로 긍정적인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책정해놓은 대손충당금의 절대적인양이 과거의 부실여신를 덮을만큼 충분한지는 확실하지 않다. 은행은 종종 새로운 자본의 유입을 필요로 하게될 것이다.◆ 조직 및 비용 구조 재편성부실채권과 자산 디플레이션이 가해오는 위협을 극복하고 난 이후에는 내부 조직과 비용구조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 은행들은 지금까지 주로 일본이 시행해온 방법을 따라왔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듯 이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은행 조직의 현재 문제점은 고객과 상품에 대한 집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모델이 돼왔던 일본은 기능적으로 많은 관료조직과 강력한 본사, 계획과 조정을 통한 중앙의 규제, 대규모의임직원 군단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의 은행은 고객과 상품군에 대한 집중과 능률적이고 슬림(Slim)화된 관료 조직, 본부와지점간의 변화된 상호관계, 감원을 통해 줄어든 비용 등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다. 오랫동안 7천∼8천명의 직원들로 운영돼온 은행들도 일단 조직과 프로세스가 재조정되면 실질적으로는 단지4천∼5천명 정도의 직원이면 은행이 충분히 운영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신한은행이나 외환은행과 같은 선두은행들은 실질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실행해왔지만 비용 절감 과제는 앞으로 당분간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 할당과 리스크 관리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신용 할당 과정을 재조정하고현대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은행을 보증해온 반면 은행에 대해 상당한 양의 대출을 지시해왔고그럼으로써 은행은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거의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달라질 것이다. 일본의 사례는 은행도 망할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BCG는 한국의 주요한 시중 은행들이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기법을 가능한한 빨리도입한다면 부도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렇다면 지금까지 논의해왔던 은행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음에는 어떤 과제가 대두되는가.돈은 성장하면서 수익을 낳는다. 이 주제는 아마도 대부분의 한국은행들에 있어서는 2∼3년이 지난 미래에 풀어야할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과거의 고도성장 시대와는 달라질 성장 시나리오의 주요한 요소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성장을 이끄는 요소첫번째 요소는 고객 집중(Customer Focus)이다. 어떻게 집중해야빠르게 성장하는가. 모든 고객(고객이 곧 성장의 기회다)을 각각다 좇아가는 것은 아무리 큰 은행이라도 불가능하다. 이런 노력은전세계의 존경받고 역량있는 금융기관의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미쳐왔다. 차별화되고 각기 다른 전략을 추진하는 은행만이 가장유망한 고객군을 찾아내고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개의 고객군 중에서 가장 올바른 고객 그룹을 선택하는것이 성패를 가르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어떤 고객군이 가장 매력적인가. 대답은 은행이 지켜온 전통과 역량에 달려있다. 어떤 은행은 기업에 대한 대출 업무가 가장 덜 매력적인 분야라 하더라도 이업무에 주력하는 것에 만족할 것이다. 중소기업 위주의 금융시장과소매 자본시장, 국내 자본시장, 개인 고객을 겨냥한 금융사업, 자산 관리 등과 다른 여러 가지의 전문 분야가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할 유망 시장으로 기대된다.은행은 집중함으로써 강점(Advantage)을 구축할 수 있다. 성공적으로 전문분야를 개척하면 리스크를 반영, 이자율을 결정하는 기법이나 상품 개발, 고객에 대한 이해, 분야별로 차별화된 유통경로, 집중된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전문적인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은행이 이뤄온 좋은 실적에 대한 소문이퍼져나갈수록 강점은 자체적으로 더욱 강화된다. 자산 관리 업무에서 강점을 쌓아온 미국의 한 금융기관은 이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된다. 이 금융기관은 자산관리에서의 강점을 무기로 일본과 같은 시장에서 규제완화가 진전됐을 때 경쟁업체보다 더 우월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성공적인 은행은 누가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고객인지 이해하고 그들에 대해 더 많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관계를 발전시킨다.대부분의 은행은 20% 정도의 고객으로부터 전체 수익의 80%이상을벌어들인다. BCG가 컨설팅했던 어떤 은행은 전체 고객의 상위20%로부터 수익의 95%를 벌어들였다. 반대로 하위 30%의 고객은 단지 수익의 1%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었다. 또 이 하위 30% 고객들에 쓰여지는 비용은 이 고객들이 올려주는 수익의 4배에 달했다.소매 금융과 중소기업 업무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객이 가져다주는 수익성과 고객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는 고객 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또 직원들이 정보통신 시스템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는데 정보통신 시스템은 교차판매(Cross-sell)의 기회와 타깃 마케팅 노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각 지점과 고객군별로 목표를 세우고 교차판매 비율(한 고객에게 판매한 상품의 수)을 측정해야 한다. 한국의 은행들은 교차판매를 수행하는데 있어 많은 역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잘하는 은행이 못하는 은행보다 약 2∼3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교차판매는 은행이 제공할 상품의종류가 늘어남에 따라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은행은 성장과 수익에 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재조정에서의 핵심은 새로운인센티브(Incentive)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예금 목표량과 같은 단순히 양적인 목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다. 