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 중에 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국가는 거추장스러워지거나 존재 자체가 위태롭게 될 것이란 얘기가 있다. 세금을 징수하는 정부의 능력이 감소되는 것이 그렇게 되는 요인 중 한가지로볼 수 있다. 노동과 자본의 움직임이 더욱 활성화되면 자본과 노동자는 세금이 더 낮은 국가나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더 많은 수입과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과 기업에 높은 세금과 강한 규제를 부과하는 정부는 큰 부담이다. 따라서 이들은 그 부담이 가장 작은곳으로 옮겨가게 된다는 것이다.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대로 아예 정부라는 존재가 없다면 어떻게될까.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큰 재앙을 불러올 게 뻔하다. 아주열광적인 자유주의자라도 적어도 돈있는 자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흥청망청댈 수 있도록 무법자들을 격리시켜 주는 하나만으로라도 국가가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국가가 세금을 걷을 수 없다면 이런 최소한의 의무조차 이행할 수 없을 것이다.시장이 개방되면 자본과 노동력을 유치하기 위해 세금을 재원으로한 공공 지출과 각종 규제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할수 있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다른 데 있다. 서로 다른 상황을 갖고 있는 각각의 지역이나 국가의 존재가 통합된 시장의 정상적인 경제흐름을 방해한다는 점이다.영국에서는 술에 대한 세금이 프랑스보다 더 무겁다. 이 사실은 EU역내에서의 주류(酒類) 흐름을 왜곡시킨다. 술을 구입하는 경우 페리호를 타고 도버해협을 건너갔다. 영국으로 돌아오는 행위 자체만으로 상당히 괜찮은 장사가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규제의 양상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것은 비록 그 차이가 극히 적어 당장에는자본이동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해도 결국에는 모든 것이 비용에 그만큼 더 포함될 것은 당연하다.◆ 각국간 원할한 경제위해 세금, 규제 법칙 필요이상의 상황은 EU국가들간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경제의 부드러운조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각국 정부가 자국의체제가 경제요소의 모든 부분에 대해 서로 조응되도록 바꾸는 것이가장 좋다. 하지만 이것이 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세금과 규제에 대한 규정만은 일정한 법칙을 갖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정부측 입장에서 보자면 무리한 세금인하 경쟁은 경제흐름을 방해하는 행위다. 유럽내에서 아일랜드는 이윤에 대한 세금을 아주 낮게 매기고 있다. 이 때문에 아일랜드는 역내 투자의 상당한 부분을유치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이 사실을 못마땅해 한다. 최근 수년동안 각국은 대체로 자본 자체에 대한 세금보다는 임금이나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을 더 큰 수입원으로 삼아 왔다.(도표참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아무래도 노동자가 자본보다는 유동성이 덜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대칭되는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도 특정 국가의 규제가 역내 다른 나라들과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은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은 유럽이 원만하게 단일시장으로나아가는 데도 장애물이 될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점점 심해지는 세금부담과 규제강화에 대한불만의 목소리들이 과도할 정도로 크게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사실을 새겨둘 필요가있다.첫째, 최근 유럽 각국의 과세수준은 필수적인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고 말하기에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다. 독일은 GDP의 45%가 세금으로 지출된다. 프랑스의 경우는 50%이고 이탈리아는 47%다. 세계시장이 점점 어려워져 가고 있음에도 이 수치는세 나라 다 지난 90년 수준보다 높아진 것이다. 평균임금을 버는독일인 한 사람에 대한 최저세율은 50%가 넘는다. 40여년 전에는이런 정도의 세금징수는 아주 가혹한 것으로 받아 들여졌다.각종 규제는 계량화시키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규제가 아주 느슨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이런 상황은 비단 특정한 한 분야의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적당한 규제와 세금, 국가와 국민 모두 필요이런 경향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 규제가 조금이라도 덜한 곳을찾아 움직이는 것이 경제활동에서 아주 필요한 행위라는 것을 알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세제와 규제부문에서 각국가간에 경쟁이 있기는 했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미미한 효과밖에 내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면서 새겨둬야 할 두번째의 포인트는 이런 경쟁이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이다.현실 세계에서는 노동과 자본, 이 두가지의 이동에 대한 규제는 항상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은 언어와 문화, 가족과 친구 등에 얽매여 있다. 이민을 하는 데는 여러 종류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렇지않다면 영국은 벌써 지난 70년대에 텅텅 비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상상할 수 있는 미래동안에는 이것이 여전한 사실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각국 정부는 적당하다고 생각되는수준보다 더 무거운 세금을 별 거리낌없이 계속 물릴 수 있을 것이다.일반적으로 유동성이 아주 클 것이라고 생각되는 자본도 역시 생각보다는 더 규제에 묶여 있다. 새로운 자본은 어디에든 투여될 수가있다. 그러나 그 자본이 일단 투입돼 공장이나 빌딩, 숙련된 노동력, 유통망 등의 형태로 변하게 되면 완벽한 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자본이 이런 형태로 투자되는 한, 국가는 언제나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세당국이 손해보는 법은 없는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각국은 세수감소를 우려할 이유가 없다.더 먼 미래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규제가 완전히 사라졌기를기대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때도 역시 세금은 존재할 것이다.세계 어느 곳에서나 특정지역을 연고로 하지 않는 사람과 자본이임의로 어느 곳으로든 비용을 들이지 않고, 즉시 마찰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완전한 자유시장이 있다고 가정하자. 만일 이 상태에서도 나라가 존재한다면 각국 정부는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존재에대해 어떻게 세금을 매겨야 할까.투여된 돈에 대한 합당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당국은 세원(稅源)을계속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기업은 더 나은 도로, 수준높은 교육, 질좋은 공공 서비스, 깨끗한 환경, 경쟁력 있는 노동자,안전한 공단 등 자신들의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뭔가 그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세금이 높거나 아니면 규제가 더한 지역이라도 굳이 찾아갈 것이다.투여된 비용에 대해 합당한 보상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경제규모가 역내 다른 나라들보다 축소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시민과 기업은 국가들간의 세원유치 경쟁이 치열해진다고해도 굳이 우선 비용이 덜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전체 사업유지에더 합당한 곳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Level-headed」 Dec. 5th, 98정리·염동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