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뱅크」가 탄생한다. 총자산 1백5조원, 자기자본 4조원에 달하는 거대은행이 생겨난다. 탄생일은 내년 2월. 과도기 이름은 「상업한일은행」이다. 말로만 나돌던 슈퍼뱅크가 마침내 출현하는것이다. 배찬병 상업은행장과 이관우 한일은행장은 7월31일 두은행의 합병을 전격 선언했다. 합병방식은 대등합병. 비율은 실사결과정해진다.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은 크게 두가지 의미를 가진다. 우리도이제 세계 1백대은행을 탄생시키는만큼 금융산업이 질적으로 도약할 계기를 잡았다는게 첫번째다. 두번째는 다른 은행의 연쇄합병을유발, 금융산업지도를 송두리째 바꿀 기폭제가 됐다는 점이다.실제가 그렇다. 「홀로서기」를 선언했던 모든 은행이 이제 「합병이 아니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도3~4개의 슈퍼뱅크시대를 열기 위해 분주하다. 제2 슈퍼뱅크의 주인공은 조흥은행이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조흥은행은 이미합병작업에 들어갔다. 조흥은행을 둘러싼 조합은 다양하다. 당장외환은행과 주택은행이 꼽힌다. 외환은 내로라하는 국제금융특화은행이다. 소매금융에 일가견이 있는 조흥과 합할 경우 그 폭발력은상업한일은행 이상이다. 주택은행과의 합병도 마찬가지다. 조흥은특히 주택은행과의 합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성사가능성이 높은 편이다.하나 보람은행의 합병도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합병비율을 둘러싸고 난관에 봉착해 있는건 사실이다. 그러나 슈퍼뱅크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영원히 낙오한다는 조급함을 두 은행은 느끼고 있다. 하나 보람은행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장기신용은행도 조만간이들 은행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성공해야 진정한 슈퍼뱅크 시대그러나 대형은행이 단순히 합친다고해서 슈퍼뱅크가 되는건 아니다. 합병이 성공해야만 진정한 슈퍼뱅크시대가 열린다. 자칫 잘못하면 「실패한 실험」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 첫째 관건은 합병은행을 얼마나 빨리 건전화시킬 수 있느냐 여부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사실상 부실은행이다. 지난 6월말 현재 두 은행의 요주의이하 불건전여신은 14조8천3백52억원에 달한다.총여신(62조8천4백26억원)의 23.6%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이를 조기에 해소해야만 합병이 성공한다. 그러자면 정부의 대규모지원이 필수적이다.둘째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느냐다.두 은행의 성격상 시너지효과를 내기는 극히 어려운게 사실이다.두 은행은 똑같이 기업금융과 소매금융을 취급한다. 9백42개 점포도 대부분 중복된다. 직원 1만5천3백2명의 질도 엇비슷하다. 상호보완성이라곤 전혀 없다. 이런 어려움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극복하느냐에 합병의 성패가 달려 있다.셋째는 대량해고 후유증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다. 합병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대량해고는 필수적이다. 1만5천여명의 직원중 최소한 5천여명은 은행을 그만둬야 한다.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대량해고를 단행할수 있어야만 합병은 성공한다.문화적 이질감 치유도 슈퍼뱅크의 성패를 가름할 주요 변수다. 엇비슷한 은행간 합병은 자연스럽게 두개의 파벌을 만든다. 두 파벌이 으르렁거리면 합병을 안하느니만 못하다. 서울은행과 한국신탁은행의 합병이 실패로 끝난게 대표적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