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처럼’ 등장한 조영제(51) 사장.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투신이 정상화 계획의 일부로 분리한 한국투신운용의 초대사장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의 초점인데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잘 나가는 금융인이 갑자기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국제적인 안목을 갖춘 금융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지난달 미국으로 직접 리크루팅에 나선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의 요청을 받고서, 사실 그는 적잖이 망설였다. 연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조사장은 액수에 대한 정확한 언급을 피했으나, 재직중이던 회사로부터 약 1백만달러 선의 연봉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한국투신운용의 사장직을 맡으면서 그의 연봉은 30만 달러 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그럼에도 한국행을 택한데 대해 그는 “돈만 따진다면 손해지만,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득까지 합쳐 계산하면 이쪽이 훨씬 이득이라 선택했습니다. 밑지는 건 안합니다”라며 웃어 넘겼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한 운용 전문가조사장은 20년 넘게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한 자산운용 전문가다. 경력도 화려하다. 72년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가 코넬대, 시카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금융계에 몸을 담게 된 것은 85년 The First National Bank of Chicago에서 조사역으로 일하면서부터. 이어 87년에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 영국 국채 선물 옵션 개발에 참여했고, 89년 뉴욕의 Clemente Capital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펀드 운용관련 업무를 맡기 시작해 이후 계속 한길을 걸었다. 99년에는 이 회사를 그만두고 Glovest Advisors라는 운용사를 설립,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중 한국투신운용 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그는 지금 자신에게 동시에 쏟아지는 기대와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사장이 사장직을 제안하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투신이 빠르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도높은 개혁을 해야 한다. 이런 저런 사정에 얽혀 있는 인물은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때 제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알아들었습니다.”이런 제안을 받고 그가 우선 내놓은 계획들은 ‘투명성’을 확보해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매 분기마다 운용 전략·이에 따른 운용 결과와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에 대한 전략수정, 그간 거래한 종목 내역 등을 담은 보고서를 고객에게 보내고 운용역들을 마케팅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고객이 어떤 상품을 사고 있는 것인지’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이밖에도 조사장이 가지고 있는 미국 금융기관 경력과 네트워크 등을 적극 활용해 선진투자기관들과의 제휴를 맺어 선진 투자기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직원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시스템혁신과 함께 인적자원 등 소프트웨어의 혁신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그는 “글로벌 펀드를 운용하며 한국물에 투자한 경험이 10년 넘는다”며 국내 시장 사정에 어두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자신감있게 대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러나 외국서 한국 시장을 보는 것과 직접 안에서 참가하는 것은 다를테니, 젊은 사람들에게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