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에 약 2백50개 고시촌이 있다. 이곳은 사시 행시 외시 등을주로 하면서 노량진과는 차별화가 돼 있다. 한 집에 30명만 잡아도7천5백명이 고시공부에 청춘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고시촌은 몇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시간이 드는 행위는 일절 안한다는 것이다. 독방에서 혼자 밥 먹고, 혼자 운동하고, 심지어 비디오방조차도 혼자서만 볼수 있는 독방으로 돼 있다. 한마디로 책보는 시간 외에는 다 낭비라는 생각이다. 초를 다투어 공부하는 고시생에겐 당연한 얘기일게다.고시망국론이 나올 정도로 젊은 사람들의 고시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지금의 제도로선 이쪽으로 인재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고시를 통과한 후에 오는 보너스가 다른 어떤 분야에서보다 크기 때문이다. 잘만하면 훨씬 적은 시간을 투자해 남들이 10년 이상투자한 효과 이상을 내는데 누군들 여기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것인가.의사의 경우는 인턴, 레지던트 합해 10년 이상을 투자해야 비로소투자회수가 된다. 그것도 권력과 명예는 빼고 돈만 조금 쥐게 되는것이다. 일단 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기술을 다루는 공학박사의 경우 외국에서 학위를 받는경우 기간이 10년 정도 걸리지만 돈 명예 권력과는 거리가 멀다.허울좋은 박사라는 명칭만 남을 뿐이다.미국은 실리콘 밸리에 인재들이 모여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상품화시키면서 시대를 이끌어간다. 우리는 고시촌에 인재들이모여 철지난 법조문을 달달 외우면서 시험에 붙을 그날을 꿈꾸며지낸다. 말로는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제도적으로는 손해를 잔뜩 보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입만 열면 고시제도 문제점의 개선과 고시망국론을 말하지만 제도적으로는 『어서 이쪽으로 모이세요. 사오년만 고시촌에서 고생하면 평생이 보장된다』고 외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시스템하에서 고시망국론을 외치는 것은 음식에 꿀을 잔뜩 묻혀 놓고 그것을보고 달려드는 파리들에게 이것은 꿀이 아니니 제발 모이지 말라고호소하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일이다.달달 외우는 식의 고시에 붙고 연수원만 졸업하면 노소를 불문하고경험을 불문하고 판사가 될수 있다는 것은 위험한 제도다. 변호사도 그렇지만 달달 외우는 식의 필기시험에 붙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검증되지 않은 젊은이에게 판사를 시키는 이런 것은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지금 시스템으로 뽑은 젊은 판사에게 숭고한 도덕성과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그 사람은 처음부터 도덕성보다는 투자대비 효과를 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쪽 길을 택한 사람일 수도 있다. 외국처럼 판사만이라도 일정기간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후에 자격이 되는 사람을 선발하는 식으로 바꾸면훨씬 나아질 것이다.서양의 속담이 생각난다. 「The best attitude can’t be trainedor learned, it should be hired」. 즉, 사람을 훈련에 의해 좋게만든다는 것은 원래 힘든 일이니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찾아서 그사람을 고용하라는 의미다. 좋은 제도를 통해 좋은 사람을 뽑을 수있다는 얘기다. www.i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