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 댈라스공항에 내린 박상준씨(44)는 녹초가 됐다.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미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도착할 때까지 20시간이 넘게 걸렸다.미국에서 5년동안 산 경험이 있었지만 중부지방은 처음이었다. 풍경과 지리가 낯설었다. 차를 한대 빌렸다. 손에 든 것은 바이어주소와 전화번호뿐. 물어 물어 바이어를 찾아서 차를 몰았지만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수 없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건 끝없이 이어지는 황무지 뿐. 차로 6시간 이상 달렸지만 도저히 어느 쪽인지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핸드폰도 없었고 공중전화도 찾을 수 없었다. 날이 저물자 차를 도로 한쪽에 세웠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깊은 잠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몇시간이 지났을까. 창문을 두드리는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경찰관과 순찰차가 보였다. 경찰관은왜 여기서 잠을 자느냐며 이곳은 강도를 당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곳이라고 얘기했다. 경찰관은 박사장의 얘기를 듣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한시간 이상 에스코트를 받고서야 마침내 바이어 업체를 찾을 수 있었다. 바이어와 만난 것은 약속한 날짜보다 만 하루가 지나서였다. 다시 눈을 비비며 4시간 동안 상담을 벌였다. 가까스로 따낸 주문은 고작 2만달러어치. 하지만 날아갈듯 기뻤다. 창업이후 첫 수출주문을 받은 것이다.귀국한 뒤 정성껏 자동도어폐지기(도어클로저)를 만들어 선적했다. 도어클로저는 문에 부착돼 자동으로 문을 닫히게 하는 장치.처음에는 빨리 닫히다가 15도 정도를 남기고 서서히 닫히도록 고안된 제품이다. 박사장은 얼마후 다시 댈라스공항으로 날아가야 했다. 바이어로부터 클레임이 제기된 것. 작동이 제대로 안된다는게이유였다. 다시 그곳을 찾아 자세히 제품을 살펴봤다. 유압장치가정교하게 가동하지 않아 문이 쾅 닫히는 등 문제가 생겼다. 설상가상으로 협력업체까지 도산해 문제가 생겼다. 주요 부품을 가공해줘야 조립해서 내보낼텐데 납기를 지킬 수 없었다. 바이어에게 양해를 구했다. 기술진을 보강하고 설계도를 다시 점검하는 등 치밀한작업끝에 정교한 제품을 다시 만들 수 있었다. 이번에 생산한 제품은 정밀도가 1미크론에 해당하는 등 매우 우수했다. 무기를 만드는수준이었다. KS와 ISO9002 UL등 각종 품질인증규격도 획득했다.바이어는 매우 흡족해했다. 굿맨인터내쇼날의 이름이 점차 미국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라스베이가스의 MGM호텔이나 몬테카를로호텔등 굴지의 호텔이 이 회사 제품을 사용했다. 건설업자들이 이 회사이니셜인 GMI가 새겨진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서로 총판권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박사장은 미국을 5개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1명씩 총판사업자를 정했다. 이어 해마다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인 뒤미국내 호텔에서 제품설명회를 가졌다. 어떤 도어에 어떤 도어클로저가 좋은지를 설명했다. 컴퓨터나 정보통신제품에 대해 제품설명회를 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일개 건축자재 때문에 여는 설명회는매우 드문 일이었다. 이는 바이어나 수요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안겨줬다. 바이어가 요구하는 사양의 제품을 만들기만 하던 기존의도어클로저업체와는 달리 수요자를 리드하는 경영기법이었다.박사장은 해외시장개척에 주력했다. 94년 창업한 뒤 96년 5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고 97년엔 2백66만달러를 실어냈다. 올핸 5백만달러. 내년엔 1천만달러를 목표로 잡고 있다. 수출지역도 전량 미국이던 것을 유럽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했다. 올상반기엔 미국 60%유럽 30% 동남아 10%로 변했다.해외시장에 승부를 건 것은 국내 건자재시장이 가격경쟁의 이전투구 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박사장은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라도 자사제품을 사려면 현금을 내도록 했다. 그것도 국내시판되는 타사제품보다 2배가량 비싼 가격으로. 그렇지 않으면 아예팔질 않았다. 배짱으로 장사하는 것은 품질에 자신이 있는데다 수출만 해도 물량을 소화하기가 힘들기 때문. 수출땐 내수가격보다훨씬 비싸게 받는다. 또 품질을 믿기 때문에 2~3년동안 보증하는타사와는 달리 10년간 품질을 보증하며 제품 1개에 불량이 생기면2개를 준다는 「투포원 개런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굿맨인터내쇼날의 종업원은 60명. 하지만 연구개발에 어느 기업보다 과감하게 투자한다. 매출액대비 연구개발투자비율이 15%에 이른다. 이는 자동도어폐지기가 고도의 정교한 가공과 유압기능을 요구하는데다 다양한 신제품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10여종. 이중엔 장애자용 특수도어클로저도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자가 문을 열고 나갈 때 빨리 닫히면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일단 열린 문은 1분 정도 지나야 닫히도록 설계돼 있으며 닫힐 때도 매우 부드럽게 움직인다.또 이 회사가 생산하는 도어폐지기에는 닫히는 속도가 정확히 조절될수 있도록 3~4중의 컨트롤장치가 달려 있다. 유압장치의 누유불량을 막기 위해 품질검사도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 수출제품에는자사로고인 GMI가 각인돼 있으며 이는 곧 품질보증마크로 이해될정도다.박사장은 광운공대 전자통신과를 나와 미국으로 건너가 전자장치를이용한 보안분야 기업체에 종사하며 공부를 했다.특히 그의 관심분야는 액세스컨트롤. 보안장치를 이용한 출입통제장치다. 귀국후 이 사업을 벌일 구상을 했으나 도어클로저 보급도재대로 안된 상황에서 출입통제장치 사업은 의미가 없었다. 도어클로저업체에 7년동안 근무하다가 창업했다.그는 우선 2000년대 초반까진 연간 2천만달러를 수출하는 중견업체로 키운 뒤 이 제품에 전자장치를 부착한 첨단도어클로저사업에뛰어들 계획이다.같은 도어클로저라도 리모트컨트롤이 가능하고 방범·방화기능도갖춘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 전자장치 컴퓨터가 결합된 21세기형제품이다. 이는 시큐리티산업과 연계돼 무궁무진한 사업성이 있을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