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의 주범으로 꼽혀온 한보철강의 매각이 막바지국면에 접어들고있다. 비록 지난 16일 마감한 한보철강에 대한 국제입찰은 조건이맞지 않아 유찰됐지만 동국제강이 한보철강의 유력한 인수기업으로부상했기 때문이다. 매각 주간사인 미국의 뱅커스트러스트컴퍼니(BTC)사는 반년동안 세계적인 네트웍을 총동원해 좋은 값을 쳐주고한보철강을 인수할 기업을 찾아왔다. 그러나 최종 입찰제안서를 받는 방식으로 뚜껑을 열고 보니 인수의사가 있는 곳은 동국제강 한군데 뿐이었다. 물론 태국의 나콘타이스틸이 당진제철소 B지구(코렉스 냉연공장)의 일부 설비만을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냈지만일괄 매각을 원하는 채권단 입장에서 동국이 유력한 협상대상이 될수밖에 없다.◆ 협상 실마리 찾기에 고심문제는 가격 등 인수조건이다. 채권단측은 동국이 제안한 1조원을약간 웃도는 헐값으로는 팔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보철강의 금융권총부채는 8조3백51억원에 달하며 당진제철소의 자산가치가 이보다훨씬 크다는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지난 17일 열린 채권단운영위원회에서 동국을 우선협상대상기업으로 선정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있다. 더욱이 동국은 분할지급방식으로 대금을 치르길 원한 것으로알려져 현재가치로 인수대금을 환산할 경우 5천억, 6천억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채권단의 한관계자는 설명했다.이에 맞서 동국제강은 당진제철소의 미래 현금흐름을 꼼꼼히 따져인수희망가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동국은 A지구의 철근 생산설비외에 나머지 설비는 4, 5년 이내 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외환위기이후 경기침체로 인해 철강수요가 감소하는 등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제값에 살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동국은 그러나 채권단측이 협상을 요구해오면 진지하게 이에 응하겠다는 전략이다. 동국이 내심 한보철강인수를 강력히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산제강소폐쇄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1백40만t의 철근 및 형강 생산능력이 줄게 된다. 그만큼 시장을 빼앗긴다는 얘기이다. 한보철강의당진제철소를 인수하면 이런 문제를 깔끔히 해결할 수 있다. 더욱이 기술력과 시황이 뒷받침돼 코렉스설비를 가동하게 되면 포철에이어 일관제철설비를 갖춘 국내 2위의 철강업체로 떠오르게 된다.다음으로 인수자금도 어느정도 확보한 상태다. 동국은 지난95년12월 부산제강소의 부지 14만평을 건설업체에 평당 3백30만원에 팔았다. 부동산시세가 좋을 때 공장부지를 팔아 대략 5천억원가까운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동국제강은 한보철강문제가 해결되면 전기로 제강구조조정이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어차피 과잉설비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은 올초께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산업자원부도 한보철강매각협상의 중재자로 적극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동국이 유력한 한보철강인수 후보자인 점을 인정한다. 객관적인 정황을 감안하면 이제 남은 것은 양측이 협상의 묘를 살려 합리적인 결론을 얻는 일뿐이다. 물론 시한에 쫓기는 채권단 입장에서 협상카드가 마땅치 않은 어려움이 있다.그렇다고 동국도 유리한 고지에서 배짱을 부릴 수 없는 상황이다.무성의하게 협상에 임할 경우 자칫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원만한 타결을 원하는 핵심 권력층이나 정부부처의 뜻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협상을 질질 끌 경우 시장을 경쟁사에 빼앗기게된다.사세를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동국과 동국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채권단이 어떻게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지부터가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