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 ‘사무실’로 개조 임대료 수익 껑충 … 아이디어 실현 위한 법 개정 필요
‘헐고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노후 부동산을 개·보수하는 리노베이션이 부가가치 높은 부동산 활용법으로 대두된 가운데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개발, 시도되고 있다. 일반적인 리노베이션 기법이 아닌, ‘발명’에 가까운 아이디어도 있다. 부동산 가치를 상승시키는 신종 리노베이션 기법을 소개한다.◆ 단독주택을 사무실·음식점으로요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논현동, 청담동 일대에서는 사무실로 개조된 단독주택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신사동 ISB정보시스템이나 논현동 금양교역, 역삼동 지오디자인, 청담동 우먼드림 등이 단독주택을 사무실로 쓰고 있는 회사들이다. 평당 임대료만 5백만원에 이르는 서울벤처밸리의 빌딩 대신 저렴하고 쾌적한 일터를 선택한 경우다.부촌으로 이름난 이들 지역에는 지은 지 20년 안팎인 대형 단독주택이 흔한 편. 집주인들이 아파트나 전원생활을 위해 집을 떠나면서 ‘주택 사무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벤처 붐’이 한몫했다.주택을 사무용으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해당지역의 용도와 신고 및 허가 사항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리노베이션업체 ‘끌과 정’ 이경화 실장은 “개조가 결정됐다면 건물외관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조언한다. 외관에 투자한 만큼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 전문업체에 맡길 경우 개조 비용은 평당 50만~1백만원 선인 반면 신사동, 논현동 일대 ‘주택 사무실’의 임대료는 평당 3백~4백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일반 주택으로 임대할 때보다 20~30% 높은 값이다.사무실뿐 아니라 주택을 음식점, 카페로 개조하는 예도 많아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최성진씨(60)는 최근 연면적 80평의 낡은 3층 주택을 음식점으로 개조(사진), 짭짤한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지하층을 일반 상가로, 1·2층을 갈비집으로 개조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총 1억1천만원. 공사 도중 입주가 결정된 임차인으로부터 7천만원의 보증금을 받아 공사비 조달에 큰 문제가 없었고 고정 월세수입도 상당하다.◆ 낡은 아파트에 ‘메이크업’을가장 대표적인 곳이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78년 입주한 3천4백세대 대단지인 이 아파트는 97년 9월부터 외부 도장공사에 들어가 산뜻한 분위기로 변신했다. 또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전자식으로 교체하고 수도관 등 각종 배관을 모두 교체하는 대공사를 벌였다. 지난해부터는 지역난방을 도입, 관리비 절약은 물론 아파트 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었다.22년된 낡은 아파트를 생기있게 단장하는데 들인 비용은 총 88억원. 입주 직후부터 적립해 둔 특별수선충당금으로 비용의 90%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평당 1천3백원 정도의 주민 부담으로 충당했다. 리노베이션 후 이 아파트 시세는 인근 H아파트 동일 평형대에 비해 3천만원 정도 높게 형성돼 있다. 주민 부담금은 최소로, 그러나 주거만족도와 재산 가치는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사례다.◆ 초소형 아파트를 중소형 아파트로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 조미란 박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몇가지 아파트 리노베이션 기법을 소개했다. 7~10평 남짓한 초소형 아파트를 합쳐 넓게 만드는 방법, 바닥 또는 천장을 헐어 2개 층을 1개 층으로 만드는 방법, 발코니를 폭 2m로 확장하는 방법 등이 그것. 또 단지 내부에 지하 주차장을 새로 만들거나 여유 부지에 주차 빌딩을 세우는 방법도 제시됐다.이같은 리노베이션 기법은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지만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상태다. 실제로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리노베이션이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7%에 이르고, 일본도 23%에 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5%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조미란 박사는 “주택건설촉진법상의 규제로 아파트에서는 리노베이션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평상시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과 더불어 아파트 리노베이션이 가능토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도식 아파트를 계단식으로복도식 아파트가 계단식보다 인기가 없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계단식에 비해 전용면적이 좁고 사생활 보호가 불리하며 재산가치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하지만 멀지않아 복도식 아파트도 계단식으로 너끈히 개조되는 때가 올 것 같다. 심재건축 조남국 소장이 지난 7월 개발, 특허 출원한 이 공법은 복도식 구조를 한 두달만에 계단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리노베이션 기법. 기존 복도 옆에 별도의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을 만들고 복도 공간은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전용면적 18평형 복도식 아파트를 계단식으로 개조할 경우 1.03~2.84평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이 공법은 용적률이 낮은 아파트에 더욱 유리하며 엘리베이터 및 계단실 설치 비용도 가구당 5백~6백만원 선이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인데다가 주거만족도도 높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 / 조남국 심재건축 소장“복도식을 계단식으로, 가치 쑥”“현행 주택건설촉진법상으로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아파트 건축 당시 사업계획 승인 범위 내에서만 개·보수가 허용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교부 등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곧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심재건축 조남국 소장이 최근 ‘발명’한 복도식 아파트를 계단식으로 바꾸는 공법이 화제다. 기존 아파트를 헐지 않고 비교적 간단하게 계단식 아파트로 변모시키는 이 공법은 특히 노후 고층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희소식.“서울 강남지역에만 복도식 아파트가 6만가구에 이릅니다. 대개 10~15층 규모에 15~20년된 곳들이지요. 이 중에는 30평형대이면서 복도식인 곳도 상당수입니다. 이런 아파트들이 계단식으로 개조된다면 재산상 가치와 주거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지겠지요.”조소장은 서초동 삼풍아파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한양아파트 등 중형 아파트이면서도 복도식으로 설계된 단지를 샘플로 삼아 기초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비용과 공사기간이 산출될 전망.“분명한 것은 재건축에 비해 효율성이 현저히 높다는 겁니다. 정부에서도 마구잡이 재건축에 제동을 거는 입장이니, 곧 다양한 리노베이션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한경매거진&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