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40~50% 성장세, 하반기 28개 개점 예정 … 할인점 전성시대 도래

지난 93년11월,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도봉구 창동에 E마트 1호점을 낼 때 적지 않은 유통업체들이 냉소를 보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웃음들이 가셨다. 첫날 매출이 1억원을 돌파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기 때문이다.이후 불과 5년여만인 지난해초 전국의 대형 할인점은 1백개를 돌파했다. 이어 백화점 수도 추월해 유통업계는 ‘할인점 중심체제’로 재편되는 추세다.현재 국내 토종 할인점업계는 신세계 E마트, 롯데 마그넷, 뉴코아 킴스클럽이 시장을 주도하고 LG마트와 농심 메가마켓, 대한통운 코렉스마트, 그랜드마트 등이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외국계 할인점은 까르푸에 이어 월마트, 코스트코홀세일, 삼성테스코 등이 추격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외국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선진 유통 노하우를 기반으로 국내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매출, 상품회전율 등이 국내 업체에 뒤지는 상태다. 초기에 진출했던 마크로, 콘티낭이 까르푸에 인수합병된 것도 매출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 외국업체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착초기에 고수했던 ‘본토 유통기법’을 포기하고 ‘토종화 전략’으로 전면 전환하는 움직임이다.◆ 올 매출 10조원 돌파, 백화점 4배 성장세통상 ‘대형 할인점’은 매장 연면적이 1천평 이상인 할인점을 일컫는다. 최근 들어서는 3천평 이상에 식품, 패션, 생활용품 등을 층별로 따로 구성해 백화점과 별 차이없는 외양을 갖추고 있다. 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놀이방, 소극장, 식당가 등을 부대 시설화해 대형 백화점과 정면 대결하는 모습이다.할인점의 성장세는 통계청의 ‘소매업태별 판매액 지수 추이’에서 잘 드러난다. 95년 판매액을 기준(지수 100)으로 삼을 때 2000년4월 현재 할인점은 지수 1216.9를 기록하고 있다. 백화점의 판매액 지수가 139.6, 편의점이 지수 128.7에 불과하고 슈퍼마켓은 오히려 줄어든 지수 92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성장세다.현대투자신탁증권 리서치팀 박진과장이 지난 4월 발표한 ‘주요 소매업태 전망’에 따르면 할인점업계의 올해 매출규모는 10조3천억원에 달해 백화점의 4배에 달하는 40%의 신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의 올해 예상매출은 14조1천억원으로 총액에서 할인점을 앞서지만 전년 대비 신장세는 10.3%에 그쳐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만 28개 할인점이 신규 개점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총매출액조차 앞지를 전망이다.◆ 다점포화 가속, 격전지 지방 확산대형 할인점의 약진에 대해 유통업계의 시각은 다양하다. 우선 국내외업체 대부분이 전국적인 다점포화 전략을 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전북 전주시에 내년말 개점을 목표로 할인점을 신축하고 있는 롯데 마그넷의 경우 연일 지역 유통업 관계자들의 격렬한 항의를 받고 있다. 지난 5월17일에는 마그넷의 전주 진출 항의 집회까지 열린 상태. ‘E마트, 코렉스마트가 이미 지역 유통업계를 장악하고 있어 마그넷까지 진출하면 소매업자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주뿐 아니라 청주, 울산, 대전 등 지방도시에는 이미 2~3개 할인점이 들어선데다 신규 진출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어서 ‘할인점 대 할인점’, ‘할인점 대 기타 소매업체’의 대결이 불가피한 상태다. 서울·수도권에서 움튼 ‘유통 격전’이 지방으로 고스란히 전이되는 셈이다.한편 최근 들어서는 할인점업계의 ‘남진(南進)’ ‘북진(北進)’ 경향이 두드러진다. 삼성테스코는 대구와 부산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 하반기 경기도 안산과 북수원으로 북진한다. 반면 까르푸, 롯데 마그넷 등은 올 하반기와 내년에 부산, 울산, 청주 등 지방으로 남진할 계획이다. 95년 부산에 자리를 잡은 농심 메가마켓은 울산, 포항, 김해 등 경남지역에 집중 출점, 토착화 전략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