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영업·점포간 친절경쟁 “손님은 왕” 전략 주효 … 고객 홀대 대형은행 ‘뜨끔’
커머스 은행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는 효율 지상주의의 영업 전략과 정 반대되는 노선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미국 금융가에 요즘 작은 돌풍이 일고 있다. 돌풍의 진원지는 뉴저지주 남부의 체리 힐이라는 작은 도시에 본점을 둔 커머스은행(Commerce Bancorp). 점포를 모두 합쳐봐야 1백20개에 불과한 시골 은행이 기존 대형 은행들의 의표를 찌르는 ‘서비스 지상주의’ 영업으로 급성장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이 은행은 특히 경쟁사 고객들을 빼오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변 은행들 사이에 ‘커머스 주의보’가 잇달아 발동되고 있다.커머스은행의 성장세가 얼마나 맹렬한지는 몇가지 지표만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난 5년간 이 은행은 연평균 16%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중의 업종 평균치(9%)를 배 가까이 웃도는 성적표다. 그럼에도 불량자산비율은 업계 최저 수준인 0.18%에 불과하다. 지난 5년간 주가는 2백78% 상승했다. 역시 업종 평균치(1백18%)를 배 이상 넘는 기록이다. 예금 등의 수신고는 작년말 현재 56억달러로 5년 사이에 두배 이상 불어났다.이처럼 성장 행진이 급물살을 타면서 점포수는 2년 전의 88개에서 1백20개로 늘었다. 커머스은행의 점포 신설 러시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특정 지역에서의 영업 수요가 기존 점포로는 소화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될 경우에만 점포를 신설한다는게 이 은행의 방침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커머스은행의 성장이 파죽지세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좌계자 수수료 폐지, 수신고·점포수 급증업계 전문가들을 더욱 탄복시키는 것은 미국내 서비스 산업이 전반적인 침체기에 빠져있는 시기에 커머스은행이 성장 신화를 일궈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의 각종 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물론 전화 항공 백화점 등 대부분의 서비스 관련 업체들이 한결같이 성장 정체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커머스은행이 이런 금융-서비스업계의 전반적인 부진을 딛고 ‘내실속의 고속 성장’으로 질주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커머스은행측은 그 비결이 철저한 서비스 지상주의에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은행의 영업 스타일은 기존의 일반 은행들과 비교할 때 여러 가지로 파격적이다. 대부분 은행들이 개인수표 등 당좌계좌(checking account)에 대해 비싼 수수료를 물리는데 비해 커머스은행은 한푼의 돈도 받지 않는다. 거의 모든 은행들이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3시면 영업을 끝내는 것과 달리 이 은행은 주중 오전 7시 30분에 영업을 시작해서 저녁 8시까지 계속한다. 다른 은행들이 문을 닫는 일요일에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영업을 한다.커머스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올해 30개의 지점을 추가해 영업망을 1백50개의 점포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패스트 푸드 체인회사인 맥도널드를 롤 모델로 삼아 ‘고객 가까이에 있는 친근한 대중 은행’의 이미지를 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도 마련했다. 보수적인 금융계에서 커머스은행이 대중 패스트 푸드 회사를 롤 모델로 설정했다는 것 자체가 큰 파격이다.커머스은행의 이같은 서비스 지상주의 영업은 미국 금융계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체이스맨해튼, 씨티,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대형 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는 효율 지상주의의 영업 전략과 정반대되는 노선으로 급성장 가도 질주라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계를 휘어잡고 있는 이들 대형 은행은 잇단 합병과 인수(M&A)를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는 한편으로 점포를 통폐합하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창구 직원 숫자를 줄이고 대신 현금자동지급기(ATM)를 증설하는 등 경영 효율 극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은행들은 특히 “높은 마진이 보장되는 신탁계정 등 전체 상품의 20% 정도가 총수익의 80%를 낸다”는 이른바 ‘80대 20의 법칙’에 지나치게 경도돼 소액 저축자가 대부분인 일반 고객들을 홀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창구 직원을 최소한도로 배치해 소액 거래자들이 돈을 입출금하거나 송금 등을 하기 위해서는 긴 줄에 늘어선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게 다반사다. 소액 거래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높은 수수료를 책정해 ‘귀찮은 고객’들을 내쫓는 듯한 전략도 서슴지 않는다. 대형 은행인 퍼스트 유니온의 경우 당좌계좌에 10가지의 서로 다른 요율을 정해 비싼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이자는 적어도 서비스는 최고로”이에 대해서는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은행들이 당장의 이익 극대화에 급급해 영업 기반의 80% 이상을 점하는 개인 고객들을 홀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실책이 될 게 분명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커머스은행의 버논 힐 회장은 보다 노골적인 반응을 보였다. “블루밍데일이나 노드스트롬같은 백화점들이 소액 구매자들에 대해 그런 언사를 쓴 적이 있는가. 그들(대형 은행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정신이 나가 있다.”그렇다고 커머스은행이 밑지는 장사를 하는 건 아니다. 직원을 다른 은행들보다 많이 배치하고, 당좌계좌 등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고객들에게 예금 이자를 낮게 지급한다. 고객들은 그럼에도 몇푼의 추가적인 이자 수입보다는 ‘친절 서비스’ 쪽을 더 선호하고 있다는 게 커머스은행측의 자신있는 설명이다.커머스은행의 ‘저이자 영업전략’은 이 은행에 큰 이익을 안겨주는 원천 노릇을 하고 있다. 금융 중개회사인 A G 에드워드사에 따르면 올 1/4분기 중 서밋은행과 퍼스트 유니온은행이 신규 예금에 대해 지급한 이자 부담이 각각 5.6%였던데 비해 커머스은행은 3.24%의 이자만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커머스은행이 이처럼 ‘짠 이자’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고객들로 인해 빠른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는 비결은 은행측 스스로의 설명과 같이 ‘친절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는 영업 전략 덕분이다. 이 은행은 맥도널드사가 종업원들에게 친절 교육을 시키기 위해 ‘햄버거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본떠 ‘커머스 대학’을 운영중이다. 이 대학은 관련 임직원들을 일정한 주기로 입교시켜 대출 서류 작성에서부터 현금 세는 법에 이르기까지 고객들에게 친절 본위의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기 위한 갖가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은행내에 암행감사팀을 구성해 고객을 가장한 감사요원들을 수시로 각 점포에 파견, 친절 서비스 여부를 체크한다. ‘나쁨. 괜찮음. 좋음. 훌륭함’ 등의 네단계로 암행 감사 결과를 점수화해서 점포별로 시상, 지점간의 친절 경쟁을 유도하기도 한다.경쟁 은행의 점포를 공략해 거래 고객들을 대거 유치, 문을 닫도록 했을 경우 해당 지점에 5천달러의 상금을 수여해 직원들끼리 나눠 갖도록 하는 유인책도 실시중이다.금융계에 불고 있는 대형화, 효율화, 디지털화의 추세에 비추어 소액 개인 고객들에 치중하는 커머스은행의 영업 전략은 확실히 ‘구경제 스타일’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커머스은행은 웹 사이트를 통한 인터넷 영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은행의 고객들 가운데 21%는 인터넷을 이용하는 온라인 손님이다. 증권회사인 도널드슨 러프킨 & 젠레트사에 따르면 이같은 온라인 고객 비율은 미국내 은행들 중에서 단연 최고 수준이다. 그만큼 커머스은행은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서 ‘편안한 금융기관’으로 확고하게 인식돼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고객 우선’의 영업 마인드가 왜 ‘효율 지상주의’보다 더 중요한지를 커머스은행은 웅변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