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한국은 대외환경에 완충능력이 없어... 정책당국의 정책운용능력 떨어져

흔히 국제사회에서 한국경제하면 ‘엔·달러·반도체·미국증시’가 연상된다는 것은 대외환경에 완충능력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다. 동시에 정책당국의 정책운용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고 보고 있다.요즘 뉴욕 월가에서는 한국증시에 대해 이런 말이 자주 들린다. ‘미국경기는 정점을 지나 연착륙 조짐이 뚜렷한데 주가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 정책당국자의 말을 빌린다면 ‘한국경기는 아직까지 정점을 지나지 않은 상황이고 경제기초 여건도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는데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점이 이해가 안간다’는 얘기다.이 하소연대로 주가와 같은 가격변수가 더 이상 경제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경제 현실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연일 정책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각종 단체들은 제목소리 내기에 바쁘다.특히 대외환경에 취약한 것을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외환경은 통제여부에 따라 정책변수(Policy Variable)와 행태변수(Behavior Variable) 로 나뉜다.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유가와 같은 대외변수는 우리가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행태변수에 해당된다.따라서 행태변수의 변화로부터 증시를 비롯한 투자대상국 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완충능력을 확보하고 있느냐를 투자판단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근거로 삼고 있다. 만약 이 능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천수답 경제’로 귀결돼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유가 문제만 하더라도 그렇다. 고유가에 따른 부담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원유비축분을 적정수준으로 확보하고 경제구조가 유가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현재 한국 정부의 원유비축분은 29일치로 떨어져 있다. 적정수준인 60일분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경제구조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에너지 다소비형이다.결국 원유비축분이 모자라고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가 정착됨에 따라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더라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한 것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몇몇 업체에 의해 좌우되는 과점상태다. 특히 한국의 주력업종인 64메가 D램 시장은 심하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다른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linkage effect)도 적다.이런 산업에 있어 완충능력이 확보됐느냐 여부는 경쟁업체간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다른 산업과의 균형을 유지했느냐를 중시한다.◆ 국제기구 등 적극 참여 시장확대 모색최근 세계 반도체 업체간의 경쟁구조는 ‘갈등적’이다. 한국의 경제구조도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심한 상태다. 상반기 동안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관련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27.2%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에 따라 한국경제나 증시가 흔들리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통상마찰에 따른 완충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통상마찰에 따른 완충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출구조가 지역·품목별로 다변화돼야 한다.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기구나 지역블록에 적극 가담해 협상능력이나 안정적인 시장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한국의 수출구조는 지역별·품목별로 편중도가 너무 심해 교역상대국으로부터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업종별 편중도는 상반기만 하더라도 전체 수출증가분에서 반도체, 컴퓨터 주변기기,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과 같은 5대 품목의 기여도가 무려 60.1%에 달하고 있다.현재 한국은 어느 지역블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역점을 둬서 추진해온 자유무역협정(FTA) 정책도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안정적인 시장확보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이밖에 대외환경 변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부실을 털어내고 경제구조가 소프트화되어 있어야 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아직까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고부가가치화지수(수출단가지수/수출물가지수)로 본 수출상품 구조도 90년 이후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흔히 국제사회에서 한국경제하면 ‘엔·달러·반도체·미국증시’가 연상된다는 것은 대외환경에 완충능력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다.대외환경에 대한 완충능력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정책당국의 정책운용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고 보고 있다. 미 연준리만 하더라도 선제적인 능력을 갖춰서 경제주체들에게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 한국은 금리인상 문제를 놓고 나타났듯이 정책당국자가 한번 내뱉은 말을 쉽게 번복해 오히려 혼선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어느 경제든 간에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하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반드시 부담한다. 최근 들어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2백5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고 기업들의 거주자외화예금도 1백37억 달러에 달해 외환위기 당시보다 많다.이런 명시적인 비용 이외에 눈에 띄지 않는 불확실성 비용도 많다. 그 중에서 정책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크다. 모든 정책의 잣대가 되는 가격변수가 경제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초단계부터 부실이라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따라서 한국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한국경제내에 폭넓게 자리잡은 불확실성 요인을 해소시키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충고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경제주체들에게 예측가능한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그동안 ‘안정’이란 미명하에 수없이 쏟아져 나온 대책들이다. 과연 이런 대책들이 본래의 목적인 한국의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정책, 선제적 차원에서 나와야 시장신뢰일단 정책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국민들은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은 정책불감증에 걸려 있다. 정책당국자들도 그동안 발표된 대책이 뭐가 있었는지 정리해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정책의 질도 선제적인 차원에서 나와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 그동안 안정대책이라 해봤자 증시폭락과 같은 상황이 발생되고 난 이후에 발표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대책들은 하루 이틀 동안 반짝이는 캄프르주사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시장구조를 흐트러뜨려 오히려 불확실성을 높인다.따라서 현재 한국경제내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사안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자일수록 말과 정책은 아껴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도 철저한 시장모니터링을 전제로 선제적인 차원에서 나와야 시장신뢰와 정책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동시에 대외여건과 경제외적인 변수로부터 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을 차단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대외환경에 대한 완충능력을 확보하고 가능한 한 정경분리 원칙을 지켜서 모든 경제현안은 경제논리에 입각해 풀어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가능하다.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나타난 관행으로 볼 때 안정화 대책과 금융시장 안정과는 역관계(trade-off)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