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퀴즈퀴즈’ 치밀한 마케팅 전개, 연 매출 20억원 올려 … GV·한게임 등도 ‘짭짤’

올해 초 인터넷 업계에 콘텐츠 유료화 붐이 일면서 게임업계도 유료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유료 서비스를 해온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올해 유료화 포문을 열었다. 때문에 유료화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도 하고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해 네티즌의 반응을 체크하면서 조심스럽게 유료화 대열에 끼어 들었다.‘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어렵다는 콘텐츠 유료화. 과연 인터넷 게임 시장은 어떨까. 유료화에 나섰던 업체들의 말처럼 성공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확실한 수익모델이고 그에 따른 성공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이는 유료화에 나섰던 업체들의 성공스토리가 잘 말해준다. 유료 서비스 후 전에 없던 매출이 생기고 불과 5개월만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등 유료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게임 유료화 성공사례가 나오자 그동안 눈치만 보던 무료 인터넷 게임업체들도 유료화에 나서거나 준비 중이다.하지만 무턱대고 나섰다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게 유료화 성공기업들의 조언이다. 유료화 이후 진통을 겪었던 업체들은 우선 시장조사를 철저히 할 것을 지적한다. 유료화 시기가 적절한지 유료화 가치가 있는 게임인지 타게임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지 유료화 수요가 얼마나 될 것이며 가격은 어떻게 결정해야 효과적인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자칫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게임 유료화 실패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넥슨의 온라인게임 ‘퀴즈퀴즈’는 사실 대표적인 유료화 성공사례다. 실패사례로 알려지게 된 배경은 유료화 이후 회원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얘기가 돌면서부터. 넥슨측은 이에 대해 “유료화로 회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6개월이 지나면서 회복하기 시작해 1년만에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시 접속자수가 유료화 이전인 99년 12월에는 1만2천명이던 것이 유료화 한달 만인 지난해 1월엔 8천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매출은 2억5천만원이 발생했다. 그리고 2, 3월까지 동시접속자수가 4천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러다가 6월이 지나면서 6천명으로 돌아왔고 10월에는 유료화 이전과 같은 수준인 1만명이 됐다. 매출도 6월 이후 매월 1억원씩 들어와 10월엔 2억3천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매월 2만명씩 동시접속하고 매출은 3억원씩 나오고 있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유료화 한 뒤 회원 증가한 곳도 많아‘퀴즈퀴즈’의 성공은 넥슨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넥슨은 유료화를 위해 수개월 전부터 시장조사 등 유료화에 따른 대책을 마련했다. 일단 유료화를 하면서 게임의 재미를 부가시키고 종류도 대폭 늘렸다. 유료화 이전 3종류밖에 없던 게임 수를 현재 20개까지 늘렸고 게임내 아이템도 3백여개 이상 추가했다. 월 1만6천5백원하던 이용료도 절반 수준인 7천7백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또 회원을 대상으로 전광판 배너, 베스트드레서 등 이벤트를 만들기도 하고 삼성 애니콜 필라 등과 협력을 맺고 ‘퀴즈퀴즈’ 게임내 PPL(Product Placement)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나섰다. 이런 노력 덕에 넥슨은 ‘퀴즈퀴즈’로 연 매출 20억원을 올리고 있고 회원도 유료화 이전보다 2배 이상 많아져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퀴즈퀴즈’가 개인 대상으로 유료화에 성공했다면 PC방을 대상으로 유료화에 성공한 케이스가 GV의 온라인게임 ‘포트리스2블루’다. 한때 유료화를 둘러싸고 PC문화협회(옛 PC방협회)와 법정으로까지 갈 뻔했던 ‘포트리스2블루’는 GV의 한판승으로 일단 성공궤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현재 PC문화협회는 개인에게는 과금을 하지 않고 PC방에게만 과금하는 ‘포트리스2블루’의 유료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GV측은 협회가 조직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칠 경우 영업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대안을 준비중이다. 사실 GV의 ‘포트리스2블루’ 유료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동시접속자가 5백만명이 넘으면서 서버 추가 증설에 대한 투자 부담과 총 80대의 서버를 운영하는데 매월 3억원씩 들어가는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다.