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일본과 한국에서 멀티미디어 사업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당시 일본의 대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밀어닥친 멀티미디어 폭풍에 대응하고자 멀티미디어 사업부를 신설, 큰 빌딩에 첨단 장비를 도입하고 전문가들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년도 못가서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카우트됐던 전문가들이 속속 이탈했고 그나마 잔류한 사람들은 조직순응형으로 변해 멀티미디어 사업은 넓은 사무공간과 장비로만 남게 됐다. 한국에서도 시차를 두고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다. 필자는 이에 주목해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검토한 결과 멀티미디어 사업뿐만 아니라 최근의 인터넷사업의 경우에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첫째는 초기의 과도한 기대에 대한 반작용, 즉 시장형성의 초기단계에 불과한데도 이를 도외시하고 구체적인 실적없이 과도하게 자원을 투입한데 따르는 반작용이라는 추정이다.둘째는 매출·인력규모·업계지식 등에 있어 주력사업에 비해 신규사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따라서 인력·자금 등 자원할당이나 경영진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게되고 시간의 경과와 함께 축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추정이다.셋째는 주력사업과 신규사업은 각각을 지배하는 게임의 룰이 다르다. 따라서 신규사업에 대한 지원투입이 크고 경영진의 관심이 높더라도 계층적 품의 제도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주력사업과 신속한 의사결정, 자율·창의가 필요한 신규사업의 경영원리가 다르다. 그러므로 동일조직내에서 공존이 곤란하다는 추정이다.뿐만 아니라 과도한 기대에 대한 반작용, 사업비중의 상대성, 경영원리의 구조적 차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추정도 있다.본래 대량생산조직은 생산과 판매에 수반되는 복잡한 활동을 요소활동으로 분해해 이를 업무표준화, 분업, 노무관리, 계층조직, 보고체계 등을 통해 제도화한 것이다. 제품생산이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품질을 향상시키고 생산비용을 억제하는 최적화 과정을 통해 이윤극대화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생산작업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사람과 기계조직을 담당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계층화되고 관리·통제 중심, 중앙집권적으로 정착된다.그러나 멀티미디어,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사업에서는 대량생산체제에서와 같이 최적화에 의한 이윤극대화 매커니즘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는 것과 유사하게 다음 히트상품이 다음에 다가올 시장의 물결에 대한 적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 사업에서는 먼저 시작하는 것이 또는 먼저 시작하는 것 자체보다는 먼저 히트하는 것이 중요하다.대량생산체제가 계획·통제·피라미드 구조·하드(Hard)기반·최적화로 대표된다면 신체제는 관찰·자율과 창의·수평과 특공대구조·지식·적응으로 대표된다. 경제학용어로는 각각 수확체감의 법칙이 지배하는 부문과 수확체증의 법칙이 지배하는 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산타페 연구소 브라이언 아더 교수의 이론을 빌리면 대량생산체제에는 네거티브 피드백(균형상태로의 복귀)이 작용하고 신체제에는 포지티브 피드백(불균형 상태의 확대)이 작용한다.필자가 일본과 한국의 대기업에서 멀티미디어 사업, 인터넷 사업을 관찰한 결과 확인한 것은 대기업 본래의 주력사업과는 게임의 룰이 다른 사업분야이므로 「본체와 분리해 그 원리대로 운영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