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은 한국기업의 숙명같은 일이 아니겠습니까.”e-비즈니스 인큐베이팅전문업체인 파파빈 윤재경(31) 사장은 우리나라 e-비즈니스에 대해 할말이 많다. 그는 나이에 비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편이다. KAIST에서 응용 물리학을 전공한 뒤 쌍용정보통신에 입사, 정보통신 업계와 인연을 맺어 한국 교통정보 시스템, 디지털 조선일보 등을 거쳤다. 이 와중에 국내 인터넷 업계가 실제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우리나라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과 방식은 서로 다른데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윤사장은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온라인 광고 시장이 케이블 TV광고 시장 규모를 추월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가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규모가 작아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성공한 온라인 기업으로 꼽히는 다음이 e-메일 서비스로 미국에 진출한다고 야후나 MSN을 제칠 수는 없다” 는 당연한 명제를 국내 기업들이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윤사장은 e-비즈니스에 대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들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자본금 7억원으로 인큐베이팅 회사인 파파빈을 차렸다. 평소 그의 생각대로 이 회사를 우리나라 인터넷 벤처의 세계 진출을 돕는 회사로 키워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한국 파파빈 설립과 동시에 ‘파파빈USA’와 ‘파파빈JAPAN’ 법인을 올해 5월과 9월에 잇달아 설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해외네트워크 구축 미·일서 투자설명회 개최파파빈은 지금 ‘코리안 벤처 포럼’이라는 일본투자설명회 사업을 추진중이다. 30여개 한국 벤처기업을 모아 도쿄에서 50여개 일본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여는 것. LG벤처투자와 KTB네트워크 등 창투사와 함께 유망벤처 선정작업을 끝냈다. 인터넷 서비스, 모바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 네트워크 관련 업체가 대상이다. 미국에서도 벤처캐피털들의 관심이 뜨거워 올해 안에 비슷한 행사를 열 계획이다.그러나 윤사장은 무작정 해외로 나가겠다는 기업들의 안일한 태도에는 일침을 놓는다. 일본 벤처캐피털들이 한국 인터넷 기업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국내 인터넷 업계 관계자들이 환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뛰어나서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e-비즈니스라는 것이 전례가 없고 워낙 위험이 많다 보니 미리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보고 교훈을 얻으려는 것이 그들의 목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해보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일본 진출과 투자에서도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사업추진’ 경험을 쌓고, ‘지금 역량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 보니 인큐베이팅 회사를 하게 되었지만, 다른 젊은이들과 마찬가지로 윤사장의 궁극적 목표도 “대단한 아이템을 개발해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윤사장은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며 여전히 진행중인 ‘e-혁명’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