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도입 경영혁신 박차 … 화장품 등 사업구조도 다각화

▶IMF 한파가 기승을 부릴 때 애경산업은 오히려 신규투자를 확대했습니다. 공격 경영에 나선 배경은 무엇이고 결과는 어떠했습니까.지난 93년 다국적 기업인 유니레버와 결별하면서 회사 사정이 극도로 나빠졌었습니다. 그때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95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부터는 회사를 다시 다잡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죠. ‘1등 브랜드만이 살아 남는다’는 마케팅 철학으로 브랜드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직원들의 사내·외 교육을 강화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이런 분위기 확산을 위해 사무실 집기와 식당 설비까지 교체했습니다 .막상 IMF 한파가 닥쳤을 때는 그동안 축적해 둔 기업 역량을 발휘하기에 적당할 만큼 내실이 다져졌습니다. 경쟁사가 광고를 줄이고 투자를 축소할 때 우리는 정반대의 마케팅 전략을 폈지요. 덕분에 여러 사업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97년과 98년에 연거푸 20%에 달하는 고성장을 이룬 것은 이같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최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진경영기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성과는 어떤지요.올해부터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해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주주가치, 즉 회사가치를 높이고 고객 만족 경영을 최단시간, 최소비용으로 달성할 계획입니다.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창의력 있고 좋은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응당한 보상을 해주기 위해 연봉제와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또 3개월 과정의 미국 현지 교육을 5년째 실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지난 3월부터는 시간이 없어 따로 대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직원을 위해 사내 MBA과정을 개설했습니다. 유수한 대학 교수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호응도가 높습니다.직원 개인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생각아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는 앞으로 계속 늘릴 방침입니다.▶95년 이후 주방세제에서 생활용품, 화장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사업 중심축을 이동시키는 과정입니까.그렇진 않습니다. 여전히 ‘애경’하면 ‘강력한 세제 메이커’라는 이미지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실제 이미지 조사를 해 봐도 주방세제업체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애경의 기본은 세제’라는 이야기죠.몇년 사이 생활용품, 화장품 시장에 진입한 것은 사업 다각화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특히 화장품 사업은 시장 규모가 무한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판단해 마케팅력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진입 3년만에 소매시장 점유율이 3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세제부문과 화장품부문의 매출비중을 6대4 정도로 맞출 계획입니다.▶빅히트를 기록한 제품이 상당히 많습니다.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세탁세제 분야의 퍼펙트, 스파크, 울샴푸와 주방세제 순샘, 생활용품 부문의 하나로, 리앙뜨 샴푸, 2080치약이 크게 히트쳤습니다. 또 화장품 부문에선 마리끌레르, B&F, a-솔루션, 포인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출시 제품마다 줄줄이 히트를 기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2080치약의 경우 브랜드 네임, 광고전략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맞아떨어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 마케팅부서에는 수많은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치아가 왜 20개밖에 안되느냐’ ‘이미 15개밖에 없는데 2080치약을 사용하면 20개가 되느냐’는 등 엉뚱하면서도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소비자 관심을 보고 성공을 예감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출시 1년만에 1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화제가 되었지요.화장품의 경우엔 특정 분야를 잘게 나눠 집중 공략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봅니다. B&F는 모공 전문, a-솔루션은 여드름 전문, 포인트는 클렌징 전문 화장품이라는 것을 상당수의 여성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신상품 컨셉과 네이밍 결정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지는지요.히트상품은 그야말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철저한 현장조사와 소비자 접촉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전략이 결정됩니다. 중역과 대표이사의 의사가 소비자 결정보다 중요할 순 없죠. 컨셉, 네이밍, 디자인, 실사용, 광고, 소비자 반응 등 각 과정에 대한 조사를 브랜드별로 빠짐없이 진행합니다. 조사 후 얻은 결과가 실제 마케팅에 적극 활용됨은 물론입니다.예를 들어 젊은 감각의 제품 광고를 시사할 경우에는 장영신 회장을 비롯한 나이가 든 중역들에겐 참석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그분들이 다소 섭섭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윗사람의 단순한 코멘트도 광고 제작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서지요. 마케팅 회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년 경력의 중역들이 처음엔 마땅찮아 했지만 이젠 결과에 대해 이해하고 소비자 결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풍토가 정착됐습니다.▶앞으로 어떤 경영전략을 펴 나갈 계획입니까.‘한국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외형보다는 ‘정말 좋은 브랜드’를 키워나가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이를 위해 매달 회의를 열어 ‘죽일’ 브랜드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1, 2위를 차지하고 있거나 향후 3년내 1, 2위를 차지할 브랜드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고 있습니다. 특히 과당경쟁이 붙은 브랜드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한 생산·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합니다.95년 9백%에 달하던 부채 비율도 올해 말까지 2백% 정도로 낮춰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킬 계획입니다. 더불어 올해 3천억원으로 잡은 총매출 목표도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습니다. 순이익의 30%를 마케팅 비용으로 재투자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2~3년 정도면 국내 최고의 생활용품 및 화장품 전문업체로 완전히 자리를 잡으리라 봅니다.물론 신규 브랜드 개발에 대한 투자는 1순위입니다. 1등 브랜드 창출이 곧 미래의 ‘애경’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Profile in Mirror이미지 소박 … 아이디어 사냥꾼“털털하고 소박하신 분이죠. 복도에서나 회의를 할 때나 사내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나 항상 친근하게 대해 줍니다.”애경산업 홍보실 송영신 대리는 안용찬 사장(41)의 마일드한 성격을 가장 먼저 강조한다. 중견기업 대표이사답지(?) 않은 털털함이 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사장은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4백여명의 이름을 거의 알고 있고 지방 공장·영업소의 1천여 직원들까지 두루 신경쓰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애경 장영신 회장의 사위이기도 한 안사장은 9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이익관리위원회 재고관리위원회 제품개발위원회 등을 설치, 의사결정의 구심점이 되도록 했고 이를 통해 IMF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했다는 평을 듣는다.신제품·브랜드 개발에 관한 한 안사장은 ‘병적으로’ 매달린다. 제품개발위원회를 매달 개최하는 것은 물론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한달에 한번 꼴로 해외시장 조사에 나선다. ‘하루종일, 1년 내내 아이디어 생산에 고심한다’는 게 안사장의 고백. 신제품 출시 회의나 광고 시사회에 나이많은 중역들을 참석지 못하게 한 것은 안사장의 경영방침이 그대로 드러난 예다. 감각이 뒤떨어지는 코멘트 한마디가 신상품 전략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게 회의 참석을 제한한 이유. 애경산업의 신제품들이 연타석 홈런을 치는 것은 철저한 소비자 조사 덕분이라는 게 안사장의 생각이다.요즘들어 애경산업엔 다국적기업 임원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애경의 브랜드 파워를 확인한 거대 기업들이 M&A를 제의하고 있는 것. 하지만 안사장은 끄덕도 않는다. ‘그동안 키워 온 브랜드가 막강하고 앞으로 생산해 낼 브랜드 역시 시장을 평정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약력안용찬사장은 1983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이후 미국 화장품회사 폰즈(Chesebrough-Pond's) 국제국에서 2년간 근무하다 귀국, 애경산업 브랜드부에 입사했다. 애경화학, 애경유화를 거쳐 93년 애경산업 물류.마케팅 담당 전무이사로 승진했고 95년 7월 대표이사사장으로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