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단순 명예직 불과, 확대해석 말라” … 박전총리도 무보수 조건 수락

포스코 유상부 회장의 ‘박태준 전국무총리 모시기’가 화제다. 유회장이 계속 고사하고 있는 박전총리를 집요하게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포스코는 6월1일 박전총리의 공식 수락과 상관없이 그를 포스코 명예회장(무보수 비상임고문)으로 추대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박전총리는 포스코 빌딩내 사무실을 두지 않고 봉급도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포스코측 제안을 비공식적으로 수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유회장은 지난 2월말께부터 박전총리를 포스코 명예회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차례 박전총리를 직접 찾아가거나 측근들을 통해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포스코 고위관계자는 “유회장이 박전총리의 완강하면서도 치밀한 성격을 잘 알아 그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삼고초려가 아닌 십고초려까지 했다”며 “유회장은 완강하게 고사하는 박전총리의 뜻에도 불구하고 자기 소신대로 박전총리의 영입 선언을 하게 됐다”고 귀띔했다.정·재계 일각에선 이같은 유회장의 행동을 다소 부정적 시각에서 보고 있다. 예컨대,‘박전총리가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에 포스코를 총동원케 하려는 음모’ ‘TJ맨들이 포스코를 장악하려 한다’는 등 억측을 하고 있다.이같은 악성 루머에 민감해 하고 있는 곳은 영입 당사자인 박전총리다. 박전총리는 지난해 5월 국무총리직을 물러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어 그후 가능한한 공식 자리를 피해왔다. 포스코에 더 이상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박전총리의 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유회장은 ‘박전총리에 대한 예우와 명예회복’이라는 단순한 자기소신을 정하고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다.유회장은 이른바 ‘TJ사단 4인방’의 막내다. ‘TJ사단 4인방’은 포스코에 함께 근무하면서 박전총리를 측근에서 보좌했던 핵심멤버들로 황경로(71) 전포스코경영연구소 회장, 박득표(66) 포스코개발 대표이사 회장, 이대공(60)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 유상부(59) 포스코 회장 등을 가리킨다.이들중 유회장은 박전총리에게 ‘할 말 다하는’ 등 깐깐하기로 소문난 측근이었다. 그래서 유회장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옷 벗고 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당시 포스코회장이었던 박전총리에게 대들기도 했다고 한다. 때문에 박전총리는 유회장을 ‘회사에서 내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로 밤새 고민했을 정도라고 한다. 유회장은 포스코 회장이 돼서도 박전총리로부터 뜻하지 않는 인사청탁 등을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때마다 박전총리는 “섭섭하지만 당신 말 맞다”라는 이야기로 유회장을 격려했다고 한다.유회장은 박전총리에게 ‘할 말 다하는’ 깐깐한 측근어쨌든 박전총리는 이런 유회장을 무척 아꼈다. 박전총리는 지난 시절 사실상 일본으로 도피해 있을 때 유회장이 곁에 있어 많은 위로를 받았다. 유회장도 박전총리가 읽어본 책 중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밑줄 쳐서 보내주곤 하는 자상함에 큰 위로를 받았다.유회장은 현정부하인 지난 98년 포스코회장으로 컴백하면서 늘 마음 한구석에 박전총리의 명예회복을 새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3년 박전총리가 거의 쫓겨나다시피 포스코를 떠나 철강왕으로서의 참다운 마침표를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회장도 당시 부사장을 지내다 곤욕을 치르며 정상적인 퇴직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먼저 포스코로 컴백한 유회장이 자신은 물론 박전총리의 명예회복을 굳혔을 것이란 추측은 당연하다.사실 유회장은 경제인으로서 박전총리의 명예회복에 주안점을 뒀지만 박전총리는 포항 보궐선거에 나가 정치인으로서의 명예회복을 했다. 그러나 유회장은 박전총리가 지난해 4개월만에 국무총리직을 불명예스럽게 떠나자 철강왕으로 되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박전총리의 포스코 영입 마음을 굳혔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회장이 포스코에 대한 박전총리의 각별한 애정을 여러 차례 확인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전총리는 지난 93년 일본에서 한국논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철의 사나이’로 돌아갈 의향을 묻자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포스코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였다. 박전총리는 그후 일본에 있으면서도 포스코와 관련된 소식을 들으면 국제전화를 걸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포스코측은 박전총리의 포스코 영입과 관련, “이미 민영화됐고 외국인 주주들이 50%를 넘는 등 국내는 물론 전세계 주주들의 감시를 받는 투명한 회사로 발돋움해 지금 자체만으로도 외부 압력이 있을 수 없는 회사”라며 외풍을 막기 위해 박전총리를 영입했을 것이라는 재계 일각의 추측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이와 함께, 박전총리의 한 핵심측근은 “박전총리가 현경영진에 대한 조언을 할 경우 마치 경영간섭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해 앞으로 회사경영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급적 회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한편 재계 대다수 사람들은 박전총리가 철강왕으로서 명예로운 마침표를 찍도록 포스코 안팎에 있는 측근들이 박전총리의 포스코 명예회장직을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국내 철강업계 ‘이중고’수요 감소에 미국 보호조치 가시화철강업계가 국내외적으로 수요감소 및 가격하락에 따른 수익악화와 미국의 철강산업 보호조치(긴급수입제한조치) 움직임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국의 철강산업연구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의 보고서를 인용, 세계 철강업계가 낮은 가격과 과잉설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올해 철강 수요가 지난 86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WSD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철강 수요는 8억3천2백만t으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했으며 수요 침체로 가격대는 20년 이래 최저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잉설비에 따른 생산능력은 9억5백만t으로 추정되고 있다. WSD는 시장 악화로 미국 등에서 철강업체 파산이 잇따르고 있고 살아남은 업체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합병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철강업체인 NKK와 가와사키가 이미 합병을 선언했고 프랑스의 유지노와 룩셈부르크의 아베드도 합병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업친 데 덮친격으로 미국 하원의원 40여명은 최근 미국제무역위원회(ITC)에 201조 조사를 개시토록 하원이 직접 요청할 것을 촉구했다.이들 의원은 “ITC가 철광석에서 스테인리스 철강 등 특수강을 포함한 완제품까지 조사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