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두 딸은 조금만 한가해지면 나를 붙잡고 늘어진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하면 뚜렷하게 하고 싶은 것은 없단다. 결국 심심하면 소금 찍어 먹으라고 판에 박은 대답을 한다. 하지만 애들만 그런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 중에도 재미없다, 지겹다, 피곤하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것이 항상 불행함을 느껴서는 아닌 것 같다. 자리가 보장된 교수, 유산도 꽤 물려받고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중년 남성, 괜찮은 남편 덕에 부족함없이 지내는 여성…. 보통 사람들 눈에 저 사람은 도대체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은 부러운 조건을 가진 사람일수록 걱정도 많고 지루해하고 재미없다며 불평을 한다. 그들은 짜증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 이 세상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권태롭게 만드는 것입니까. 왜 세상은 나에게 아무 비전을 주지 못하지요. 세상이 내게 짜릿함과 삶의 묘미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세상에는 두 종류의 일이 있다. 관심의 영역에 속한 일과 영향력의 영역에 속한 일이다. 관심의 영역은 관심은 가지만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고, 영향력의 영역은 우리가 결심하고 선택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변덕스런 날씨, 인정사정없이 결과만 요구하는 상사, 무능한 부하직원, 매일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 부정부패로 찌든 3류 정치인 등은 관심의 영역이다. 관심은 가지만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영향력의 영역은 일찍 일어나기, 독서하기, 친절한 언행하기, 운동하기 등 우리가 결심하고 선택하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 세상을 살면서 명심해야 하는 것은 세상은 우리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고 오히려 우리가 세상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살기 지루하고 재미없다면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다.용인에 샘물의 집이란 호스피스 관련 시설이 있다. 호스피스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해 병원에서도 포기한 말기 암 환자들이 사는 날까지 편히 있을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물론 돈은 받지 않고 종교적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들이 주로 일을 한다. 그곳에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은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천사 같은 얼굴에는 어떤 근심도, 더럽고 힘든 일을 하는데서 오는 짜증도, 삶에 대한 지루함이나 불만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귀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와 평화로움이 넘쳐난다.행복하기 위해서는 주도적이 돼야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과 자극 중에는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런 사건과 자극에 대한 반응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행하는 것이 주도적의 의미다. 즉 행복이란 매일 반복되는 일상사건과 자극에 대한 반응의 선택이란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도가 높은 나라는 미국도 스위스도 아닌 가장 못 사는 방글라데시다. 거친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온갖 부귀와 풍요를 누리면서도 감사는 커녕 또 다른 불만을 생각하고 더 가지려 애를 쓰는 사람이 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세상 일은 대부분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는 항상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결국 똑같은 환경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한 사람은 즐겁게 생각하고 다른 한 사람은 지겹고 불만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행복은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오래되고 평범한 얘기를 다시 한번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