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제프 부사장(왼쪽)이 SK텔레텍의 카메라폰을 보여주고 있다.‘9.11 테러도 경기 침체도 고속 이동통신에 대한 욕구를 막지는 못한다’.미국 이동통신 업계에 제3세대 이동통신(3G) 바람이 불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는 와중에 9.11 테러까지 겹쳐 미국 경제가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이지만 휴대폰을 이용한 각종 고속 데이터통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미국의 이동통신 환경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열악하다. 고속도로에서 이동전화가 아예 먹통인 경우가 허다하고 오피스 단지나 주거지역에도 통화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국토가 넓은 데다 주거지의 인구밀도도 훨씬 낮기 때문에 엄청난 시설투자비가 들어 통신망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이동통신의 경우 통신망을 진화시키는 것보다는 통신망을 확충, 커버리지를 넓히는 것이 중시돼 왔다. 그러나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3G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면서 고속 이동통신망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속 이동통신망 구축 인식 높아져미국의 3G 투자는 가입자가 가장 많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전화 방식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 통신망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가 10배 가량 빠른 CDMA 2000 1x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이미 한국에서 실용화돼 1백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이동전화사업자인 버라이존 와이어리스는 올해말부터 1x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스프린트PCS도 비슷한 시기에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버라이존 와이어리스는 11월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01 CDMA 미국 회의’에서 휴대폰으로 스트리밍비디오를 보여주는 데모를 선보였다. 이 시연에는 루슨트와 에릭슨 장비가 사용됐다.이 행사는 CDMA 분야 기업의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 및 서비스의 현안 과제와 발전방향을 점검하고 관련 장비를 선보이는 자리. CDMA 기술의 ‘원조’인 퀄컴을 비롯해 루슨트 에릭슨 히타치 교세라 등이 참가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휴대폰을, 윌텍이 계측 장비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패널토론에 참가, CDMA 2000을 이용한 차세대 응용 서비스 제공에 관한 경험을 발표했다.이번 행사에서는 퀄컴과 컴데브(COM DEV) 등이 차세대 이동전화 기술인 CDMA 2000 1x EV-DO 시스템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이 기술은 데이터 전용 통신 기술로 기존 통신망을 이용해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에서도 2.4메가bps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반적으로 3G로 알려진 IMT 2000보다 빠르다. IMT 2000에서는 정지된 상황에서 최대 통신속도가 2메가bps다. EV-DO의 단점은 데이터 전용으로 음성 통화가 안된다는 점이다.캐나다에 있는 이동통신장비 전문업체인 컴데브는 EV-DO용 시스템과 노트북용 모뎀을 선보였으며 특히 차량을 전시장에 들여 놓고 그 안에 설치된 노트북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해 동영상을 받아보는 모습을 시연했다. 이 회사는 이번 행사 기간 중 SK텔레콤에 시험용 EV-DO 시스템을 공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존 키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계약은 최초의 EV-DO 시스템 공급계약”이라며 “한국의 협력업체인 콘텔라와의 제휴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스템을 설치, 월드컵 중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CDG(CDMA 개발그룹)의 핵심 회원사인 퀄컴 루슨트 에릭슨 노텔의 CDMA 관련 임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퀄컴의 제프 벨크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3G에 적합한 다양한 휴대폰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듀얼LCD폰과 SK텔레텍의 카메라폰 등을 직접 들고 나와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