업계에선 아직 진통은 있지만 GV를 유료화 성공사례로 꼽는다. 특히 유료화 대상을 개인이 아닌 PC방으로 잡았다는 것이 성공 포인트라고 지적한다. PC방 업주와 싸우면서도 개인 사용자들로부터는 회원 이탈 등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어쨌든 PC방 대상 유료화에 나선 GV는 일부 PC방의 반발에도 불구, 첫달에 1만2천개의 PC방이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다. GV측은 유료화 이후 매월 20억원씩 올 1분기까지 6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현재 유료 회원사는 1만2천5백여개로 전체 PC방의 55% 정도가 가입했다. GV는 올해 게임 유료화 사업으로 전년대비 20배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멤버십형태의 개인 대상 유료화도 검토하고 있다.최근 들어 ‘테트리스’ ‘고도리’ 등 웹 게임업체들의 유료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검색 포털 네이버에 합병된 한게임이 올 1월초 유료화에 나선 데 이어 위즈게이트 가가멜닷컴 등이 유료화 서비스에 들어갔다. 회원수를 무기로 포털사이트에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용료를 받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됐던 이들 업체들이 유료화에 나선 데는 안정적인 수익원이던 포털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 게다가 경쟁업체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가격경쟁이 심화된 것도 그 이유다.이런 점에서 한게임의 유료화는 경쟁업체들의 벤치마크 사례가 되고 있다. 등록된 ID로만 2천3백만명이고 실명 회원이 1천만명이 넘는 한게임은 유료화 이후 매월 7억원씩 최근까지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료화로 인한 회원 이탈도 없었다. 한게임은 기존 무료 게임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업그레이드된 환경과 게임으로 차별화했기 때문에 성공했다.인터뷰김범수 네이버 공동대표“유·무료 게임 차별화로 성공”“한게임이라는 브랜드 인지도와 유료화로 인해 기존 무료 회원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김범수(36) 사장은 유료화 성공요인으로 먼저 외부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올 초부터 불기 시작한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 덕택으로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것이다. 김사장은 그렇지만 유료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몇 개월간 치밀한 전략을 짜는데 고심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나온 것이 우선 무료 회원에게 손해를 주지 않고 대신 유료 회원에게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등이다.“무료 게임 서비스는 그대로 운영했습니다. 대신 유료 게임은 무료 게임에 없는 새로운 기능을 부가해 재미를 추가했고 접속이 잘 되게 한다든지 등 안정적 게임 환경을 제공한 것이죠.”덕분에 무료 게임 사이트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2천3백만명의 ID를 확보한 한게임은 유료화로 인한 이탈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무료 이용자 가운데 50만명이 돈을 내고 이용하고 있다. 한게임은 유료 서비스를 위해 서버증설, 빌링시스템, 헬프데스크 구축 등 2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 투자원금은 5개월만에 간단히 회수됐다. 유료화 이후 월평균 7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 5월 중순까지 20억원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김사장은 “처음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유료회원 50만명은 기대 이상”이며, “첫 달 매출이 3억원이 넘는 등 네티즌의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로 간다면 연말까지 1백만명 유료회원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유료화 성공요인으로 김사장은 우선 한게임의 인지도를 꼽았다. 여기에 유료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최소가격(월 4천원) 책정, 콘텐츠 유료화 붐, 휴대폰 등 소액결제 수단의 등장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유료화 성공에 힘입어 6월 중순까지 서버를 1백대 추가 증설해 모두 5백대를 운영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또 3D, RPG 등 유료 게임 개발에도 나섰다.“게임은 이제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자리잡았습니다. 다른 콘텐츠와 달리 게임 콘텐츠는 유료화에 대해 사용자들의 거부가 덜하죠. 결국 유료화 성공 여부는 얼마나 재미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결국 사용자가 돈을 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게임 유료화의 성공 열쇠입니다.” 김사장의 게임 유료화 성공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