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 영화의 고수인 홍콩 영화의 내공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제 홍콩영화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닌가’하는 인식이 굳어질 정도.<와호장룡 designtimesp=20102>은 이런 와중에 홍콩 무협 영화의 잃어버린 찬란한 과거를 복원해 보겠노라고 나타난, 야심찬 기획이다. 제목은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는 뜻의 고대 중국 속담.때는 청나라 말, 무당파 검술의 대가 리무바이(주윤발)는 강호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는 사매인 슈리엔(양자경)을 찾아가 보검 청명검을 맡긴다. 슈리엔은 뜻하지 않게 청명검을 도난당하고, 리무바이와 슈리엔은 검을 찾아 나선다. 둘은 이 사건에 푸른 여우가 관련됐음을 알아내고 푸른 여우가 젠(장지이)임을 알아낸다. 리무바이는 젠이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제자로 삼기를 원하고 슈리엔은 그녀가 조용히 청명검을 돌려주면 사건을 마무리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 로(장진)가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표면상 <와호장룡 designtimesp=20107>의 이야기는 리무바이, 슈리엔, 젠, 로 이렇게 네 명이서 이끌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은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젠에게 맞춰져 있는데, 이 점이 다른 무협 영화와 다른 부분이다.물론 여성이 무협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나약해서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하거나, 파국을 부르는 사악한 인물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와호장룡 designtimesp=20110>의 젠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제약과 관습에 저항한다.미국의 자본과 미국의 기술을 가지고 만들어진 무협 액션 영화 <와호장룡 designtimesp=20113>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잘 알려진 중국 배우들과 광활한 중국 대륙의 풍광, 하늘을 날고 바람을 가르는 현란한 액션은 예전 그대로다. 하지만 말을 타고 벌이는 격투 장면은 서부 영화를 연상시키고, 총 대신 칼을 쥔 주윤발의 모습은 아무래도 어색해 보인다. 긴 호흡 편집으로 이어지는 액션 장면도 홍콩 영화에서 보이던 모습과는 다른 부분. 이처럼 <와호장룡 designtimesp=20114>은 미국식 액션 테크닉과 홍콩 무협 테크닉, 홍콩식 아날로그 액션과 미국식 디지털 액션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