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간 성장의 불균형

한국경제는 지난 40여년 동안 세계가 놀랄 정도의 빠른 성장을 이룩하였다.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수출 위주의 공업화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등 각종 지원정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러한 특정 산업을 위주로 한 집중적인 공업화전략은 세계가 놀랄 정도의 빠른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우리에게 주었지만 지역간, 부문간 불균형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IMF이후 전반적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지만 지역간 격차는 97년말에 비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지역별로 산업생산지수 변동률이 큰 차이를 보여 일부 지역은 산업생산이 크게 늘어난 반면 다른 지역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지역간 성장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지역간에 균형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소득 불평등이 나타나 국민화합을 저해하게 되고 경기가 좋은 지역에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교통문제나 주택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등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하게 되고 이러한 비효율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결국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그러나 최근 지방자치 실시 이후 그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역내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벤처기업 육성, 산업단지 조성과 유망 대기업의 역내 유치활동 등을 다각적으로 벌이고 있으나 기대만큼 효과는 크지 않은 것 같다.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역민들의 간절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다는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요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들 수 있다.무엇보다도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사회간접자본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들 수 있다.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못지 않게 정보통신 인프라의 취약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서울의 디지털화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대구·경북 21.90, 전북 20.46, 광주·전남은 22.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충분한 사회간접자본과 정보통신 인프라는 물류비, 통신비 등 기업들의 간접비용을 증가시켜 가격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역내 이탈을 촉진하는 한편 우량기업의 역내 유치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회간접자본과 정보통신 인프라의 확충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원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다 보니 충분한 투자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특히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내 금융기관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이에 걸맞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출이 심사능력 부족 등으로 성장성보다는 담보능력이 충분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IMF외환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대출보다는 대출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금리도 높은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어 정작 자금지원이 필요한 영세 중소기업과 벤처 등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에 대해서는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해 우량기업 육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중소기업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0년5월말 현재 전국의 벤처기업 7천1백10개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벤처기업 비중은 6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수도권 지역으로의 편중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세계화, 국제화의 진전으로 외국 기업과의 상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지역 금융기관들의 경우 수출입, 환율변동에 따른 환리스크 헤지 등 기업들의 국제간 상거래를 지원할 국제업무능력이 부족해 많은 기업들이 서울에 있는 금융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것도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우수기업의 역내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따라서 굴뚝산업으로 일컬어지는 구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지역경제가 디지털시대로 대변되는 신경제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비해 낙후된 사회간접자본과 정보통신인프라를 크게 확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그리고 금융기관들도 대출심사 능력을 키워 담보 능력보다는 성장성과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기업들에 대한 대출전략을 수립하는 영업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