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명: 고객실어증, 상태: 고객을 쫓는 병균을 가지고 있어 장기 치료를 요함.’평범한 종합검진 결과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병명부터 무척 낯설다. 양시호 시토 대표(41)가 작성한 이 진단서는 사람이 아닌 점포에 대한 종합검진 진단서이기 때문이다.양대표는 지난해 8월 시토라는 회사를 세워 ‘점포 클리닉’을 시작했다. 점포 클리닉이란 말 그대로 특정 점포의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제시해주는 서비스다. 창업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요즘이기에 그의 움직임은 한층 분주해졌다.“입지가 중요한 게 창업이라지만 일단 차린 후에는 주인의 서비스 마인드나 마케팅 전략도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직접 가게를 찾아가 업종부터 주인ㆍ종업원의 서비스 정도까지 성공창업을 위한 모든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지난 1년간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며 기억에 남는 일은 처음에는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컨설팅을 꺼리던 업주들이 고맙다고 뒤늦게 인사를 하는 점이다.“한번은 통닭집 주인이 가게가 망한 것은 물론이고 점포를 파는 것조차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컨설팅을 마치고 나서 장사가 잘되자 오히려 건물주가 가게를 비워 달라고 했답니다. 그 통닭집을 건물주가 탐냈던 거죠.”부동산컨설팅회사에 근무하던 95년, 일본 건설 관계자와 만난 것이 점포 클리닉의 시발점이 됐다. 상가 건물주가 점포 임대시 가게 특성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수익성을 조사해 예비 입주자들에게 알려준다는 일본 관계자의 말은 큰 충격이었다.“건물주가 입주할 고객, 그러니까 장사할 사람을 기준으로 임대가를 잡는다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된 일을 사업아이템으로 하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적정 임대가에 대한 것은 사실 부동산중개업자들도 소신 없이 무작정 주변 시세에 맞추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컨설팅 업무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선수를 자처하는 부동산중개업자들도 주변 시세를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을 제시하고 또 그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들을 끌고 나가더군요. 적정 부동산 가격을 제시해 달라고 했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그의 최종목표는 점포 클리닉과 부동산중개업소 컨설팅 등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스쿨을 여는 것.“창업은 단순한 장사가 아닙니다.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결국 창업으로 시작해 큰 사업체를 일궈낸 것 아닙니까.”그래서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창업스쿨의 이름도 벌써 지어놓았다. 점포를 탐방해 실제 성공ㆍ실패 사례를 배우는 창업스쿨 ‘창업투어’를 위한 양대표의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