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평등을 가장한 불평등’ 때문입니다. 잘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의욕을 높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태평양 전쟁 후 50년 이상을 이같은 인센티브를 외면하며 살아 왔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나약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벤처 캐피털업체중 하나인 모바일 인터넷 캐피털의 니시오카 이쿠오(西岡郁夫, 58) 사장. 회사를 설립한 지난 99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인터넷 벤처업계의 든든한 후원자로 활약중인 그의 기업관과 소신은 분명하다.너도 나도 모두 고르게 살기만 하면 된다는 일본적 경영 시스템이 뛰어난 인재 배출을 막았고 젊은이들의 창조적 발상과 용기를 꺾어 버렸다고 그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사장이라고 왜 인센티브를 받으면 안됩니까? 사장들의 평균 급여가 신입사원 봉급의 15배나 된다고 하지만 그걸 많다고만 볼게 아닙니다. 철저하게 능력기준으로 책정해야 합니다.” 그는 일본의 기업시스템과 내부 관행이 결과적으로 경쟁력의 하향평준화와 벤처산업의 낙후를 초래했다며 한시라도 빨리 이를 뜯어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투자시 경영자 자질·맨파워 반드시 체크오사카대에서 대학원 공학부까지 마친 니시오카 사장이 벤처업계에 몸담기까지 거친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그는 일본 굴지의 전자업체인 샤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92년 인텔의 일본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출세가도를 초스피드로 달리면서 사장, 회장등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 갔지만 99년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더 소중히 하고 싶다는 것 때문이었다.그렇지만 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기간은 길지 않았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바일 인터넷 캐피털을 차렸다. 일본에서 서서히 싹트기 시작한 인터넷 벤처 붐을 지켜보던 중 벤처산업 발전을 위해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각오에서였다.그는 벤처 기업의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몇가지를 반드시 체크한다고 말한다.우선 기업가가 말하는 시장이 정말 존재하는가, 있다면 그 곳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가 등을 묻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그를 뒷받침 해줄 맨파워도 빠짐없이 조사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벤처캐피털이라면 아무 기업에나 돈을 대주고 인기에 편승해 차익을 거두려는 회사로 오해받기 쉽지만 자신은 결코 머니 게임은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굳은 소신이다.5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벤처업계에 투신했지만 그의 사고는 탄력적이고 젊다. 니시오카 사장은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스톡 옵션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젊음과 용기를 담보로 보이지 않는 위험과 승부하는 인재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증시 추락과 닷컴 기업들에 대한 환상 붕괴로 벤처 열기가 급속도로 가라 앉은 가운데서도 그는 일본 경제를 변화시킬 견인차가 벤처기업 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일본 재계에서는 아직 벤처기업들의 실력과 장래를 내려 보고 있지만 그는 미국 벤처업계에도 초일류와 삼류 기업이 같이 존재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이를 가려내고 기르는 것이 선배 경영자들의 할 일이라는 것이다.니시오카 사장은 자금에 목말라 하는 일본 벤처기업인들에 대해서도 충고를 잊지 않는다. “벤처캐피털과 계약을 할 때도 자신의 주장을 뚜렷이 내세울 주관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고작 1~2% 정도 출자받으면서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임원파견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면 경영자의 자질이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