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으로 짭짤한 수익 … ‘젖소부인’ 시리즈 성공 후 제작열기 후끈

모든산업에는호황기와 불황기가 있다. 영화산업과 비디오산업도마찬가지.성수기와 비수기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 및 비디오산업안에서이런 기본적인 시장의‘질서’를 비켜 가는 예외적인 장르가 있다. 바로 16mm 에로비디오이다.90년대말부터 본격화된 에로 특수에 대해서 세기말에 기승을 부리는 퇴폐주의의 한 현상으로 치부하는 견해도 많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16mm에로비디오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면서 비디오 대여시장의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으로 떠올랐다.국내에로비디오의원년은 1988년. 그 해 5월 미국 메이저 영화와국내 영화의 판권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비디오 제작사들이 제작단가가싸고단기간에 제작이 가능한 16mm 영화제작에 눈을 돌리게 됐다.초기에는비교적 점잖은 제목과 완만한 노출수위를 유지했다.정부의규제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던 탓이다. <산머루 designtimesp=20123> <산딸기 designtimesp=20124><나녀목 designtimesp=20125> <매화 designtimesp=20126> 등의 작품이 이 시기에 속한다. 그러던것이90년대 중반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먼저 물꼬를 튼 것은 사회적시각. 에로비디오를 규제해야 할 저질 문화가 아니라 엄연한 성인물로 장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16mm 에로비디오 역사상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젖소부인 바람났네 designtimesp=20127>는 이러한분위기에 힘입어 탄생된 ‘대박’이다.에로비디오에서도대박이 터진다는 인식에 힘입어 90년대 후반에는제작업체들이크게 늘었다. 종전까지 ‘한시네마’와 ‘유호프로덕션’이양분하던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히트작의제목을 패러디한 각종 <00부인 ∼했네>류의 비디오와 제작사의 난립으로‘함량미달’의 작품도 늘었다. 일본 포르노필름의 한 장면을고스란히 따오거나 비디오 자켓으로 외국 성인잡지의 사진을 차용한경우도 적지 않았다.이때등장한 것이 ‘클릭’ 등 일부 제작사들의 ‘신귀족주의’ 에로물.<바람꽃 designtimesp=20132> <눈물 designtimesp=20133> <연어 designtimesp=20134> 등 노골적이지 않은 제목과 이규영,이천년 등 신세대들에게 어필할만한 세련된 용모의 여배우들이 등장했다. ‘대박프로덕션’‘와우필름’ ‘빨간고추’ 등 신생업체들도약진을보였다. 또 ‘피망픽쳐스’로 브랜드네임을 바꾼 한시네마,유호프로덕션등 리딩업체들도 작품의 질에 신경을 쓰면서 16mm 에로비디오가 한단계 도약하는 르네상스가 열렸다.98년과 99년 전사회를 들끓게 한 몰래카메라(속칭 몰카)등 음란비디오파동도 16mm 에로비디오업계에는 전기가 됐다. <빨간마후라 designtimesp=20137> 등 몰카와 각종 포르노비디오가 인터넷의 불법자료사이트(WAREZ)나 음란사이트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이 두 비디오는 성인남자라면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이 영향으로 동남아 등지에서제작, 국내로 불법유입된 포르노비디오가 인기를 끌면서 에로비디오시장은 일시적으로 한파를 맞았다. 포르노비디오는 같은 어덜트무비(AdultVideo)이지만 성기노출이나 실제 성행위가 묘사되기 때문에이것이 금지되는 에로비디오에 비해 관음증의 충족수단으로는훨씬 강력했던 것이다.◆ 몰카·포르노비디오에 한때 밀리기도그러나결국음란비디오 단속 등의 여파로 몰카와 포르노비디오가찬서리를 맞으면서 포르노에 몰렸던 수요는 합법적 에로비디오의 수요기반을넓혀주는 역할을 했다. 이 결과 에로비디오는 만 20세 이상의 성인들에게 잉여문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어느 정도 사회적 여과장치를 해준 것도 사실이다.국내에로비디오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한 요인은 우선 소자본으로가능하다는것이가장 큰 요인이다. 보통 메이저급 영화사의 일반영화들은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의 막대한 제작비와 1년 이상의제작기간이걸린다. 그러나 에로비디오는 보통 1주일 정도의제작기간과 편당 2천만원에서 2천5백만원 정도의 소자본, 소수 인력으로제작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서 제작되는 에로비디오의 공정판매가격은장당 1만8천원이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이 가운데 제작업체에돌아가는 몫은 평균 1만2천8백원이고 나머지 5천2백원 정도가 유통업체 몫이다. 따라서 이 업계에서 ‘대박’이라 부르는 편당 8천장 이상을 팔면 제작업체는 1억원을 쥘 수 있게 된다. 제작원가대비 수익률이 상당한 편이다. 물론 한달에 많게는 30여편이 출시되는에로비디오 시장에서 8천장 이상을 파는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다.비디오시장에서는 메이저와 중소를 막론하고 모든 결제가 한달 단위로이루어진다. 비디오 판매대금은 대부분 ‘현찰 월말결제’가 기본이라비교적 리스크가 적다. 이때문에 16mm 에로비디오시장은 ‘금맥’을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비디오대여점주 입장에서는 일반 프로와 달리 반품기간이 길고 개봉한 것도 반품이 가능해 에로비디오를 선호한다.현재국내에로비디오 시장은 공급자인 제작업체와 유통업체 대여점을축으로형성돼있다. 전국 1만3천개소 정도의 비디오대여점들이한달평균 3∼4편의 에로물을 구매한다고 볼 때 매달 4만장 정도가팔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여층 20대로 확대 … 스토리·영상미 향상최근들어 비디오 대여시장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시장확대 요인이 되고 있다.종전에 30대와 40대 중년남성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지금은20대 젊은 남성과 여성들로 대여범위가 넓어지는추세이다.대여연령층의 확산으로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게끔 영화의질적 향상을 꾀하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제작장비도 16mm 카메라를대신해베타캠 같은 첨단 디지털 장비가 늘고 있다. 또 최근일부제작사는 차세대 영상매체인 DVD와 함께 비디오를 동시출시한다는계획을밝혀 시장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최근 출시되는 에로비디오들이 예전과 달리 사회적 이슈를 발빠르게스토리에접목하는 등 타이틀도 풍성하고 질적으로 향상된것도 눈에 뜨인다.에로비디오시장의호황은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인간의 원초적욕구인관음증과 함께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면서도 향락산업, 퇴폐문화를즐기는 광범위한 계층의 존재라는 한국적 특성이 이 산업의든든한 인프라스트럭처가 되고 있다. 에로비디오업체들 역시 원가절감노력과 함께 끊임없는 저질문화 시비를 겪으면서도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들이 지금의 시장을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