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끼' 발동, 주위 권유로 시작 ... '유머 즐기기' 운동 앞장서

그녀는 늘 큰 가방을 들고 다닌다. 아침에 집을 나서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신주단지 모시듯 챙긴다. 멀리서보면 홍보자료를 잔뜩 넣어갖고 다니는 영업사원을 연상시킨다. 혹자는 일수를 찍는 아줌마가 아니냐고 묻기도한단다. 대답은 물론 노(NO)다. 그녀의 가방 안에는 예상을 비웃듯 홍보전단 대신 유머 관련 책과 자료가 그득하다.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가 되어있는 유머수첩도 눈에 띈다.또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한「오늘의 유머」라는 A4 사이즈 크기의 유머집도 이채롭다. 그렇다면 그녀의 정체는 뭘까.국내 여성 유머강사 1호로 인정받고있는 박인옥 해피메이커 원장(39)은이렇듯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겉모습만 봐서는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대체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명함에찍힌 직업 자체도 무척 생소하다. 국내에 거의 없는 유머강사인데다 여성이 아닌가. 주변에서는 「여자가 무슨유머 선생을 하느냐」며 의아해하지만일단 강의가 시작되면 수강생들의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박원장의 요즘 활동반경은 아주 넓다.유머강사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면서 강의요청이 줄을 잇는다. 언론사와 백화점 등이 여는 문화센터에서유머강좌를 이끌고 있고, 주부대학에도 특강 형식으로 자주 출강한다. 또각 기업의 사원교육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다. 이밖에 유머에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유머클럽을 만들어 정기적인 모임도 갖는다.박원장의 「끼」는 대대로 내려오는집안 내력에서 비롯된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적어도 동네에서는 「코미디언」으로 통한다. 형제들도 모두 개그 분야에서는 한가닥한다. 박원장 역시 학창시절부터 그명성이 자자했다. 각종 모임의 사회는도맡아 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전자이빨」로 통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대학 졸업 무렵에는 후배들이이제 무슨 재미로 학교를 다녀야할지 모르겠다며 등록금을 대줄테니 1년만 더 학교에 다니라고 애원(?)했을정도다.유머강사의 길은 그야말로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서 생활을 하다가 97년 어느 날 유머세미나가 열린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들으러 갔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돌고 말았다. 유머세미나 중간에 개인적인 의견을 발표할 기회가 있어 몇마디 했다가 강사로부터 「끼」가 넘치니 한번 본격적으로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뛰어들었다. 더욱이 대학 재학시절 방송사의 개그맨 콘테스트 등에 응시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이런저런 이유로 미뤄뒀던터라 강사의「유혹」은 달콤하기만 했다.꿈틀대던 「끼」가 발동한 박원장은이후 날개를 단 호랑이처럼 맹렬히 뛰었다. 막혔던 장벽이 걷히니 거칠 것이 없었다. 순간순간 기발한 아이디어로 상대방을 웃음짓게 만드는 그녀 특유의 현장감 넘치는 강의 솜씨도 장안에 퍼져나갔다. 웃음이 필요한 자리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고, 그녀의강의는 항상 웃음바다로 마무리됐다.『저의 강의의 주제는 행복과 웃음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려면반드시 웃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항상 웃음과 행복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웃음이 없는 가정에행복이 찾아올 수는 없는 법이겠지요.어쨌든 웃으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그러다보면 작은 일에도 행복감을 느낄수 있지 않겠습니까. 유머는 마음의보약이지요.』 ◆ 소재 떠오르면 즉석에서 메모그녀가 항상 공부하는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것도 생활에 활력을 주는 웃음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TV의 코미디관련 프로그램은 기본이고 시중에 나도는 유머 책은 모조리 섭렵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박인옥표 고급유머」를 만들기 위해 정치나 경제관련 서적을 뒤적이기도 한다. 세상돌아가는 사정을 꿰고 있어야 순발력있는 유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까닭이다.메모광이라는 꼬리표도 붙어다닌다.집안에서건 밖에서건 문득 떠오르는아이디어나 소재가 있으면 즉석에서메모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는 항상 순간적으로 떠오르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머책과 유머노트를 합쳐 3백여권이나 되는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유머강사가 되기 전부터 재미있는소재가 있으면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도 재미있는 얘기를 듣거나 유머소재가 생각나면 그 자리에서적곤 했지요. 그러다보니 소재가 많이 쌓이고 이것이 결국 큰 재산이 되더군요.』박원장은 한국인들이 유머를 천박한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의 경우우스갯 소리를 하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박원장의 생각은 다르다.『유머는 생활의 활력소이자 자신감의표현입니다. 이제는 성공을 하려면반드시 유머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상황에 맞춰 적절한 유머를 구사하면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집니다. 또 울적할때는 정화작용을 하고,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는 친화작용도 하지요.』박원장은 요즘 「유머만들기, 유머즐기기」 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굳어있는사람들의 표정을 바꿔주겠다는 목표아래 웃음이 넘치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 평생학습연구원(02-2203-7447) 주최로 오는 4월16일 「유머플러스1일 강좌」를 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웃느냐 웃지 않느냐의 차이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을연 사람은 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웃겨도 웃지 않습니다. IMF 사태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웃는 모습이 크게 줄어든 것도 결국은 여유가 사라진 마음 때문이겠지요. 전국민이 하나 되어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