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매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정부와 채권단은 10월중 매각을 공언하고 있지만 사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채권단이 매각방식으로 제시한 ‘선인수-후정산’ 방안에 대해 GM이 거부의사를 밝혔다. GM은 정밀실사 없이는 구속력있는 입찰제안서를 낼 수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또 현대자동차는 다임러와의 협의없이 대우차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거듭 천명하고 있고 다임러는 대우차 인수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급해진 채권단은 대우차-쌍용차, 국내자산-해외자산 등을 분리매각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 또한 원매자들의 냉담한 태도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우차 매각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조기매각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없고 매각외에 뚜렷한 묘안도 없는 실정이다.물론 아주 헐값에 매각하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GM이나 현대-다임러컨소시엄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에 대우차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을 공산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가격을 대폭 내리면 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국민경제의 부담가중과 함께 헐값매각에 따른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하는게 문제”라고 말했다.이처럼 대우차 매각문제가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자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선정상화 후매각’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단계에서 어차피 제값을 받지 못할 바에야 대우차에 공적자금을 투입,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한 뒤 매각하자는 방안이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법정관리 △한시적 공기업화 △위탁경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방안은 작년말부터 소수의견으로 꾸준히 제기돼온게 사실이다. 한시적 공기업화의 경우 대우차 노동조합이 주창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우차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한데다 과연 현실적으로 대우차의 구조조정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만만찮다.R&D기능을 거의 상실한 대우차가 공기업전환을 통해 정상화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남는다. 법정관리의 경우 채권단 지원자금을 공익채권으로 전환함으로써 보다 원활한 자금수혈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장에 주는 엄청난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위탁경영 추진시 법정관리 들어갈 공산 커그럼에도 불구, 현 상황은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특히 대우차 정상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 과거 기아자동차나 동아건설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경영관리인을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국 건양대 교수는 “대우차를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산업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위탁경영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영석 한남대 교수도 “정부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시적 공기업화나 위탁경영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위탁경영진의 경우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유종렬 전기아자동차 법정관리인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자동차회사를 비교적 ‘무난하게’ 경영해본 경험이 있는데다 경영능력 또한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봐야 한다.만약 정부가 위탁경영을 추진한다면 대우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성급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인의 지위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