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여성인력은 비전문직, 하위직에 몰려 있다. 인기있는 전문직 또는 고위직일수록 여성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는 직장에서의 남녀차별이 비교적 덜하다는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여성이 전문직종 고위직에 오른다면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될 수 있는 것이 아직까지 우리네 현실이다. 그만큼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다.베인앤드컴퍼니 김연희 이사(34·매니저)도 컨설팅업계에선 보기 드문 고위직, 고속승진의 주인공이다. 김이사는 사실상 국내에 진출해 있는 세계적 전략컨설팅사의 임원으로는 유일한 여성이다. 미국에서조차 전략컨설팅업체 고위직에 여성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김이사가 컨설팅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91년. 서울대 경영학과 학부 및 대학원 졸업 후 비교적 성차별이 적은 ‘전문직’이자 ‘외국계 기업’을 골라 들어간 곳이 앤더슨 컨설팅. 1년 동안 실무경험을 쌓다가 이듬해 베인앤드컴퍼니에 합류했다. 베인은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더불어 최고경영자 눈높이에서 회사의 장래를 결정하는 전략컨설팅업체로, 명문대 MBA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베인에서 김이사는 일종의 보조컨설턴트(AC: Associate Consultant)로 시작, 시니어 AC를 거쳐 4년만인 96년 컨설턴트로, 99년 매니저(이사)로 승진했다. 일반적으로 컨설턴트에서 선임컨설턴트(Senior Consultant)를 거쳐 매니저가 되기까지 평균 6~8년이 걸림을 감안할 때 김이사의 고속승진은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격무’로 표현되는 컨설팅 업무의 특성상 보조컨설턴트로 시작, 승진을 거쳐 매니저가 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컨설팅업계에 외국 유명대학 MBA출신들이 포진해 있는 가운데 순수 국내대학 출신이란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도대체 비결이 뭘까. 김이사 주변의 사람들은 ‘탁월한 분석력과 업무 추진력, 끈질긴 승부근성’을 3대 요소로 든다. 덧붙이자면, 여성적인 감각에 의존하기보다는 객관적 데이터에 바탕을 둔 계량적 분석과 정해진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마감일 안에 처리하는 능력, 합의점을 도출해내는 협상력 등이 김이사의 오늘을 있게 한 능력으로 꼽힌다. 덕분에 김이사는 국내은행의 국제적 인수합병을 비롯, 건설 유통 전자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굵직굵직한 변화관리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전경련 등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명강사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김이사는 여기에 “베인의 근무환경도 큰 몫을 했다”고 말한다. 베인앤드컴퍼니는 철저한 능력위주의 인사관리 정책으로 여성과 소수인종이 가장 활발하게 일하고 있는 회사로 유명하다. 게다가 휴직, 파트타임근무 등 근무시스템을 개인사정에 맞게 조절해 주는 ‘직원제일주의’ 경영방침으로 장기근속자가 가장 많은 것도 장점이다.능력에 회의를 느낄 때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이상적인’ 남편과 여섯 살 난 아들을 두고 있다는 김이사는 “여성의 성공에는 남편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는 말로 은근한 남편자랑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