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메릴린치 아태지역 조사본부장“변칙을 생각지 않고 정도만 걸어온 점을 높이 샀다고 생각합니다.”최근 아시아의 떠오르는 젊은 지도자로 뽑힌 김헌수 메릴린치 아태지역 조사본부장(41)의 소감이다.토니 블레어, 조앤 롤링 등의 세계 차세대 지도자(Global Leaders for Tomorrow)를 선정·발표해 온 세계경제포럼(WEF)이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Asian Young Leaders)를 선정·발표했다. AYL은 한국ㆍ중국ㆍ일본 및 동남아시아로 선정 범위를 좁힌 ‘아시아의 GLT’다.김본부장은 지난 8월23일 발표된 AYL의 한국대표 18명 중 유일하게 포함된 외국 기업 임원이다. AYL의 한국대표이자 메릴린치증권의 한국인 최초 아시아담당 최고책임자인 그에게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김본부장은 “지금까지 정도를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말로 자신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 보스턴 출생으로 군입대 전에는 이중 국적을 갖고 있었다. 입대영장이 나오자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미국시민권을 포기했다.“한국인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 일인데 사람들은 의아해 하던군요. 거창하게 애국심이라는 말을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그는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뒤 한국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그후 베어링자산운용에서 근무하다 지난 96년 10월 메릴린치코리아 조사부장을 맡았다.“메릴린치에서 한국팀을 맡고, 99년도에 우리 팀이 1위를 차지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소위 잘나가고 있는 팀을 맡은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거든요. 직접 직원을 선발해 교육시키면서 팀이 점점 성장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금융업계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김본부장은 후배 금융인들에게 세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고 했다.“첫째, 정도를 걸어야 합니다. 둘째, 시야를 넓혀서 금융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등의 문제도 스쳐 지나면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단지 돈 때문에 일하지 말고 정말 좋아하고 재미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일을 해야 합니다.”기자의 질문마다 논리적으로 ‘첫째, 둘째’ 식으로 대답해 항상 경제만 공부해 온 사람으로 보이는 그는 뜻밖에도 재즈마니아였다.“학창시절에는 전자기타로 레드제펠린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특히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연주를 좋아합니다.”그는 “AYL 한국대표로 선정된 것이 ‘상’이라는 개념보다 아시아의 발전에 기여하라는 ‘책임의식’을 부여하는 것 같다”며 “책임을 완수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