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현상이나 문제점을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할 때 두가지 접근방법이 있다. 거시적 방법과 미시적 방법이다. 둘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지만 순서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병원을 예로 들어 보자. 몸이 아파 병원을 가는 경우 우리는 아픈 부분에 대한 얘기를 한다. 엑스레이도 찍고 여기저기 진단하고 아픈 부위에 대한 치료를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무리한 운동이지만 잠재적으로 과도한 몸무게가 그런 문제를 가져왔다는 종합결론을 내린다. 일단 통증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치료를 하지만 그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감량할 것을 권유받는다.모든 조직의 경영도 이와 같다. 지금 불거져 나온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원인을 찾아내어 근본적으로 고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외환위기이후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회사마다 구조와 체질을 바꿈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연봉제와 전산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 항목에 능력별 임금제도가 들어가 있고, 전사적 자원관리 등으로 미국이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경영자들 입장에선 당연한 일일 것이다.H사는 규모나 지명도와는 달리 아직까지 수율(收率)조차 측정못하고 있다. 즉, 투입률 대비 산출물 계산이 안되는 것이다. 영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량도 주먹구구식이다. 원시적 영업계획에 따라 생산량도 춤을 춘다. 잔업량은 늘었지만 생산량은 떨어진다.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측정이 안되니 어디서 돈이 새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만일 이런 회사에서 다른 것은 도외시하고 막바로 연봉제나 전산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면 문제가 있다. 이보다는 현재 기업이 처한 현실을 진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산업환경은 어떻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핵심역량은 무엇이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등.물론 산업이나 기업별로 처한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생존이 가장 급한 기업이 있고, 그럭저럭 살아 있지만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힘들어하는 기업도 있다. 또 제품은 좋지만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 장사가 안되는 기업이 있고, 시장도 크고 매출도 괜찮지만 1인당 생산성으로 고민하는 회사도 있다. 성장산업이냐 아니면 사양산업이냐에 따라, 노동집약적 산업인지 아니면 자본집약적인 산업인지에 따라서도 접근방법은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경쟁력을 키워 살아남아 발전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당면한 과제이고 모든 경영자가 알고 있기는 하다. 지식경영도 좋고, 연봉제도 좋고, 전사적 자원관리도 좋다. 하지만 우선은 전체를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그것도 순서에 맞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한다고 목적이 불분명하게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것은 위험하다. 어느 부위가 아픈지 전체적인 진단은 생략한 채 조직검사부터 하는 의사는 없다. 망원경으로 먼저 전체를 보고 현미경으로 의심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순서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