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으로 공적 자금이 투입된 회사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사십 넘은 중년 아저씨들이다. 참 잘 나가던 회사였지요, 정부 잘못으로 이 지경이 되니 너무 분합니다, 작년에 이어 또 감원을 한다니 참 불안합니다, 지금 나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들의 표정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들이 얼마나 불안해하고 분노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강의때문에 만났고 그들과 얘기한 시간은 짧았지만 나 자신이 우울해졌다. 계획과 준비의 중요성에 관한 강의였고 강의중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십니까, 책을 얼마나 읽으십니까, 새로 무엇인가 배우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렇게 걱정은 많이 하는 사람들이 노력하기, 책읽기, 공부하기라는 얘기가 나오자 얼굴색이 바뀌었다. 걱정은 태산같이 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전산관련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던 친구를 만났다. 워낙 잘 나가는 업종이라 승승장구하고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의 표정에서 고달픔과 피곤함이 느껴졌다. 이유를 물어보자 이렇게 대답한다.“이쪽 관련 기술이 워낙 급속히 변해 예전에 내가 배운 것은 별 소용이 없어. 계속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요즘 젊은애들한테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야. 회사에서도 자꾸 눈치를 줘서 자리를 보전하는 것도 맘이 편치 않아.”기업에서 변화에 대한 강연을 많이 하는데 얘기를 할 때마다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나 자신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내가 맡고 있는 회사는 그만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내가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는지…. 김용옥 교수는 노자 강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고조선부터 해방 때까지보다 그후 50년간의 변화가 훨씬 극심하다.” 정말 맞는 말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농경사회,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진입했다. 가끔 옛날 일을 뒤돌아보면 얼마나 극심한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왔는지 숨이 다 가쁠 지경이다.예전에는 일류대를 나오든지, 학위 하나를 갖고 있다든지, 무슨 고시에 패스해 자격증만 있으면 그것만 가지고도 평생 살 수 있었다.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잘 살고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그들의 대범함과 용감무쌍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일년 가도 책 한권 읽지 않고, 세미나 한번 참석지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변화에 적응하고 성공하길 바란다는 것은 눈을 감고 아무데나 화살을 쏘면서 과녁에 명중하길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누구나 입만 열면 변화를 얘기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얘기한다. 너무 빨리 변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막상 “그래서 무엇을 준비하고 계십니까?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하고 물어보면 다들 꿀 먹은 벙어리다. 사람들이 걱정을 하는 이유는 걱정을 하는 것이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아무 비용이 들지 않고 편하기 때문이다. 다들 변화를 두려워하고 변화 그후에 올 자신의 상황을 걱정하지만 그들은 지금도 그에 대응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인류가 생긴 이래 인간에게 걱정이 없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걱정이란 것은 사람이 숙명적으로 지고 갈 짐같은 존재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에 따라 걱정은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또 걱정에는 습관성과 중독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