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빈 한넬 지음/ 사우스엔드프레스/125쪽/2000년/$12.00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전 워싱턴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격렬하게 시위를 벌였던 외국인들 이야기다. 오래간만에 한국 사람들에게 잊혀진 향수(?)를 자아낸다. 그런데 그들이 왜 격렬하게 시위를 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국제 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워싱턴 회의에서 이런 일을 벌이는 주인공들은 바로 세계화 반대론자들이다. 한때 정신없이 세계화를 부르짖은 한국입장에서 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세계화된 자본주의에서는, 자유롭게 상품을 만들고 교역할 수 있다. 정부가 걸리적거리는 일도 규제를 최소화해 자율 경쟁의 원칙을 따르도록 한다. 또한 어려운 나라는 구제 금융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해준다. 이것이 잘못된 일일까?<고통의 법칙-세계 경제에 대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 designtimesp=20280>(사우스 엔드 프레스)을 저술한 로빈 한넬은 그렇다고 말한다. 각 나라들이 자국의 특성에 맞는 산업을 특성화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결국 더 돈이 많은 나라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지구촌 불평등과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세계화 시대에 이런 현상은 이미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GDP를 기준으로 56개국을 비교한 보고서는 가장 부국과 빈국의 GDP 분포가 1973∼1992년까지 40대1에서 72대1로 커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단 4년만에 세계 2백대 갑부의 부는 두 배로 늘어난 반면 극빈 상태에 처한 사람들의 수는 2억명으로 더욱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구제금융 말대로 각 나라의 경제 발전을 위해 각종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왜 부국들의 이해관계만 관철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까?세계적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가 극찬을 한 이 책에서 저자는 규제가 없는 시장, 자유 무역, 세계화가 지구촌 경제의 효율성을 증진시켰다는 주류 경제 도그마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시장은 기업들이 자행한 환경·사회적 피해를 기업에 부과하지 못하고 있으며 규제 없는 시장은 기업들이 자신들의 쓰레기를 그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싼 가격에 처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농들을 토지 밖으로 몰아냈고 이미 폭발 직전인 도시의 더러운 구석으로 몰아냈다고 저자는 비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