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172>는 <쉬리 designtimesp=20173>와 <간첩 리철진 designtimesp=20174>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쉬리 designtimesp=20175>가 남북 분단 문제를 멜로 드라마로, <간첩 리철진 designtimesp=20176>은 코미디로 포장한 반면 이 영화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면서 드라마에 충실한 정공법을 택했다.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공동 경비구역 북측 초소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다. 북측 병사 두명이 사살되고 한명이 중상을 입는다. 이와중에서 남측 병사 한명 또한 중상을 입는다. 중립국에서 사건 조사를 위해 파견된 소피 장 소령(이영애)은 사건의 내막을 파헤친다.<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181>는 원작 소설 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영화속 중립국에서 파견된 수사관 소피 장 소령은 소설에서는 남성인 베르사미였다. 소설은 국군 포로였다가 제 3국 행을 선택한 베르사미의 아버지 이연우의 일기를 통한 회고와 총격 사건 수사가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연우의 삶을 짧은 몽타주 시퀀스로 처리, 모두 걷어내고 초점을 남과 북 4명의 병사의 어울림에 맞춘다.이런 각색은 영화의 지향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도덕 교과서처럼 설교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적으로 분단 현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남과 북의 병사가 쪽지를 주고 받고, 한데 어울려 김광석의 음악을 듣고, 닭싸움을 하고, 초코 파이를 나워먹는다. 이런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에피소드를 통해 두터운 정이 쌓여가는 과정과 우연히 일어난 총격 사건을 통해 이것이 일시에 무너져 버리는 과정을 겹쳐 놓음으로써 분단이 낳은 비극을 지켜보게 만든다.<달은…해가 꾸는 꿈 designtimesp=20187>, <3인조>처럼 주류 영화에서 한 걸음 떨어진 영화를 만들던 박찬욱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188>를 통해 상업 감독으로도 손색없음을 증명했다. 원형 이미지의 반복적 차용,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4명의 남과 북 병사를 잡아낸 마지막 장면 등은 그의 세심한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배우들의 연기 또한 뛰어나다. 코믹 연기에 갇혀 있던 송강호는 <쉬리 designtimesp=20191>에서의 어정쩡함을 벗어버렸으며 그간 영화에서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던 이병헌 또한 흡인력있는 연기를 펼쳐보인다. 조연 김태우와 신하균의 연기도 뒤지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소피 소령이 부차적인 캐릭터로 가볍게 다뤄졌다는 것. 이밖에도 곳곳에서 약점이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192>는 작품성과 흥행성의 균형을 잘 잡고 있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