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의 존재가 국민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금융시장에 상존하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말미암아 금융시장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거시경제의 안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은행과 대출을 받는 기업간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고 예를 들어보자. 곧 기업경영이나 재무상황에 관해 자세한 정보를 가진 한 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자신에게만 유리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나 정보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인 은행은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하는 위험성을 알게 된다. 즉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말은 이같은 경우를 의미한다.일례로 지난 1999년 8월 말에 실시한 대우계열 12개사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대우 계열사의 장부상 자기자본이 약 14조원이었다. 그러나 실사결과 25조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음이 밝혀졌다. 결국 대우 계열사가 은행의 정보 부족을 악용해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은행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이는 은행을 파탄의 구렁텅이에 밀어넣은 대표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할 수 있다.정보의 비대칭성은 단지 금융회사와 기업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와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간에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지난 1997년 말에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대한종합금융과 나라종합금융은 퇴출위기에 처하자 BIS 비율을 실제보다 7%쯤이나 높여 감독당국에 보고했다. 감독당국은 이를 그대로 인정해 영업 재개를 허용해 주었다. 나중에 이 2개 종합금융회사가 파산함에 따라 결국 영업재개를 불허했을 경우보다 예금보험금 대지급금이 무려 2조 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금융회사와 감독당국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사례이다.정부와 금융 감독기관간에도 정보의 비대칭성은 존재한다. 감독기관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도 대부분은 금융회사들의 보고를 받은 것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들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도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제공한 정보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 정보 사이에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와 금융 감독기관 사이에도 당연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이다.정부는 지난 1997년 4월 부실채권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부실채권정리에 1조 5,000원 정도의 기금이면 충분할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IMF 직후인 1997년 12월에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모두 한꺼번에 매입하는 데 20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1998년 공적자금의 소요규모를 검토할 당시에는 감독기관에서 받은 부실기업현황에 의거, 64조원의 공적자금이면 충분히 부실채권의 정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 운용해본 결과 공적자금의 규모가 턱도 없이 부족해 결국에는 2000년 9월 공적자금을 추가로 50조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이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예전보다 더 가질 수 없고 부실채권의 실제규모에 대한 국내외의 불신 또한 가중됐다. 만일 앞으로도 금융회사, 금융감독 당국, 정부 등이 정보의 비대칭성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이들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게 될 것이다.물론 정보의 비대칭성 위험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든 미국의 금융시장이든 어느 곳에서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문제는 우리 나라의 경우 그 위험성이 너무 커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져오고 국민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더욱이 금융시장의 구조가 주식시장보다는 간접금융시장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르는 위험이 직접 금융 시장 위주의 선진적인 금융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은행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른바 관치금융이나 정치금융이니 하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을 정도로 아직도 비경제적인 요인들이 꽤 많이 개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따라서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 우리의 금융시장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신용위험이 존재할 것이며, 이 위험은 해당 금융회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 및 경제 전체에도 쉽게 파급될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금융회사들의 경영상황에 관한 정보제공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 정부나 정치권을 통한 금융회사의 인사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금융 감독당국의 규제나 규율을 점차 축소해 나가는 대신 ‘시장규율’에 따라서 금융질서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금융구조가 현재와 같은 간접금융시장 특히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편향적 모습에서 탈피해 직접금융시장 위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금융 구조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