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를 쓴 학생이 골프백을 메고 걷는 사진으로 학교를 홍보하는 미시시피 주립대학미국은 골프에 관한 한 천국이다. 동네마다 골프장이 3~4개씩 있는 것은 보통이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거의 매주 프로골프협회(PGA)가 주관하는 대회가 열린다. 여성들 경기인 LPGA와 장년층을 위한 시니어PGA도 거르는 적이 없다. 골프가 인기있는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는 탓에 박찬호는 몰라도 박세리를 모르는 미국인은 드물 정도다.골프의 인기도는 골프장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새롭게 만들어졌거나 확장된 골프코스는 5백24개였다. 하루에 1.4개꼴로 골프장이 늘어난 셈이다. 지금도 1천개의 골프장이 건설중이다. 건설중인 것까지 합하면 미국 전역에 있는 골프장 수는 현재 1만8천1백개에 달한다. 25년전인 76년과 비교해 2배 늘어난 규모다.이렇게 늘어나는 골프장은 누가 경영하나. 전통적으로 프로선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PGA프로그램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아직 그런 길을 걷는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프로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여기에서 탈락되는 사람들이 골프장의 헤드프로나 경영을 맡아왔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선수나 코치를 양성하는 골프스쿨이 아닌 골프장 경영을 정식으로 가르치는 ‘골프학과’가 미국 대학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장 경영에 관한 사관학교격인 이 학과는 일반적으로 프로페셔널골프매니지먼트(PGM)코스라고 불린다.PGM을 두고있는 대학은 2년전만 해도 4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9개 대학으로 늘어났고 이들 대학에서 현재 1천4백여명이 골프경영을 전공하고 있다. 올 가을에 2개 대학이 골프학과의 신입생을 새로 뽑을 계획이고 학과 신설을 검토하는 대학은 상당수에 달한다.골프장경영 전공학과가 늘어나면서 대학들의 신입생 유치전도 치열하다. 캠프벨대학을 소개하는 브로셔는 ‘우리 학생들은 캐롤라이나주에서 가장 아름답고 도전적인 골프코스인 케이스힐스컨트리클럽에서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합니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메소디스트칼리지의 웹사이트에는 ‘학문과 직업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처럼 게임을 만들어나가라’고 쓰여 있다.미시시피주립대학의 경우 졸업가운과 학사모를 쓴 학생이 골프백을 메고 걷는 사진으로 학교를 홍보한다. 그러나 PGM 프로그램은 졸업하기가 어렵기로 정평나 있다. 여유있게 골프만 치러다니는 것으로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학생들이 인생의 의미나 우주의 신비를 찾아내기 위해 대학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골프장을 어슬렁거리며 대학생활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빡빡한 학사일정 때문에 졸업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학생비율이 학교에 따라 50%를 넘기도 한다. 이들은 영어 수학 자연과학 역사 등 일반과목들은 물론 회계 금융 통계 등과 같은 경영대학 과목도 대부분 들어야 한다.학사일정 빡빡 … 50% 정도 중도탈락하기도골프장 운영이나 잔디 관리에 대한 특별교육도 받는다. 물론 이는 골프경영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이다. 미국에서만 3백20개의 골프장을 관리하고 있는 아메리칸골프의 데이비드 필스버리CEO는 “골프는 최소한 5개의 비즈니스가 하나로 합해진 매우 복잡한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그가 얘기하는 5가지 비즈니스는 △조경 △전동차수리유지 등 기계관리 △호텔경영과 비슷한 티타임예약 △레스토랑 및 출장파티서비스 △부동산관리 등이다.PGM 프로그램은 PGA로부터도 인가받는다. PGA의 공인을 받기 위해서는 PGM 학생들이 PGA의 골프 프로페셔널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26개 과목을 들어야 한다. 게임지도 골프규칙 스윙분석 클럽수리 전동차운영 등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때문에 PGM 학생들은 “마치 복수전공을 하는 것처럼 어렵고 힘든 과정을 밟고 있다”(애리조나주립대 PGM디렉터 리처드 그리니지)는 말까지 나온다. 학기중에는 물론 여름방학에도 좀처럼 쉴 틈이 없다.합격 커트라인 ‘핸디캡 8’ 수준골프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골프도 잘 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고객들보다 못 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때문에 PGM 코스에 입학하려면 상당 정도의 실력이 있어야 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핸디캡 8’ 수준이 커트라인이다. 이는 미국 전역에 있는 2천6백만명의 골퍼중 6%안에 들 정도의 실력이다. 입학한 뒤 PGA에서 실시하는 실기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탈락이다. 이정도 수준에 도달하려면 어려서부터 골프를 쳐야 한다. 페리스주립대 4년생으로 파플레이어인 아이앤 지스카(23)는 13세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PGM졸업생들은 아주 잘 팔린다. 첫 연봉은 통상 3만달러 미만으로 일반대학 졸업생과 비슷하다. 그러나 3~4년만 경력을 쌓으면 주로 골프장의 헤드프로를 맡게 되는데 이때는 연봉이 두 배가량 뛴다. 지난 93년 미시시피주립대학의 PGM코스를 졸업한 그레그 하인스(30)는 3년반만에 멤피스 윈디케컨트리클럽의 부장급이 됐는데 연봉은 6만달러다. 94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PGM을 졸업한 매트 제스터는 29세의 나이에 버니지아주에서 두개의 골프코스 경영을 맡고 있다. 88년 페리스주립대 PGM 졸업생인 존 리버거(35)는 메릴랜드 베세스다에 있는 미의회 골프장을 관리하고 있다.PGM코스를 처음 개발한 학교는 미시간주 백 래피즈에 있는 직업학교인 페리스주립대학이다. 지난 75년 비즈니스스쿨의 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으나 요즘은 별도의 학과로 독립 해 있다. 학교측에서는 이 학과를 키우기 위해 최근 1백12만달러를 들여 대학내 골프장안에 PGM연구센터(사실은 클럽하우스)를 개관하기도 했다. 미시시피주립대학은 꼭 10년 뒤인 85년 PGM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뉴멕시코주립대(87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90년) 등이 계속 학과를 신설했다. 이들은 서로 긴밀히 교류하고 있는데 매년 1백∼1백3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수요가 점점 늘어나자 99년 애리조나주립대 플로리다주립대 캠프벨대(노스캐롤라이나) 코스탈캐롤리나(사우스캐롤라이나) 메소디스트(노스캐롤라이나)등 5개 대학이 PGA의 인가를 받아 학과를 개설했다. 클레슨컬리지는 올 가을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은 내년에 새로 PGM코스를 열 계획이다. 그때쯤이면 적어도 20개 학교에서 골프전문경영인을 양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