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애정 영화를 보면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이나 정서가 마치 목구멍에 걸린 사과씨 마냥 껄끄러울 때가 있다. 분명히 처절할 정도로 진정한 사랑을 하는 건 맞는 듯 한데 왠지 그 사랑은 설명이 부족하다. 할리우드 영화나 멜로드라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이 인색한 프랑스 애정 영화는 어쩌면 고문과도 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가 사랑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해 줄 수 있을까.<1850 길로틴 트래지디>의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는 언어적 설명과 이해를 넘어서는 사랑의 묵직한 감정에 천착해 온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모 커피 광고 문구로도 유명해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designtimesp=21497>에서는 너무도 행복해 사랑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떠나야 한다는 말을 남기는 여자가, 그리고 <이본느의 향기 designtimesp=21498>에서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 자신을 잃은 한 남자와 그녀를 기억하는 또 다른 남자가 등장한다. 르콩트의 전형적 인물군을 대표하는 이들은 모두 도무지 이해할 수도 수긍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처하고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1850 길로틴 트래지디>의 주인공들 역시 다르지 않다.캐나다 생 로랑 강 하구에 자리잡은 프랑스령 섬 생 피에르. 캐나다와 프랑스의 색채가 혼합된 듯한 이 작은 어촌 마을에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어처구니 없는 내기로 인해 흉악한 살인을 저지른 오귀스트(에밀 쿠스트리차)는 사형을 언도받지만 문제는 사형을 집행할 단두대가 마을에 하나도 없다는 것. 본국에서 단두대를 공수하는 동안 오귀스트는 대위(다니엘 오뙤이유)의 집에 머물게 된다. 남편을 따라 척박한 생 피에르에 온 대위의 아내 마담 라(줄리에트 비노쉬)는 오귀스트의 착한 성품에 이끌려 온실을 함께 만들고 마을 사람을 함께 돕는 등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간다. 그러던 중 마담 라는 오귀스트의 탈출을 계획하기에 이르고 이 사실이 발각당하자 대위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언뜻 <1850 길로틴 트래지디>는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와 그에게 인간적인 사랑을 느끼는 귀부인의 휴머니즘적 사랑을 강조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담 라가 오귀스트에게 느끼는 연민과 애정의 한켠에는 마담 라를 사랑하는 남편 대위의 절대적인 사랑이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오귀스트의 탈출이 발각당한 후 아내를 위해 죽음을 감수하는 대위의 사랑은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면서 사랑의 본질에 대한 정서적 울림을 던져준다. 세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사랑은 서로 다를지언정 그들을 지배하는 그 절대적인 힘은 이들을 죽음이라는 결말로 이끌어간다.이전의 영화에서처럼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는 죽음이라는 형태 안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박제해낸다. 창가에 기대어 대위의 죽음을 바라보는 마담 라의 마지막 장면처럼 영화가 전해주고자 하는 사랑은 오래된 초상화처럼 기억 속에 정지된 어떤 것인 셈이다. 프랑스의 국민배우 줄리에트 비노쉬와 다니엘 오뙤이유는 그 어떤 대사보다도 강렬하고 비장한 표정만으로 이 묵직한 절대적 사랑의 비애를 그대로 담아내는 발군의 연기력을 자랑한다. 배우로 변신한 <집시의 시간 designtimesp=21505>의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의 연기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연 극엄마의 치자꽃9월1일~10월28일(월 쉼) / 오후 4시30분, 7시30분 학전 그린 소극장 / 일반 2만5천원, 중고생 1만5천원<엄마의 치자꽃 designtimesp=21521>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가부장제적 구조 속에서 여성들이 가진 원초적인 생명력, 본능, 신성성은 끊임없이 탈취당했고 그 결과 여성들의 삶은 메마르고 바스러져 버렸다. 연극은 남성중심의 문화가 여성들에게 강요했던 ‘여성다움’이라는 거짓된 신화를 폭로한다. 여성들은 결코 나약하거나 무능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노희경 원작을 김현탁이 각색 연출했고 연기생활 39년의 베테랑 연기자인 강부자 등 중견 탤런트들이 출연한다. (02)518-3220공 연바네사메이 내한 공연9월15, 16일 / 밤 8시 / 센트럴시티 밀레니엄 홀 6층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바이올린의 요정 바네사메이가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가진다. 수 차례 방한으로 이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바네사메이는 95년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부터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린 전혀 색다른 음악, 열정적 무대 매너와 도발적 의상 등으로 전세계 음악 팬들을 열광시켰다. 테크노-어쿠스틱 퓨전 바이올린이란 이름으로 정의 내려진 그녀의 연주는 이제 인스트루멘털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연주뿐 아니라 새 앨범 ‘Subject to change’에 수록된 Love Is Only A Game, Destiny 등의 곡에서 그녀의 보컬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02)780-7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