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를 몰고 판문점을 거쳐 북한을 방문한다고 한다. 이번 방북 때에는 통상적인 경협과는 달리 북한의 식량난을 원조하기 위해 서산농장에서 사육 중인 소 1천 마리를 북한에 농사지원용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예회장의 이번방북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실무조사단이 북한을 방문, 북한과의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돌아온 뒤에 전격 발표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한 정부가 대북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시사한 시점에 맞추어 나온 것이어서 향후 남북관계 특히 경제분야의 교류에물꼬를 트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최근 정부는 불안정한 남북간의 관계를 평화공존의 관계로 전환시키고자 실현 가능한 분야부터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정하였다. 즉 정부는 첫째, 남북간 전쟁억제를 위한 확고한 안보태세를 유지함으로써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무력도발 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며 둘째, 북한의 내부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압박정책이나흡수통일정책을 배제하고 셋째, 가능한 분야부터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의 대북정책 3원칙을 발표하였다.특히 정부는 남북간의 경제협력을 정경분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활성화하기로 추진방향을 설정하였다. 남북경협에 대한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하고, 대기업 총수등 기업인의 방북을 규제하던것을 대폭 완화, 사실상 자유화하기로 했다. 대북투자시 1백만달러이하인 경우에만 허용하던 위탁가공설비의 반출제한도 철폐하였다.대북투자 품목은 지금까지 허용분야만을 인가하던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에서 허용대상 이외의 분야를 정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시스템」으로 바꾸기로 했다. 최대 1천만달러로 억제해 오던 대북한 투자규모의 제한도 완전히 폐지하여 그동안 경공업, 사회간접시설, 서비스 분야 등에 대해 시범적으로 허용해온 대북투자사업을일부 방위산업과 중공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방했다.◆ 기업, IMF극복차원서 대북경협 관심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통미대남(通美對南)식 외교정책, 북한식 정경분리정책 등을 통해 한국정부를 압박, 소외시킴으로써 반사적인이익을 얻는 기존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신정부의 적극적인 정경분리정책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이 크게 보장됨에 따라 한국정부를 배제해 왔던 북한식의 정경분리정책이 더이상 실효성을 갖기 어려워지게 됐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대북한접근이 남북관계를 해치지 않는 한 이들 국가의 북한 접촉과 관계개선을 허용한다는 정부의 자신감있는 대외정책으로 인해 오히려한국-미국-일본 간의 자발적인 공조를 강화, 북한의 통미대남식 외교정책의 실효성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IMF체제의영향과 아시아 경제위기로 남북교역이 위축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축소 등으로 북한경제는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져 남북경협에 대한 북한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실패는했지만 지난 4월 북경에서 열린 남북당국 대표회담에서 북한측이비료 20만t의 조기지원을 요구한 것이 이를 잘 반영해준다.앞으로 북한은 대한국 정책에서 점차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경제연구원은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남북간의 정치적 대립과 적대관계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실리추구를 위해 제한적으로남북대화를 수용하고 경제협력을 받아들이는 불완전한 평화공존 정책으로 점진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내다보았다.즉 북한은 유례없는 식량난과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외부의 지원없이 자체적인 노력으로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는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적인 실리를 얻기위해서라도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할 필요성이 크며,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은 불완전하나마 평화공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자연스럽게 개선될 가능성이높다. 더욱이 평화공존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정경분리라는 대북정책이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가로부터 지지를얻고 있어 남북경협의 경제외적인 환경은 대폭 개선되었다고 할수있다.기업들도 IMF사태에 따른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북한경협사업을 유지 또는 확대할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IMF체제 극복을 위한 국내사업의 구조조정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남북간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대북 경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다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기업들은 IMF체제의 영향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의 침체 속에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외형확대의 팽창추구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향으로의 전환을 고려한다면 과거와 같은 단순한 홍보차원의 사업 또는 시장선점 차원의 대북한 투자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한의 지속적인 경제침체로 남북경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등 전반적인 기업운영 환경이 아주 미미한 수준을 보이고 있어 경제적인 부문에서의 투자여건이 단기적으로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렇다면 남북경협은 어느 분야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것인가. 우선남북한 경제간의 상호보완성이 큰 섬유 의복 등 경공업 업계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진출노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북경협을 위한 정부 및 민간부문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남북대화가 정례화되는 정도로까지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북한의 식량난 완화를 위한 비료 농약 등을 비롯한 농업부문과 음식료부문, 수산물 가공부문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한 SOC부문에서도 활발한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농업·음식료·수산물 가공무문 활성화이제 남북경협이 증시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자. 최근 증권시장은전반적인 체력의 약화 속에 외국인들의 시장지배력이 커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증권시장의 주요 관심사로는 금융권과 기업의 구조조정이 크게 부각되고 있어 당장 남북경협이 증권시장에서 핵심테마로 부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미 양국의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한국의주도권과 4자회담에서의 진전을 통해 향후 수개월 혹은 1년 내에남북관계가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진전과 남북경협의 본격화는 그리 먼 시점의 얘기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남북경협관련 테마의 부상에 예의 주의를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대그룹이 지난 3월 북한으로부터 철도차량을 임가공형태로 반입한 것을 계기로 자동차 전자부품 등으로 임가공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금강산 개발계획도 적극 추진하기로했다. 삼성은 의류부문의 임가공사업 수준을 전자 정보통신 등 북한 통신현대화 사업부문까지 넓히기로 했다. LG그룹도 컬러TV 조립등 가전제품의 임가공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우그룹은 현재 가동중인 남포공단내 3개 라인의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롯데제과의 제과공장, 한화의 PVC장판제조공장 설립을 계획하고있으며 녹십자 태창 코오롱 등도 대북한 투자를 추진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