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국 사람들하고 싸우지만 그래도 한국 사람 때문에 행복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한국인에게는 휴메인(Humane :인정있는)이 있어요. 그래서 거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줍니다. 한번 친구면 죽을 때까지 친구예요.』PCA개발이라는 작은 무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인 피에르 코헨·아크닌(40) 사장의 「한국론」이자 그가 18년째 한국에서 살고있는 이유다. 한국에 오래 살면서 좋지 않은 일, 또 배신이라고 할만한 일도 적지 않게 겪었다. 그렇지만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끊이질 않는다.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든 셈이다. 7년전에 한국여자와 결혼, 장모를 모시고 두 아들 키우면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처럼」 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코헨·아크닌 사장은 81년 프랑스대사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이 너무 재미있고 좋아서」 그는 1년 6개월간의 근무가 끝난 뒤에도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고 그냥 한국에남았다. 한국에 남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부모님도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라』며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대사관 근무가 끝난 뒤 잠깐 프랑스에 돌아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형에게서 사업 자금으로 3만프랑(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약 4백만원)을 빌려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4백만원의 돈은 비행기표로 70만원 쓰고 13평짜리 아파트 월세 1년치를 미리 내고 나니얼마 남지가 않았어요.』코헨·아크닌 사장은 원래 무역업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첫 2년동안에는 단 한건의 수출입 계약도 성사시킬 수가 없었다. 코헨·아크닌 사장은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고 당시의 일을 회상한다. 결국 그는 「알리앙스 프랑세즈」라는 학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며 2년간을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85년에 드디어 첫 수출 계약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옷을 유럽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이었다.『일단 계약 하나를 성사시키고 나니 잇달아 일거리가 쏟아져 들어오더라구요. 그후부터 사업이 너무 잘 돼 갔어요. 처음에 2백만달러 수출하고 그 다음해에 8백만달러, 또 그 다음해는 1천8백만달러그리고 88년 서울 올림픽때는 3천5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어요. 그때가 사업이 가장 잘 되던 때였습니다.』그러나 사업은 88년을 정점으로 급작스럽게 기울기 시작했다. 한국의 인건비가 너무 올라 바이어들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직원들도 문제였다. 코헨·아크닌 사장에게는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뒤 문제가 있는 옷을바이어들에게 넘기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자연히 바이어들의 클레임은 늘었고 계약 건수는 급감했다. 89년의 경우 전년보다 수출량이 80% 가량이나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수출이사가 회사 돈을모두 챙겨 도망가는 사건까지 터졌다.『그때 너무 힘들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어요. 그래도 다시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정비했습니다. 17명의 직원 중에서 문제가 있는 직원을 해고하고 5명만 남겼습니다.』코헨·아크닌 사장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뛰었다. 『인생의 목표를 돈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돈 잃어버린 것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을 떠나는 바이어들이늘어나자 다시 새로운 단안이 필요하게 됐다. 옷 수출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어렵겠다고 판단, 90년부터는 수입에도 손을 댔다. 압축기 등과 같은 공업용 기계류와 공업용 화학약품을 수입하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코헨·아크닌 사장은 시기에 따라 수출입 품목을 바꿔가며 계속 무역업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주로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으며 수입은 시가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벌이는 88년만큼 좋지는 않다. 시가는 코헨·아크닌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기호품으로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한때 돈을 아주 많이 벌었던 적도 있지만 대부분 재투자하는데써서 모아 놓은 돈은 별로 없어요. 저는 원래 비즈니스 체질은 아니에요. 운동이나 그런 것이 취향에 맞아요. 그리고 돈에 큰 욕심도 없고요. 그런데 이제는 40고개를 넘은데다 두 아들도 있고 해서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코헨·아크닌 사장은 사업 외에 4년전부터는 중앙대에서 마케팅 강의도 하고 있다. 정경대학 광고홍보학과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광고기획론을 영어로 가르친다.『한국 학생들, 별로 열심히 공부 안해요. 그래도 학점 나쁘게 나오면 굉장히 싫어해요. 그래서 학생들이 시험지를 거의 백지로 내도 C학점은 주는데 외국 대학에 비해 너무 너그럽게 주는거예요.』코헨·아크닌 사장은 한국에 애정을 가진만큼 한국에 대한 따끔한비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을 좋아하지만 한국은 고칠 점도많은 나라』라는게 코헨·아크닌 사장이 18년간 한국에서 살며 느낀 소감이다.『한국 사람들은 릴랙스(Relax)할 필요가 있다』는게 코헨·아크닌사장의 지적. 한국 사람들은 너무 여유가 없고 조급해서 마음을 편안히 갖고 다른 사람에 대해 좀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그는 한국의 문제점을 가장 적나라하고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이번 월드컵대회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차범근 감독을 해임한 일을들었다.『차범근 감독을 그런 식으로 해고한 것은 정말 잘못이에요. 한국에 그 사람만큼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이 축구를 아는 차감독을 해고시킨다는 것도 넌센스고 축구 진 것을 차감독 책임으로 다 돌리는 것도 문제예요. 이것은 아주 작은 문제지만 이 문제를 보면 한국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코헨·아크닌 사장은 『국가는 현대나 삼성, 대우같은 기업들 또는몇몇 영웅들로 이뤄진게 아니라 바로 보통 사람들로 이뤄진 것』이라며 『한 사람을 그런 식으로 심하게 몰아세우는 국가는 클수가없다』고 강조한다.코헨·아크닌 사장은 또 한국인이 체면과 자존심을 너무 내세운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가 너무 똑똑해서인지 다 우두머리만 되려고 한다』는 것. 특히 정치가들이 소속당을 아무렇지도않게 바꾸는 것이나 한 당에서 서로 후보로 나서겠다고 싸우는 행태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한국 사람들은 에고(Ego:자아)가 너무 강해요. 처음에 경제 개발을 시작할 때는 이런 에고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어느 수준에 오른 후에는 이런 작은 에고(소아:小我)는 버려야 합니다. 더 크게봐야죠. 저는 한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 문제도 결코근원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