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시장규모가 2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학습지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IMF사태로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기존의대형 업체들이 흔들흔들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은 이미 문을 닫은상태다. 여기에다 학습지 회사들의 회원확보 경쟁이 도를 넘으면서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의 경우 국내외 유명 업체의 교재를 일방적으로 모방, 업계 질서마저 어지럽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지난 14년간 학습지 분야에서 외길을 걸어온 (주)영교의 조은상 사장(53) 역시 이런 업계 움직임 때문에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교육사업인만큼 무엇보다 상도덕이 중요한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조사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불건전한 업체보다는 건전한 곳이 훨씬 더 많고, 교육사업의 전망 또한 밝다고 굳게 믿는다. 최근 사업을 확장하면서 제2의 창업을 선언한 것도 이런 확신이 큰 밑거름이 됐다.조사장은 업계에서 정도경영의 대표주자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주)농심 등을 거치며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 지난 85년 「영재수학」을 들고 교육사업에 뛰어든 이후 은행돈은 단 한푼도 쓰지 않았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는 차입경영에 의존하기보다는 거북이처럼우직하게 달려온 셈이다.물론 여기에는 업종의 특성상 어음보다는 현금거래가 주를 이루는까닭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조사장의 경영방침에서 비롯됐다는편이 옳다. 조사장은 외형보다는 내실을 중시한다. 그동안 사업확장의 유혹도 많이 받았지만 모두 뿌리쳤다.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시작한 다른 라이벌 업체들이 은행돈을 마구 끌어다가 새로운 학습지를 내고 전국적으로 지사를 늘리는 등 공격경영을 펼칠 때도 꾹참았다. 주변에서 너무 조심스럽게 사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무시했다. 결국 조사장의 이런 구두쇠식 경영은 IMF사태 이후 경제가 가라앉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그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외형보다 내실 중시 … 구두쇠식 경영조사장이 IMF시대에 공격경영을 할수 있는 원동력도 바로 여기서나온다. 조사장은 지난 5월 약 1년간의 준비 끝에 영교가족의 새계열사로 (주)아이파워를 세우고 「작은 키 큰 생각」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유아용 학습지를 선보였다. 특히 이 학습지는 세계특허를 받은 특수 인쇄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것으로 다른 학습지와차별화를 이루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인쇄는 몇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물만 닿으면 색이 사라지는인쇄, 펜이나 크레용으로 덧칠을 하면 색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인쇄 등이 있다. 예를 들어 동화책을 펴면 백지상태지만 그 위에크레용으로 덧칠하면 그림과 글씨가 나타났다가 잠시후 다시 없어진다. 이와 관련해 조사장은 싫증을 쉽게 내는 아이들이 「요술처럼 재미있게, 마술처럼 신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조사장은 「작은 키 큰 생각」을 내놓으면서 가격 면에서도 변화를꾀하고 있다. 기존의 학습지들은 보통 과목당 월 2만2천~3만2천원을 받는다. 반면 새 학습지는 전과목을 하나로 묶어 월 2만4천원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다른 학습지에 비해 적어도 2~3배는 저렴하다. 이를 위해 상담교사를 없애는 대신 지사를 모집해 적극 활용할방침이다. 결과적으로 상담교사의 인건비를 줄여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가격을 크게 내린 것이다.조사장의 꿈은 국내무대를 탈피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이번에 사업을 확장하면서 처음 뛰어든 문구와 팬시분야를 주축으로 동남아를 집중 공략한 다음 지역을 차츰 넓혀간다는 계획을세워놓고 있다. 물론 승산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무엇보다 제품의 경쟁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02)706-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