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하로 인해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 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과 그린스펀 FRB 의장.최근 들어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 여건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외자차입이 마치 봇물이 터진듯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가장 큰 요인은 올 들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1% 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국채시장 축소와 미국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위험도가 증가함에 따라 이머징 마켓에 속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부각되고 있다.국제투자행태에 있어서도 미국의 금리인하로 국제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flight to quality)이 퇴조함에 따라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사 기준으로 BBB- 이하의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대부분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신용등급은 아직까지 BBB-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현재 미국경제가 당초 예상보다 침체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FRB가 의도하고 있는 연착륙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해야 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부분 국제금융기관들은 0.5∼0.75% 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 경우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형성되고 있는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유리한 해외차입 여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뱅크(CSFB)의 이머징 마켓부문 최고책임자인 크리스토퍼 터페이는 “미국금리가 추가 인하되면 이머징 마켓에 속한 국가들이 누리는 해외차입상의 혜택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미 금리추가 인하, 차입 혜택 지속문제는 우리의 경제여건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최근의 분위기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가 가시화될 올 하반기부터 미국경제와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경향이 회복될 경우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 여건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국내경제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현시점에서 과다한 외자유치는 크게 두가지 점에서 우려된다. 하나는 외국자본이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와 외채급증, 조달된 외자의 역마진 운용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다른 하나는 신용등급이 BBB-이하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이 가능해짐에 따라 구조조정 노력이 퇴조하면서 부실화를 더욱 촉진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경계해야 된다.해외차입여건 개선에 따른 외자유입과 함께 최근 들어 조세피난처(tax-haven)를 통한 자금거래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모든 금융거래의 비실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이 지역의 특성상 그동안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이 주로 거래됨에 따라 또다른 사회문제화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현재 조세피난처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자금은 대개 세가지다. 무엇보다 최근 들어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이미 이 지역에 예치해 놓았던 자금들이 국내에 유입되는 경우다. 대개 이 자금은 카리브해 연안지역에 예치된 것으로 그동안 비밀을 보장했던 외국금융기관들도 투명경영에 나섬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전되지 못하고 곧바로 국내에 유입되는 것이 종전과 다른 현상이다.외환위기 이후 정책당국의 외자선호정책과 외자유치기업이 우대받는 풍조를 겨냥해 국내자금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외국인 자금으로 둔갑해 국내에 다시 유입되는 소위 ‘검은머리 외국인자금’도 한몫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말레이시아 라부안과 아일랜드를 주로 이용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현정부 들어 줄어들고 있으나 과거 정부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탁된 각종 리베이트성 자금도 상당수준에 달하는 것이 관례였다. 내년에 예정된 지방의회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감안해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탁자금이 늘어날지 주목되고 있다.최근처럼 조세피난처를 통해 국내자금유입이 많아지면 본래 이 지역을 통한 자금거래는 불법자금의 온상이 될 소지가 높은 만큼 또다른 위기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97년말 우리가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이런 점이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도국들은 국민화합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면서 도덕적 해이를 촉진시킬 우려가 높다. 대부분 개도국의 경우 집권당의 후반기 무렵에 조세피난처를 통해 자금거래가 늘어난 것도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고 볼 수 있다.동시에 과세기반을 잠식해 재정수지를 악화시킴에 따라 국가채무가 늘어난다. 최근 들어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목적이 강하다.국내기업·금융기관, 해외진출 재개해야현재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세계 각국이 조세피난처를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대부분 이 지역에 속한 국가들이 ‘최근의 규제움직임은 자의적이며 과세주권을 침해하는 신패권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이 지역을 통한 자금거래는 쉽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반면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외환위기로 한동안 주춤했던 해외진출을 재개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 만큼 해외에 진출한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자산부채 변동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정책당국의 외자유치정책이 변화된 우리 경제상황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 올 1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9백54억달러로 외화유동성이 어느정도 확보된 상태다. 이에 반해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경제전반의 시스템을 갖추는 과제는 가능한한 빠른 시일안에 매듭지어야 할 상황이다.이런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외환위기 초기 당시처럼 외자를 유치하면 정책당국이 무조건 선호하고 외자유치기업이 사회적으로 우대받는 풍조는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된다.이제부터는 외자유치정책도 구조조정 정책과 연계시키는 질적인 요소를 가미해 추진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과 경쟁력이 개선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외자를 유치한 경우 과거보다 더 큰 혜택을 줘 구조조정 노력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반면 구조조정 노력없이 단순히 최근 들어 해외차입 여건이 개선된 틈을 타 외자를 유치하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철저히 규제해 나가야 한다. 오히려 구조조정이 안된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외자를 유치한 경우 불이익을 주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동시에 해외에 나가 있는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자산부채 상황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선진국에서 시행해 효과를 거둔 ‘대외자산 구조조정 대책반(FARU)’ 도입을 적극 고려할 시점이다.마지막으로 정책당국은 최근 들어 해외차입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외자조달이 일시에 과도하게 이루어져 외채가 급증하고 조달된 외자가 역마진 운용되지 않도록 외화자금 차입과 거래상황에 대한 모리터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