최근 선두 은행들은업무 목표와 보상체계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첫번째 단계는 돈의 할당과 목표 고객에 대한 서비스, 세분화된 고객에 대한 침투 등에 관해 은행이 어느 정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시스템 조정과 커뮤니케이션, 실행, 모니터링 등의 문제가 대두된다. 이런 일들이 사소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은행이 새로운 인센티브 시스템 모형을 도입하고 조정하는데는 몇달의 기간이 걸릴 것이다.은행의 성장에서 인수와 합병(Mergers and Acquisition:M&A)이 차지하는 역할도 커질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대규모 합병이 일어날 개연성은 매우 높다. 집중과 강점의 면에서 M&A가 무엇인가를더해줄 수 있다면 추구돼야 한다. 특정한 지리적 지역에서 위상을강화하기 위해 개별적인 지점(국내든 국외든 간에)을 교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경쟁업체로부터 자산을 사들이거나 프로세싱 센터와 같은 거점을 경쟁업체와 공유하는 것은 또 어떤가. 신용카드나 보험과 같은 계열 사업을 통합하는 것이나 경쟁업체에 신탁자금 사업을 맡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국제적인 확장(InternationalExpansion)은 성장을 위한 방안으로 한국의 선택적인 몇몇 은행들에만 유효할 것이다. 종종 인용되는 시티뱅크의 예는 오히려 예외에 가깝다. 국제적인 확장은 전형적으로 가장 위험한 리스크를 선택함으로써 더 많은 지역에서 위상을 구축하는 것으로 연결된다.한국의 은행들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심지어는 미국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으로 인한 어려움이 한국으로 파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모든 은행들이 해외에서 유의미한 존재로 활동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등 몇몇 은행만이 실질적으로 해외에서 성장할수 있고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은행들은 해외로 확장해야만 한다는 내부의 의견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미래의 성장은 무엇이 다른가. BCG는 미래의 성장이 세가지 면에서과거의 성장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적인 급성장은 사업과고객으로부터 발생하는 리스크 및 이익간에 균형을 맞추는 수익성있는 성장으로 대체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고객이나 상품이 창출하는 수익성이 어떤 것인지 거의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이를 추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고객과 상품에 대한 무지는 정부보증이 있는 명확한 확실성의 세계에서만 유효하다. 물론 프랑스의크레딧 리요네의 급팽창과 부분적인 실패에 의해 증명돼온 것처럼한국 은행만이 급격한 양적 성장을 추구해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CG는 한국의 은행들이 실적을 측정하고 모니터할 수있는 수단과 인센티브를 도입함으로써 규모와 수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두번째 다른 점은 국내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 해외에서의 기회를추구하는 은행이 더욱 적어질 것이기 때문에 성장이 좀더 지역적인것이 될 것이란 점이다. 몇몇 선두은행들은 분명히 해외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지할수 있는 은행의 숫자는 2∼3개로 제한될 것이다.마지막으로 M&A 활동들이 내적 성장을 보완할 것이다. 위에서 개략한 것처럼 대규모 합병이 유일한 선택은 아니다. BCG는 오히려 은행들 사이에서 중소 규모의 M&A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이 글은 위기가 극복됐을 때 성장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가질 것인가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BCG는 물론 현재 한국 은행에 가장 시급한 과제가 단기적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자본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많은경우에는 새로운 자본의 유입도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부실채권과자산 디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은행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비를 줄이고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며 역량을 발전시켜야 한다.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의 핵심 요소들이 수행된 후에는 새롭게 발견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주요한 관심을 고객 영역으로 돌려 경쟁에뒤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조정프로그램은 만 2년이 걸릴 것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6∼12개월안에 은행들이 고려해야할 사안도 많다.위기와 관련된 문제들이 해결된 이후에는 은행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이 부문은 브랜드(Brand)가 효력을 발휘하는 영역이다.고객은 차별화된 시장 접근법을 인식하고 또 이에 가치를 두게 될것이다. 은행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보호하는데 투자하고 브랜드의가치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브랜드 관리는 업무 수행우선권에서 밀려왔다. 미국의 체이스은행은 이런 인식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별 은행에 대한 경로가 분명해짐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고 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졌다.고객 충성심(Costomer Loyalty)은 어떤 의미에서 브랜드 관리와 연결돼 있지만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래의 고수익 고객이분명해짐에 따라 은행은 고수익 고객의 충성심을 구축하는데 투자해야만 하게 됐다. 고객 충성심을 구축하기 위한 수단에는 이자율및 마진 결정, 마케팅, 상품 개발, 영업 강화 등이 있다.한국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위기는 경쟁업체보다 더 빨리 구조조정사이클을 완성하는 은행들에 도약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제를 실천하는 선두주자들은 시계의 진자가 궁극적으로는 고객과 성장, 수익, 혁신(Innovation) 등에 대한 집중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 과제들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결과를 산출하기 시작하는 즉시 은행이 관심을 쏟아야만 할 가장 중요한 업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