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할인점 확대, 건설업까지 공격경영 나서 … 신동빈 부회장 역할에 관심고조

신격호 회장신동빈 부회장신격호 롯데회장은 ‘공격경영’이란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격경영’이라는 말에 ‘경쟁기업들을 고사시키고 자기만 우뚝 선다’는 비도덕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롯데 관계자들은 ‘공격경영’이라는 말 대신 신회장이 즐겨 사용하는 ‘내실경영’이라는 말을 주로 애용한다.이런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롯데에 올해 ‘내실경영’을 더욱 다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롯데를 놓고 재계관계자들은 사실상 ‘공격경영’에 나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실제 롯데는 올들어 재계를 놀라게 할 만한 목표를 세웠다. 백화점부문에서 2위 신세계와의 차이를 크게 벌리는 것은 물론 중소형 마켓인 슈퍼업에도 뛰어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명 ‘2003년 유통분야 정상정복’ 프로젝트를 세운 것이다. 이에 롯데는 올해 백화점과 할인점사업에만 8천8백억원을 투입키로 하는 한편 유통전문가인 강성득 전 신세계 상무와 세븐일레븐재팬 출신의 혼다 도시노리씨를 영입, 각각 할인점과 편의점 사업에 배치했다. 그리고 인터넷쇼핑몰과 기존 소매점포망을 연계한 롯데닷컴은 신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신부회장은 지난 2월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단에 오르는 등 국내 롯데의 차기대권자로 이미 낙점돼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신부회장이 국내 롯데의 유통업을 대권승계를 마무리짓기 위한 시험무대로 삼고 본격적인 공격경영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세븐일레븐 점포 올 ‘1천점 돌파’ 계획신부회장은 부친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유통업에 상당한 지식을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부회장이 최근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사례를 통해 유통혁신과 성공비결 등을 쓴 <유통을 알면 당신도 CEO designtimesp=21074>라는 책에서 물씬 배어나온다. 신부회장이 유통이론 전문가인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공동으로 저술한 이 책에 일본 이토요카도그룹의 세븐일레븐 경영혁신, 국내 세븐일레븐의 현황과 전망을 통해 중소 유통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성공사례와 유통혁신의 미래를 제시했다.올해 들어 공격경영 분위기는 강세를 띠고 있다. 롯데는 지난 2월 제일제당의 음료사업을 롯데칠성이 인수토록해 올 매출을 당초 목표 9천2백억원에서 1조1천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어 3월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 3백개를 추가, 올해 ‘1천점 돌파계획’(매출목표 4천8백억원)을 세웠고 새로운 사업인 택배업 진출을 선언했다.4월 들어서는 롯데백화점이 공격경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롯데는 현대의 연고지나 다름없는 울산에 신회장의 고향이라는 점을 내세워 백화점을 건립, 현대백화점과 정면승부를 걸었다. 롯데백화점은 온오프라인의 강화를 위해 홈쇼핑사업 참여를 희망했지만 이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롯데의 공격경영은 할인점인 롯데마그넷으로도 이어졌다. 롯데마그넷은 18개인 점포를 올해 29개로 늘려 매출액 1조7천억원을 달성, 할인점업계 2위인 까르푸를 따돌린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업계에선 롯데마그넷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까르푸를 누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하고 있다.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의 공격경영은 5월에 윤곽이 그려졌다. 올초 6백호점에 불과한 점포를 4월 6백50호점으로 늘린데 이어 연말까지 8백호점으로 확대하고 롯데가 유통업 완전 정복을 꾀하고 있는 2003년 점포 1천호점, 매출 1조원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한 것이다.롯데리아에 이어 롯데삼강은 5월 신동방의 식용유·전분당부문 인수의사를 밝히면서 다시 한번 재계를 놀라게 했다. 롯데삼강은 워크아웃중인 신동방의 식용유와 전분당 사업부문을 1천9백억원에 사겠다고 제시한 것이다.현대석유화학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재계는 롯데건설과 호남석유화학의 공격경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통업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특히 이들 업종은 신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다. 롯데건설은 올들어 재건축사업을 놓고 삼성물산과 여러 곳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돌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익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삼성물산과 격돌한데 이어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등에서 삼성물산주택부문과 다시 맞붙었다. 롯데건설은 연초 리모델링, 주문형 단독주택 플랜트 등에 참여를 선언, 이미 경쟁 기업들과 일전을 치를 준비를 해왔었다.호남석유화학은 현재 현대석유화학의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꼽히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석유화학 채권단이 호남석유화학과 유럽 2위의 유화업체인 덴마크 보리알리스 등 국내외 4∼5개 업체와 매각을 협상중이나 롯데계열의 호남석유화학이 유력하다”고 귀띔했다. 인수자는 늦어도 8월말 께 정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 대해 롯데측은 기존 유통업의 집중 및 전문화를 위해 점포를 늘리거나 업무영역을 확대한 것은 내실경영을 하기 위한 것이지 공격경영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특히 롯데측은 현대석유화학 메트로미도파백화점 외환카드 등의 인수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돈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회장은 앞으로도 10년 이상 그룹을 이끌어 나갈 것이기에 신부회장이 유통업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부회장은 롯데닷컴 등 일부 회사만 맡아 경영수업을 받는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하지만 재계는 보수경향이 짙은 롯데가 경기가 좋지않은 상황에서도 사업을 확장해가는 것은 전에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경영활동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롯데 대북사업 참여하나“여력 없다” 일단은 부인롯데가 ‘대북사업 참여설’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진원지는 지난 5월21일 있었던 진념 경제부총리의 발언. 진부총리는 당시 여·야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현대가 금강산사업을 못하면 공기업이 참여하거나 롯데 등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통해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불을 지폈다.이에 롯데측은 “정부로부터 대북사업과 관련해 어떤 언질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참여할 여력도 없다”며 즉각 부인했다. 하지만 롯데는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기답방을 촉구하는 등 남북관계 화해무드 조성에 주력하고 있어 경제 최고책임자인 진부총리의 발언이 단순 희망사항만은 아닐 것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롯데는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의사전달을 받지않았을지라도 정부의 대북사업 노력에 일정부분 기여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재계 일각에서는 롯데측의 부인과 달리 ‘신격호 롯데회장이 5월 국내에 머물렀던 점을 중시, 비공식적이나마 대북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요청을 받지 않았겠느냐’는 강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대북사업 추진을 위한 민간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이에 참여할 여력있는 기업들로 삼성 LG SK 외에 롯데가 매번 꼽히는 까닭이다. 특히 롯데는 북한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있는 음식료 등 경공업부문이 강해 대북사업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끼곤 했다. 재계에선 다른 그룹회장들과 마찬가지로 신회장이 정부의 요청과 상관없이 이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