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월31ㆍKBS MBC 9월3일 시험방송…수익모델 확보 등 과제 산적, 본방송은 내년쯤 가능

'고선명 고화질' '다기능 다채널'로 대변되는 디지털 방송이 오는 8월31일부터 시청자들에게 첫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SBS가 첫 시험방송을 내보내고 이어 9월3일 방송의 날을 기점으로 KBS와 MBC도 영화, 자연다큐멘터리 등 디지털 방송을 송출할 계획이다. 시청자들은 1천만원대를 호가하는 HDTV가 없더라도 3백만원대 수상기를 설치하면 지상파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당분간 쌍방향성 데이터방송이나 호화로운 다채널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없지만 향상된 화질을 경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상상속의 멀티미디어 TV가 드디어 첫발을 내딛는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는 적지 않다.국내 처음으로 디지털 시험방송을 내보낼 방송사는 SBS. "기왕하려면 빠르고 확실하게 하자"는 취지로 8월31일을 시험방송일로 정해?. 이후 SBS는 9월호 축구채널을 개국하는 등 디지털방송 시작일부터 대대적인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계획이다.우선 시험방송 첫날은 채널 16번을 통해 자연타큐멘터리 영화 등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이후 토크쇼 드라마 오락물 등을 차례로 제작해 주당 2시간 정도를 디지털 방송시간으로 할애할 예정이다. SBS 미디어정책실의 장도원씨는 "60분짜리 프로그램이 18개, 디지털 신호로 전환한 영화 5편 등이 시작용으로 제작대 있고, 추가 프로그램이 제작중이어서 연말까지 수급문제는 걱정 없다"고 말했다. 두달 동안 디지털 방송을 운영해 보고 스포츠, 특집쇼 등으로 제작 범위를 점차 늘여나갈 계획이다.KBS는 9월3일 채널 15번을 통해 첫 디지털 방송용으로 60분짜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이후 오전방송시간이 끝나면 매일 15분간 자연영상물을 디지털 방송으로 송출할 계획이다. 아직 편성계획에 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아 시험방송일 이후 얼마나 프로그램 시간을 늘려나갈지, 어떤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인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편성정책실의 오태수 주간은 "시험 방송이 끝나고 본 방송이 시작되는 내년 9월 초까지는 자연타큐와 기존의 프로그램을 디지털화한 것들을 송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 제작인원과 장비 등이 보강되는 대로 주간 2~5시간 방송을 할 예정이다.MBC도 9월3일부터 채널 14번을 통해 디지털 방송을 실시한다. 당일 어떤 프로그램을 내보낼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올 초부터 준비해온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DTV 기술부의 이완기 부장은 "시설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아 시험방송 이후의 제작일정을 구체적으로 잡지 못했다. 프로그램 제작에 따른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아 섣불리 제작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이처럼 방송사들이 대대적으로 디지털 방송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갈 수 업슨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방송 3사가 앞으로 10년간 투자해야 하는 금액은 1조5천억원. 방송사별 차이는 있지만 앞으로 5년 동안은 2백억원에서 1천억원까지 집중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처럼 공모를 해서 투자자금을 끌어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방송사들의 고민이 많다.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시청료나 광고료를 높이는 것이 논의되고 있다. 공영방송사인 KBS의 경우 시청료를 높여달라고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으며, MBC나 SBS는 강고료를 높이거나 중간광고를 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고가의 방송장비를 수입할 때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안도 논이되고 있지만 재경부나 산자부에서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방송발전기금을 당분간 디지털 방송을 구현하는데 이용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으나 실현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방송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도와주지 않고 방송사가 전부 해결하라고 하면 부실한 방송을 내보낼 수 밖에 없다. 5년간 수익이 없는 곳에 어떻게 수천억원씩 쏟아붓겠는가"라고 말했다.◆ 프로그램 수급도 자금문제와 맞물려둘째는 프로그램 수급문제다. 프로그램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작에 소요되는 장비를 들여와야 하는데 이 도한 자금의 문제로 귀속된다. KBS의 경우 장비발주가 10월 이후로 미뤄져 있어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용 프로그램은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편집기, 카메라 등 기본적인 장비가 1~2대 정도 있을 뿐, 중계차나 디지털방송에 필요한 기기들은 내년 2월까지 들여올 예정이다. 올해부터 연간 1천억원 이상씩 투자해 총 1조원에 이르는 디지털 방송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없다. 이런 와중에도 올해까지 뉴미디어센터를 신설하고, HDTV용 편집실과 스튜디오 설치, 편집장치와 카메라, 가상 스튜디오 개발등에 투자하기로 정통부에 자료를 낸 상태여서 귀추가 주목된다.MBC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통부에 올해까지 85억원을 투자해 HDTV 편집실과 SDTV 스튜디오를 설치할 계획을 내놓았지만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반면 SBS의 경우 8월까지 3백50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편집기, 촬영장비를 들여올 계획이다. 또 9월말과 11얼초엔 중계차를 한대씩 들여오는 등 타방송사보다는 적극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또 이미 데이터방송과 컴퓨터 그래픽 등 디지털 방송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완료한 상태다.또 한가지 방송사들의 적극적 진출을 막고 있는 요인은 최근 불거진 수신방식의 문제다. 정통부에서 이미 확정한 미국식의 ATSC를 두고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수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들어 방식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회는 미국식과 유럽식을 비교 검토한 뒤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수신방식은 한번 정해지면 앞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방송사들이 장비발주를 못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디지털 방송을 준비하면서 당분간 방송사들이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아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할 만한 방송의 실현 여부는 내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 이완기 MBC DTV기술부장“음향·화질 뛰어난 방송 만나게 될 것”▶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어떤 방송을 보게 되는 것인가.우선은 화질면에서 좀더 향상된 방송을 보게 될 것이다. 흑백에서 컬러방송을 볼 때처럼 신기하지는 않겠지만 음향이나 화질은 훨씬 좋아진다.▶ 디지털방송을 준비하면서 제일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제작인원의 교육문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방송환경에 대한 이해 없이는 제대로 일할 수 없다. 실례로 촬영앵글도 달라질 것이고, 배우들 분장도 두배 이상의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막대한 투자비용의 문제도 만만치 않은데.방송 3사가 모두 느끼는 문제다. 우리는 광고료를 현실화한다거나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넣는 제도가 허용되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정부측의 보조도 아쉽다.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 방송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전혀 다른 조직을 갖고 병행방송을 해야 할 상황이다. 인력과 장비투자에 두배의 자금이 소요된다.▶ 아직 프로그램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험방송일 이후 편성을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2년 전부터 디지털 방송을 하고 있는 미국도 주간 5시간이 넘지 않는다. 프로그램도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토크쇼가 대부분이어서 마땅히 참고할만한 것들이 없다.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간 7시간 이상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장비수출국인 일본도 2003년부터 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므로 우리가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