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와 애국’.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인다. 그런데 서울대 약대 박정일(45) 교수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를 함께 얘기한다. 이달말 제일제당과 함께 인삼의약품 전문벤처기업 ‘진생사이언스’를 설립하는 그는 “인삼을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레 애국심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박교수는 1980년 서울대 대학원 재학때부터 인삼을 연구해온 약학자다.“오랫동안 연구 개발에 소홀한 탓에 우리나라는 인삼 종주국의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스위스 긴사나사가 내용물 함량과 효능을 표준화해 정제나 캡슐 형태로 개발해 인삼관련 의약품에 관한 한 서구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스위스에선 삼 한뿌리도 나지 않습니다.”이 대목에 이르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홍콩 등 동남아 시장에서만 팔리는 국내 인삼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서구 시장을 공략, 긴사나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인삼 종주국의 자리를 되찾는 것이 목표 중 하나다. 벤처회사를 만들게 된 동기를 묻자 그는 “연구비 걱정 없이 인삼 연구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서”라고 주저없이 답한다.◆ 인삼 제조 특허 5개 출원 … ‘선삼’ 약효에 주목“아이디어는 넘치는데 이를 구체화할 연구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삼과는 관계없는 엉뚱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수입이 생기면 그 일부를 인삼연구에 쓰는 식으로 어렵게 해왔습니다. 인삼연구로 연구비를 받아본 것도 96년 제일제당과의 산학협동 연구 프로젝트 때가 처음이었습니다.”박교수와 연구팀은 인삼 제조와 용도에 관해 이미 5개의 특허를 갖고 있고 또 2건의 특허를 출원중이다. ‘선삼’을 이용한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적인 계획. 선삼은 수삼을 고온에서 쪄서 만든 것으로 홍삼이나 백삼 등 기존 인삼보다 약효가 월등하다는 설명이다.“홍삼이 백삼보다 약효가 뛰어난 것은 홍삼에 미량 존재하는 특이성분 Rg3, Rg5, F4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선삼은 홍삼에 미량 함유된 이같은 특이성분을 대폭 늘린 것으로 약 40배 가량 됩니다.”‘진생 사이언스’는 이달 말 서울대학교 내에 학내 연구실벤처 형태로 출발하게 된다. 이승기 박만기 김낙두 교수 등 서울대 교수진과 약학대학 석박사과정 연구생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초기자본금 5천만원중 제일제당이 1천만원을 출자했다.박교수는 서울대 약대 연구팀의 연구력과 제일제당의 유통·마케팅 등 시장인프라 및 해외 네트워크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건강보조식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궁극적인 목표는 항암 및 암예방제, 고혈압 등 순환기 질환 치료제, 노화방지제 등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회사의 틀을 하루 빨리 갖추기 위해 대표로 나서긴 했습니다만 제 꿈은 경영자가 아니라 연구소장입니다. 인삼 연구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인삼 연구소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벤처기업 사장으로 나선 박교수의 야심찬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