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세계적 게임 거물과 손잡고 미 시장 공략-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도 유료화 박차

게임 산업에서 한국은 주변부에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 한국 시장 규모가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이 외국 기업에 내주고 있다. 세계 게임 시장은 일본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레이스테이션2(PS2)로 미국 청소년들을 휘어잡은 소니를 비롯, 닌텐도 세가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그러나 이제 시장이 바뀌고 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온라인 게임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IDSA(Interactive Digital Software Association)의 더글러스 로웬스타인 회장의 말을 인용해보자. “IDC는 온라인 게임 시장이 올해 4천만달러에서 2004년 7천2백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도이치방크는 오는 2005년 23억명에 이르는 게임 이용자의 절반 가량이 온라인 게임을 주로 즐기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E3게임쇼에 참가한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3사, 닌텐도의 게임큐브,MS의 X박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왼쪽부터)IDSA가 미국 게임소프트웨어업체 사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온라인 게임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최고경영자(CEO)의 55%가 온라인 게임이 비즈니스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응답했다. 또 2004년에는 매출의 20%를 온라인에서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한국 온라인 게임이 세계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이란 조짐도 이미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의 거물이 한국 제품에 반한 것이다. ‘울티마 온라인’이란 세계적 게임을 개발한 로버트 게리엇과 리차드 게리엇이 한국 엔씨소프트에 합류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에 대해 데스티네이션 게임즈 대표인 리차드씨는 “내 작품보다 창조성이 훨씬 뛰어나다”고 격찬했다. 엔씨소프트와 데스티네이션 게임즈의 제휴 발표 기자회견장에 1백명이 넘는 기자들이 참석한 것도 ‘리니지의 미국 상용화 성공’에 서광을 비춰주는 현상으로 보여졌다.●한국 게임산업에 서광=한국 온라인 게임은 이미 미국에서 상용화의 길에 들어섰다. 넥슨이 올해초부터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을 각각 ‘Nexus’와 ‘Dark Age’란 이름으로 상용 서비스하고 있다. 7월부터는 국제게임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택티컬 커멘더스를 ‘Shattered Galaxy’란 이름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부터 리니지 서비스를 유료화했다. 이용료도 월 15달러로 정했다. 다른 온라인게임 이용료가 9.99달러인데 비해 무척 높다. “비싼 만큼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는 전략이다. 김사장은 “소니가 온라인게임 이용료를 13달러로 정해 우리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자랑한다.제이씨엔터테인먼트도 곧 ‘레드문’을 유료화한다. 지난해말부터 시험 서비스를 해온 이 회사는 미국 어바인에 새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특히 이 회사는 5월 중순께 이 게임의 원작인 만화 ‘레드문’을 미국에서 출판해 레드문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미국판을 내는 코믹스원은 이 책을 전자책(e-Book)으로도 동시에 낸다. 책, e-Book, 게임을 통해 레드문을 소개, 이 제품을 단숨에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게 제이씨의 전략이다.●게임산업에 대한 관심도=2001년 5월17일 오전 7시. 로스앤젤리스 도심의 서쪽에 자리잡은 로스앤젤리스컨벤션센터 웨스트홀 2층 515호 . 이곳에서는 이날 개막된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에 대해 기자 대상 설명회(미디어 브리핑)가 열렸다. 약 1천개의 좌석이 마련된 이곳은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기자들로 가득찼다. 기자가 지난 1년여 동안 로스앤젤리스와 실리콘밸리는 물론 라스베이거스, 롱비치, 애너하임 등 미국의 서부 지역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관련 전시회를 거의 빠지지 않고 찾아다녔지만 이처럼 많은 매스컴 종사자들이 모인 것을 본 적이 없었다. IT분야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컴덱스, 종합전자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의 경우에도 취재 기자는 기껏해야 3백~4백명 정도에 불과했다.이 전시회에 기자가 대거 몰려든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기사거리가 많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읽는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게임이 가장 ‘핫(Hot)’한 비즈니스란 얘기다. 게임에 대해 ‘애들이나 하는 것’으로 가볍게 여겨왔던 기자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게임산업이 왜 중요한가. 왜 그토록 많은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는가. 답은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따라서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산업이기도 하다.E3게임쇼에서 외국인 관람객이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체 지씨텍의 '액추얼 파이터' 게임을 해보고 있다.(왼쪽) 세계적인 게임 거물인 게이럿 형제가 엔씨소프트에 합류,화제가 되고있다.왼쪽부터 김택진 사장,송재경 부사장, 리차드 게리엇,로버트 게리엇, 스타 롱.(위)●누구나 게임을 한다=우선 게임 이용 현황을 보자. E3를 주최한 미국 IDSA의 더글러스 로웬스타인 회장은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서 “미국의 게임 이용자가 올해말이면 9천6백만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IDSA가 이날 발표한 게임 산업 동향 조사에서도 미국에서 한 가정당 2명이 가정용 비디오 게임을 하고 있으며 2.5명이 PC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조사는 또 게임이 가정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 가정에 보급된 비디오 게임기의 59%가 거실 등 가족생활의 중심 공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PC를 거실과 가족 공용방에 설치한 가정은 35%에 그쳤다.(보고서 전문은 IDSA 홈페이지(http://idsa. com/releases/SOTI2001.pdf)에서 볼 수 있다)●시장규모 확대, 성장속도도 빠르다=E3 개막을 앞두고 LA타임즈는 재미있는 기사를 내보냈다. 게임업계의 숙원이 영화산업을 따라잡는 것이라고.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이를 추구해왔지만 아직은 실패의 연속이라고 썼다.미국 영화산업의 지난해 수입은 77억달러. 그러나 게임 소프트웨어 매출은 지난해 60억달러에 그쳐 또다시 좌절했다. “게임 산업이 미국 영화를 추월하는 날이 온다.” 로웬스타인 회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IDC 자료를 인용, “게임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2003년에는 1백70억달러 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5년 동안 게임이 정보기술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연평균 5%, 컴퓨터 하드웨어는 4% 정도 성장하는데 그치는 반면 게임은 15%대의 고공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한가지 사족=E3를 주최한 IDSA는 ‘쇼(전시회)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전시회의 경우 전시장만 둘러보는 입장료(Show Only)가 무려 2백달러(4월7일 이전에 등록하면 1백50달러). 다른 전시회의 입장료 40~50달러의 4~5배나 높게 정했다. “일반 관람객보다는 게임 관계자들만이 모여 상담과 컨퍼런스 워크숍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관람객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든 6만명 정도로 집계됐다.그러나 ‘장사’는 무척 잘 했다. 모든 참관객이 전시장 입장료만 내고 참가했다고 가정하면 올해 수입은 9백만달러(1백50달러×6만명). 지난해 4백50만달러(50달러×9만명)의 2배가 넘는다. 물론 3백, 4백달러씩 내고 워크숍이나 컨퍼런스에 참가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분명 잘한 장사다. 한국에서도 연구해볼만한 쇼비즈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