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안에 들어서면 시장에 온 것처럼 왁자지껄하다. 이쪽 코너에서 불고기와 김밥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저쪽 코너에선 피자 스파게티와 갓 구운 빵이 고소한 냄새를 피운다. 건너편엔 생선초밥과김밥말이 그리고 푸짐한 과일과 각종 맥주들.벽엔 캐리비언베이를 연상시키는 해변풍경부터 아시아풍 인테리어프랑스나 스위스의 모습등 각국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즐겁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서울 역삼동에 자리잡은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의 풍경이다. 어느레스토랑과도 다른 모습이다. 마르쉐는 시장을 뜻하는 단어.7백40평의 넓은 공간에 이탈리아 스위스 아시아등 9개코너에서 1백40여가지의 메뉴를 선보인다. 게다가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음악 그리고 친구처럼 다정한 점원들의 서비스가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눈과 귀와 입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덕우산업(대표 신희호)이 운영하는 마르쉐는 신설 외식업체이면서 몇가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최소점포로 최단기간내 내점고객1백만명을 돌파했다. 마르쉐 점포는 역삼점과 분당 서현점 단 두개뿐. 96년7월 첫 점포인 역삼점이 문을 연지 2년만에 두개점포로 내점객이 1백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서현점은 97년말에 문을 열어사실상 역삼점 한개로 내방객 1백만명을 넘긴 셈이다. 외식업체 관계자들은 6개점포로 2년동안 영업할 때 1백만명을 넘어서는게 평균이라고 보고 있다.또 인터넷리서치 전문업체인 이손C&CI와 서울대 서비스연구회가 인터넷 소비자 리서치 패널그룹 회원 1천2백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패밀리레스토랑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외환위기이후 외식산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마르쉐는올해 흑자를 내는 몇 안되는 외식업체가 될 전망이다. 이같이 마르쉐가 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우리는 3F를 추구합니다. 이게 적중한 것 같습니다.』 창업자겸오너인 신희호 사장(40)의 설명이다.3F의 첫번째는 Fresh. 신선한 맛은 마르쉐가 가장 중시하는 것. 대부분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정해진 조리법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여러명이 분업화해서 조리과정에 참여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마르쉐는 다르다. 당일 배달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즉석에서 만든다. 핸드메이드된 음식맛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때 고객 한명 한명에게 각각의 조리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음식을 조리해 각 조리사의독특하고 신선한 손맛을 선보인다.두번째는 Friendly. 시장이라는 이름답게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시장에 가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나 재료를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르쉐는 유치원생에서 칠순 어른까지즐길 수 있는 음식이 마련돼 있다. 특히 젊은층에게는 최상의 무드와 음식을, 어른들께는 부담없는 재래식 분위기를 제공한다.세번째는 Front of your eyes. 음식을 고객이 보는데서 조리한다.보통 레스토랑은 주방을 볼수 없게 돼 있다. 기껏 일부만을 볼수있을 뿐이다. 내부가 청결한지 어떤 재료로 어떤 과정을 통해 음식을 조리하는지 소비자로선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마르쉐는 주방을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냈다. 레스토랑 한복판에, 그것도 아무런 칸막이 없이 음식을 요리한다. 고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음식이만들어지는 과정을 볼수 있다. 불위에서 지글거리는 음식을 보면서침을 삼킨다.◆ 신선한 재료로 다양한 메뉴개발 혼신신사장이 마르쉐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뫼벤픽과 손을잡은 것은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시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딴 그는 귀국후 집안에서 운영하는 서울역삼동의 호텔 아미가에서 부사장으로 경영수업을 쌓았다. 몇년동안 새로운 사업분야를 물색하던중 외식사업이 21세기 유망산업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기회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레스토랑도 그의 비전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틀에 짜인 레스토랑이 아닌, 뭔가색다른 레스토랑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 캐나다에서 살다온 친구를만나 담소하던중 토론토에 재미있는 식당이 있다는 귀띔을 들었다.그는 즉각 비행기를 탔다. 토론토의 마르쉐를 찾은뒤 무릎을 쳤다.생동감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레스토랑을 비로소 목격한 것. 귀국후즉각 취리히 뫼벤픽 본사에 라이선스 계약을 맺자고 팩스를 보냈다. 마르쉐는 출범한지 15년밖에 안됐지만 전세계 60개소에 프랜차이즈망을 갖춘 레스토랑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아시아에서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다. 뫼벤픽의 마르쉐 사업본부는 팩스를 받은뒤 무려 2년동안 한국시장을 조사하고 동시에 신사장의 경영능력과 의욕을 파악했다. 외식사업에 대한 신사장의 해박한 지식과 열정에 감동한 뫼벤픽의 결론은 오케이였다.뫼벤픽은 무엇보다 신선한 음식과 함께 메뉴의 자체 개발을 주문했다. 이른바 RDT(Research Development & Training)방식이다. 주메뉴를 뫼벤픽이 강요하지 않고 해당 지역 고객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스스로 개발해 내놓으라는 것. 특히 몇가지 메뉴로 영업을 하지 말고 가능한한 다양한 음식을 내놓되 2~3주 단위로 메뉴를 바꾸라고 주문했다.신사장은 유기농야채는 풀무원과 계약해 그날그날 배달받고 생선역시 지정업체를 통해 아침에 공급받고 있다. 또 연간 4천여종의메뉴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메뉴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이들 메뉴엔 스테이크에서 연어와 각종 해물요리 파스타 샐러드 초밥 크레페 바게트 케이크 피자에서 심지어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랑까지 있다.신사장은 서비스에도 대단히 큰 비중을 둔다. 너무 정중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경박하지 않게, 마치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하라는 것.종업원이 손님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선 종업원이 회사에 만족해야 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이에따라 고객만족에 앞서 먼저 종업원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린 경영을 하고 있다. 분기에 한번꼴로1백10명에 이르는 전 종업원에게 경영성과를 알린다. 매출 손익등.동시에 이익발생시 3분의 1을 종업원에게 환원한다는 약속도 하고있다. 이런 투명경영은 종업원이 스스로 얼마의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내야 하는지 또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점검하는계기를 만들기도 한다.이 회사의 백운흥 이사는 『음식의 질과 종업원의 서비스 등 종합적인 매장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분기에 한번꼴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를 운영하기도 한다』고 소개한다. 미스터리쇼퍼는 누구도 모르게 손님을 가장, 청결 상태와 음식맛 서비스 등을 체크하는 사람. 외부에 의뢰해 파견받기 때문에 마르쉐 종업원은 물론 경영자조차 누가 언제 왔다 갔는지 모른다. 다만 며칠후에수백가지에 달하는 항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서가 회사에 배달될뿐이다.신사장은 매년 2개 정도의 점포를 신규 개설, 마르쉐를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외식체인으로 만들 생각이다. (02)539-1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