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다양한 시각으로 대상을 관찰하고 이것을 평면의 종이에 옮긴다. 피카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마치 매직 아이를 보는 것처럼 새로운 무언가가 보일 것이다.최은정 삼성증권 애널리스트(30)는 금융계의 피카소가 되기 위해 안정적인 외교관 자리를 박찼다.“애널리스트로서 기업을 실사·분석하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눕니다. 한 회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죠. 이렇게 현장에서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까지 파악할 줄 아는 애널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그녀는 외교통상부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귀를 열고 보다 새로운 것들을 접하기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외교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상승곡선을 그린다고 한다면 애널리스트는 더 역동적이어서 그 곡선을 예상할 수 없습니다”.최연구원은 애널리스트란 시간에 관계없이 자기가 쓴 기업보고서에 대해 바로바로 반응이 오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녀는 외교관 업무와 애널리스트 업무가 다르지만 서로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시절 보고서를 썼던 경험이 유능한 애널리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한국외국어대 영문과 92학번인 그녀는 96년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2001년까지 외교통상부 북미 1과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에서 지난 5월 경영학석사(MBA) 취득한 뒤 7월 삼성증권에 입사했다.그야말로 ‘빵빵’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녀에게도 힘든 순간은 있었다.“대학입시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재수를 한데다 후기로 외대에 들어갔죠. 그렇지만 그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최연구원은 이전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레 겁먹고 포기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또 한 번의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도전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즈 designtimesp=22768>가 발표한 ‘세계 100대 MBA’에서 1위를 차지한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용기 덕분이다.최연구원은 애널리스트로서 입지가 굳으면 웰스 매니지먼트도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한다.“일도 계속하고 싶지만 딸을 보면 같이 놀아줄 시간이 없어 미안합니다. 가사와 직업 중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프로가 되고 싶어요.”지난 98년 결혼한 최연구원의 미래는 하얀 도화지다. 그의 도전정신이라면 백지에 명작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